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한니발 라이징> 악마가 자라나 서서히 "완성"되는 과정

한정현 |2007.03.05 21:32
조회 53 |추천 1


4부작의 거대한 골조가 드디어 완성되었다.


하지만 4부작은 감독도 각각 다르지만 영화의 색깔과 지향점도 각각 다 다르다.


 


대략 - 이렇게 두편,


- 이렇게 두편으로 나눌수 있겠다.


 


앞의 두편이 평론가와 대중의 사랑을 받았고


뒤의 두편은 앞의 두편과의 성격 차이 때문에 혹평을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뒤의 두편을 더 좋아한다.


 


앞의 두편은 재치있고 영리하고 완벽한 스릴러이다.


양들의 침묵과 레드드래곤에서 한니발 렉터 박사의  캐릭터는 거의 '초인적'인물이다.


다방면에서 천재적이고 지식이 풍부한 지성인은 사람을 죽이고 인육을 요리해먹는 존재이다.


거의 지옥에서 악마가 그대로 인간의 탈을 쓰고 올라온 듯한 형상이었다.


 


이 혹평에 시달렸던 이유는 그런 한니발의 신비감과 카리스마를 왕창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한니발은 엉성하고 사랑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다.  물론 스릴러로서 스토리와 연출의 엉성함도 있었다.


 


은 이제 그나마 반쪽밖에 남지 않은

한니발 렉터의 남은 신비감과 카리스마마저 모두 무너뜨릴 작품이다.


 




 


 


사실, 이 공개되자 "이미 예상했던 지점에 대한 의미없는" 평론가들의 (혹평이 아닌) 불만들이 쏟아졌다.


한니발의 과거와 폭력성의 근원이 모조리 까발려지면서


신비감과 공포, 카리스마가 모두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것은 영화에 대한 '평가'라 볼 수 없다.


왜냐면 이라는 영화자체가 애당초

한니발의 과거와 살인마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기로 한 영화기에

한니발의 예전같은 신비로운 모습이나 완벽한 카리스마는

찾아볼 수 없음이 당연하다. 

인간적 어필을 목표로 나왔다는 말이 된다.

그러면 카리스마와 신비감이 무너지는 건 당연한데 이에 대해

혹평하는 것은 영화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 알고 싶지 않은 이야기인데 왜 만들어 나왔냐"에 불과하지,

그 이야기를 얼마나 잘 만들었는가에 대한 평가가 아니란 말이다.


 


여튼, 나의 영화 취향상


나는 인간, 개인, 캐릭터에 집중하는 영화들을 좋아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소우주 안으로 탐험하는 영화들.


 


그래서 나는 한니발 렉터 박사가 인간적인 고백을 시작한 리들리 스콧의 이 좋았다.


그러니 그보다 더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 이 반가웠다.


 


한폭의 섬세한 그림 같았던 의 피터웨버 감독이 여전히 섬세하고 우아하게 묵직한 드라마를 연출하고 완벽 꽃미남 가스파르 울리엘이 사람 볼기짝을 뜯어먹는 한니발 렉터 역을 맡았다(이 부분은 매우매우 매력적이다!! 왜 잔인한

살인마 역은 꽃미남이 해야 제대로 짜릿한걸까.. ^^;)


 


하워드 쇼어(양들의 침묵) - 한스 짐머(한니발) - 대니 엘프만(레드 드래곤)을 이어 이 걸작 사운드 트랙을 담당할 다음 주자는 놀랍게도 의 시게루 우메바야시!! 전혀 예상치 못한 작곡가였고, 결론적으로 매우 멋진 선율을 입혀놓았다.


 


지울 수 없는 기억의 트라우마.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상처.


멈출 수 없는 복수의 광기.


한 천재적인 소년이 인육을 먹는 살이마가 되기까지의


"사이코 성장 드라마"


 




 


 


 


영화는 복수로 살인을 시작하지 않는다.


공리에게 모욕감을 준 정육점 주인을 처음으로 살인하는데,

그때 한니발의 표정이나 말이나 행동들은 분명 그것을 '즐기고' 있다.


환희와 묘한 전율을 느끼면서

그간의 세월동안 억압하고 누르며 살아왔던 뒤틀린 자신의 

욕구불만과 상처를 폭발시키는 것이다.


 


그 후, 복수도 복수지만 한니발은 일종의 희열과 재미로 살인을 저지른다. 실제로 총으로 위치를 유인한 뒤 얼굴을 칼로 쑤시는 등의 행위는 분명 희생자를 가지고 노는 재미다.


 




 


 


차곡차곡 성실하게 드라마를 쌓아온 영화는


모든 감정의 정점을 한 곳에 모은다.


정말로 분노에 차 자기 혐오와 자기 부정, 복수심이 가득찬 순간,보트에서 'M'자를 가슴에 그리며 살인하는 그 순간.

그 과거의 모든 감정과 자기 확신이 무너지는 그 순간에

그는 사랑 고백을 하고 공리의 가슴 아픈 답변에

아예 산채로 볼귀짝을 뜯어먹는 그의 모습...


복수를 떠나 그의 모든 면이 무너져내려 인육을 먹는 연쇄 살인마가 되는 순간이다.


 


또 많은 사람들이 이전의 한니발이 사유하고 선악 사이를 갈등하는 캐릭터였는데,

이번편에선 사유도 갈등도 없이 그저 살인 기계처럼 살인하다고 지적을 하던데,

그것 역시 당연한 결과다.


 

영화는 한니발이 어떻게 살인을 하게 되었고 어떻게 살인에 맛을 들렸는가를 묘사하려 한다.

게다가 한니발 렉터는 전편의 안소니 홉킨스와는 차원이 다르게

젊다못해 어리다. 호르몬이 질주하고 정열이 가슴을 뜨겁게 달구는 시기다. 전작의 세상사를 이미 다 겪은 전설의 살인마와는 다른, 애송이인 것이다. 캐릭터가 같지 않은 건 너무도 당연한 결과 아닌가?


아까도 말했듯이, '사이코 성장 드라마'인 것을...


 




 


 


싸이월드 메인에 떠 있는 구이서씨는 모든 영화 사이트에 똑같은 글들을 남기고 있는데


그다지 자세하지도 않고 설득도 분석도 하지 않은 그 글이 어딜 가나 보이는 게 참 거슬린다.


 


구이서씨는 영화가 살인의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애쓴다고 하는데, 영화가 이 살인이 정당하다고 말하려는 건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야말로 단순하게 표면적인 이야기만 따라가는 분석이다.


한니발 렉터는 이미 "과거의 폭력적인 한 기억이 살인마를 만드는 게 아냐. 그것에 겹쳐지는 수많은 트라우마와 억압들이 그를 서서히 살인마로 완성시켜 가는 거지"라고 에서 말한 바 있다.


 

세상이 그를 사이코로 만들었다기 보다는

세상에 의해 내면에 잠든 악마가 깨어났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 안에도 잠들어 있는 악마일지도 모른다.


살인 장면에 몰입하고 얼굴에 피를 잔뜩 묻힌 꽃미남에게 희열을 느끼는 걸 보면..


 


그런 면에서 영화는 이 가지고 있던 장점들을 완전히 버리진 않았다.


한니발 렉터 내면의 악마가 "서서히" 깨어나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소재의 빈곤에 시달리는 할리우드 제작사들의 만행에 가까운 상업성"도 어째서 그런지 묻고 싶다.

소재의 빈곤에 시달리는 것도 잘 모르겠고(본인이 비슷비슷한 영화만 찾아 보는 거 아니신지?)

만행에 가까운 상업성도 모르겠다. 만행에 가까운 상업성?


영화가 노골적으로 돈 벌겠다고 나온 건 아닌 것 같은데..


참여한 사람들의 명성과 전작의 명성들만 봐도...


 


한니발이라는 캐릭터가 워낙 세계적으로 각인되었으니

원작자 토마스 해리스를 비롯해 많은 영화인들이 한니발이라는 캐릭터에 매료되어

성사된 프로젝트이다.

여느 영화와 마찬가지로 상업적인 건 당연하지만

'흥행성' '상업성'에만 치우치지 않고

나름 고민하고 노력한 흔적이 많고

특히 원작자 토마스 해리스는 한니발이라는 캐릭터가 드디어 하나의 인간으로 관객에게 다가가는 영화라며 애정을 표했다.


 




 


 


개인적으로 한가지 아쉬웠던 건 공리의 캐릭터다.

 

좀 더 다층적이고 입체적이어야 한 게 아닌가 싶다.


시종일관 어머니와 같은 모습으로 감싸지만,


사실 팜므파탈의 모습도 가지고 있어야 할텐데...


사람을 미치게 하는 "사랑의 광기"를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의 욕구불만과 억압된 자아 중에 " 이루지 못하는 사랑"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하기를 바랬는데

영화에서 사랑이 그렇게 크게 묘사되진 않았다.

(하기야 너무 멜로로 흘러도 안되긴 하지...)


 


그래도 그가 사랑을 고백하는 그 시점,

그의 영혼이 사랑을 단어로 뱉어내는 그 시점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공리의 대답은 다소 식상했어도 임팩트가 있고

대답을 들은 한니발의 행동은 영화가 이루려 했던 살인마가 된 과정의 마지막 순간을 완성한다.


 


결론적으로 감독의 세심한 연출력, 영상미, 음악, 섬세하게 그의 악마 본능이 깨어남을

따라갈 수 있는 드라마, 감정이 폭발하고 그가 무너져 내리는 정점의 순간까지...


매우 잘 만들었다고 본다.


 


시리즈와 별개로 보더라도,


한편의 싸이코 성장 드라마 혹은 내면의 악마가 깨어지는 과정의 많은 감정을 묘사함에 있어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명작이었다. 

 

한니발 시리즈가 늘 말하려는 점,

우리 모두의 내면에 악마가 숨어있다.

그 악마는 어떻게 깨어나 쾌락을 먹고 자라나는 가..

한니발 라이징은 나름 성실하고 훌륭한 답변이 된다.

 




 

추천수1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