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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극복의 필요조건

이태복 |2007.03.03 14:47
조회 36 |추천 0

혼란극복의 필요조건



  노대통령의 탈당은 국정수습의 전기가 되기보다 이전 시기의 혼란이 지속된 채 사실상 국정이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역대 대통령은 탈당을 통해 정쟁의 구도에서 빠져 나와 국정에 전념했는데, 노대통령은 자기스타일을 고집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고통이 해소될 희망이 없다는 사실도 중차대하지만, 더 큰 문제는 중국의 추격이 턱밑까지 와서 한국경제가 일어날 기회를 잃어버리게 되는 대재난이 닥치게 된다는 데 있다. 이렇게 중국의 급격한 추격속도에 한시도 여유가 없는 시점에서 여러 국정현안이 해결되지 못한 채 답보상태에 빠져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소중한 시기를 여야의 정쟁과 검증공방으로 허송세월할 수 없다. 당장 실업상태에 빠진 2백만에 달하는 사람들과 나날이 생활이 어려워지고 있는 서민층은 이 갑갑한 현실과 불안한 미래를 한꺼번에 해결해줄 수 있는 해답을 갈망하고 있다. 그래서 일부 인사들이 정치적 지도력을 세워보려는 여러 움직임을 전개하기도 하지만, 국민들의 반응이 시원치 않다.


  왜 그럴까? 국민의 마음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노무현 학습효과도 있고, 이제 더 이상 과거에 독재정권에 항거했던 인사들에 대한 기대도 접었다. 노정권의 실정에 관여했거나 같은 부류의 사람으로 인식되는 사람들이 국민의 고통과 내일의 희망을 얘기한다고 해서 귀를 기울일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다. 또 이제껏 민심이반의 구호를 외쳐왔던 사람들이 무슨 국민을 위한 호소를 해도 진정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책임이 있는 사람들의 참회가 부족한 탓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선택할 길은 자명해진다.


  우선 첫째, 국민들이 신뢰할 만한 사람들이 나서야 한다. 어려웠던 시기에 정말 용기 있게 국민들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했던 분들과 전문성을 갖고 사회발전에 기여해온 인사들의 진정성을 국민들이 믿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그런 분들은 대개 뒷전으로 물러나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 이런 인사들이 전국에 5~6백 명이 결집한다면 국민들은 큰 기대를 하게 될 것이다.


  둘째 지금 한국사회는 산적한 문제들을 안고 있다. 그 많은 문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도 없을뿐더러 여러 문제들은 사실 핵심적인 문제에서 파생된 것이 많다. 일자리 문제는 장기적인 경기침체의 산물이므로 한국경제가 활력을 되찾는다면 실업문제는 일단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안팎의 핵심적인 국정과제를 4~5개로 압축하여 이 핵심 현안문제에 국민적 에너지를 집결시켜야 한다. 정부도 하지 못하는 일을 뜻있는 일부 인사들이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들지 모른다. 그런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의 실정과 무능이 우리가 부딪친 위기의 본질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했고 처방과 집행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생긴 것이므로 핵심현안에 뜻있는 이들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한다면 길은 열릴 것이다.


  셋째, 정부와 정치권이 막연하고 추상적인 그럴듯한 약속을 해도 국민들이 공약(空約)으로 치부하는 것은 주로 구체성이 없고, 추상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현실적인 문제들을 구체적인 방법으로 해법을 제시하고 해결하길 촉구해 나간다면 국민들은 분명 뛸 듯이 기뻐할 것이고, 닫힌 마음의 문을 열어갈 것이다. 적어도 이 세 가지가 현재의 혼란을 극복할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이 필요조건이 확보됐다고 해서 혼란극복이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다. 충분조건, 다시 말해서 천시와 지리, 시운이 맞아야 위기탈출이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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