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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콥터균 ? NO! 헬리코박터균 ! part 2.

김필수 |2007.03.09 16:03
조회 187 |추천 0
'딴지일보'에 '마테우스'라는 필명으로 좋은 글을 연재하셨던 의사이자 기생충학자인 서민 선생님께서는 그의 명저인 "기생충의 변명"이라는 책에서 "대부분 기생충은 인류와 평화공존을 모색하는 평화주의자"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사람이나, 기생충이나, 미생물이나 저는 모두다 기본적으로는 평화주의자라고 믿습니다. 단, 다 같이 잘살 수만 있다는 전제조건만 충족된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다같이 잘 살자는 전제조건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내가 살아가고자 하는 최소한의 필요조차도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사람들의 생존기반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일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사실 미생물들은 물욕도, 영토욕도, 명예욕도, 권력욕도 없습니다. 자신의 종족을 보존하면서 되도록 많이 퍼뜨리고자 하는 바람 한 가지뿐입니다. 사람에게는 쾌락의 대상이 된지 오래인 섹스도 동식물과 미생물의 영역에서는 어떻게 보면 종족 번식을 위한 고달픈 통과의례에 불과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헬리코박터균이 사람을 괴롭히는 공공의 적이 된 것은 그들이 세상 많고 많은 장소 중 하필이면 위산이 넘쳐나는 위 안에 자신의 고유서식처를 개척한 때문입니다. 경쟁이 없는 그곳, 당연히 천적도 없지만 위산과 맞서 살아남고자 하는 지극히 본능적인 그들의 적응 노력이 사람에게는 위염, 위, 십이지장 궤양과 위암 등의 끔직한 타격을 주게 됩니다. 그들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유산균과 달리 헬리코박터균과 인간이 공존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위산의 공격에서 살아남기 - 헬리코박터균의 병인론.

1. 밀려나지 않고 버틴다

1편에서 말씀드렸지요? 편모라는 운동기관을 이용해서 미꾸라지 헤엄치듯 염산 바다쪽이 아닌 위점막 보호막 쪽으로 부단히 이동합니다. 점막세포 표면에 들어붙기도 하지만 왠일인지 세포안쪽으로 파고들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파고들지 않는' 헬리코박터균의 특징이 위염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ASH님의 명품연작 시리즈를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균의 침입이 있다면 그쪽 동네로 면역세포가 몰려가게 되고 그로 인해 여러 가지 화학매개 물질들이 분비되어서 면역반응이 일어납니다.-염증이라고 하지요-

헬리코박터균이 위점막 바깥쪽(정확하게 보호막과 위점막 상피세포의 경계부위)에서 계속 '알짱대면' 역시 면역시스템은 적의 출현을 인지하고 위점막 세포쪽으로 면역세포들이 대거 출동하게 됩니다. 자동 시스템으로 화학매개 물질들도 분비되겠지요? 염증반응으로 당연히 위에는 염증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위염이라는 대가를 치러도 작전구역 바깥쪽인 세포막 밖에서 놀고 있는 헬리코박터균을 죽일 수는 없습니다.

영화 '도망자'를 보면 현관유리문을 열고 도망 나가는 주인공 해리슨 포드에게 추적자 토미 리 존스가 건물 안쪽 로비에서 권총을 난사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해리슨 포드는 총 맞은 줄 알고 제풀에 넘어지지만 그 유리는 방탄유리였습니다. 계속 총을 쏘지만 유리는 뚫리지 않고 바깥쪽 해리슨 포드는 여유를 부립니다. 권총 난사에 애꿎게 부서져 나가는 것은 표적 해리슨 포드가 아니라 멀쩡한 건물 내부입니다.

헬리코박터와 위염과의 관계는 이런 식으로 진행됩니다. 결국 균이 죽지 않으니 염증반응은 장기화됩니다. 만성위염이 되는 거지요. 그렇게 염증이 계속 수십 년 지속되다 보면....? 간질환에 대한 제글을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오랜 염증에 시달린 세포는 결국 미쳐버립니다. 위암으로 진행하는 것이지요. 헬리코박터와 위암의 관계는 아직 완전히 규명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암발생을 추정해 보기도 합니다.

2. 먹고사는 양식으로 도랑 치고 가재 잡기 - 염산에 대한 중화시스템.

헬리코박터균은 주로 위액내의 요소를 먹고 삽니다. 요소는 위액의 주성분이 아니지만 헬리코박터균은 많지도 않은 위액내의 요소를 아주 효과적으로 분해해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urease(요소분해효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머리 아픈 화학공식은 넘어가고, 요소를 분해하면 에너지와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가 생깁니다. 이 친구들은 염기성 물질입니다. 산에 대한 중화작용을 하지요. 헬리코박터 입장에서는 방어막을 더욱 두껍게 하게 됩니다. 그야말로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격이지요.

하지만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또 달라집니다. 헬리코박터에 의해 염기성 물질인 암모니아가 많이 생성되면 위점막 벽세포에서는 위의 고유 산도를 유지하기 위해 더욱 많은 염산을 분비하게 됩니다. 문제는 위장세포들이 염증반응으로 인해 맛이 간 상태가 될 때입니다 . 그럼 중탄산염으로 구축된 방어막 역시 취약해진 부분이 나오게 됩니다. 방어막은 취약하고, 세포는 맛이 가고, 거기에 염산까지 과잉분비되면.... 위, 십이지장 궤양의 삼박자가 딱 맞아떨어지는 것입니다.

그 외에 여러 가지 물질이 헬리코박터균의 위점막 부착과 위염, 궤양 등의 질환발생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대세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재미가 별로 없이 복잡한 내용이라서 생략합니다. 아무튼 헬리코박터균은 그냥 염산바다 아래 위점막 보호막 속에서 최소한의 조치로 평화롭게 살려고 하는데 사람의 면역체계가 오버액팅을 하고 그로 인한 파급효과가 여러 가지 골치 아픈 위장질환을 유발한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헬리코박터균 진단하기.

헬리코박터가 우리 몸 안에 있는지 알아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진단테크닉을 환자의 입장에서 구별하면 힘든 내시경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내시경을 위속에 넣으면 선택의 폭이 굉장히 넓어집니다. 조직을 떼어서 표본을 만드는 방법, 균을 키우는 방법 등이 있는데 이들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므로 진단적 목적보다는 연구나 제균 치료 실패시 내성균의 유무를 알아보는데 사용됩니다.

조직을 떼어서 헬리코박터균이 있는지 알아보는데 가장 확실하고도 빠른 방법에 "CLO test"라는 검사가 있습니다. 헬리코박터균은 요소를 분해하는 urease라는 효소로 먹고산다고 했지요? 조직을 떼어서 요소가 많이 있는 배지에 바로 심어버립니다. 배지에는 요소와 'phenol red'라는 지시약이 같이 있습니다. '호기심 천국'. '스펀지' 같은 프로에서 실험장면에 가끔 등장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은 산염기 지시약입니다. 헬리코박터가 요소를 분해하면 암모니아가 생기고 이 암모니아는 염기성 물질이므로 phenol red는 붉은 색으로 변합니다. 즉, 배지가 붉은 색으로 변하면 헬리코박터균이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결과확인에 빠르면 2시간정도 소요되는(최종확인은 24시간 후에 내립니다.) 신속하고, 특이도 100%, 민감도 90%를 자랑하는 정확한 검사이기도 합니다. 내시경이라는 고달픈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점만 뺀다면 가장 추천할만한 검사입니다.

내시경을 하지 않고서 헬리코박터를 진단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피검사인데 쉽게 말해서 항체검사를 하는 것입니다. 항체에 대한 이야기는 ASH님의 명품 연작시리즈에 너무도 자세히 나오므로 자세한 설명을 생략합니다. 아무튼 이 항체는 헬리코박터의 침입을 막는 보호항체가 아니라(애초부터 헬리코박터는 침입을 안하는 녀석들이니까...)그냥 면역반응의 부산물로 생겨버린 "쭉쩡이 항체"에 불과합니다. 아무튼 항체검사를 하면 헬리코박터의 감염여부를 알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많은 함정과 딜레마가 존재합니다. 저희 병원은 많은 환자 분들이 다른 병원에 가서 "비싼 가격으로 고급 건강검진"을 받고 난 후 결과에 대한 설명을 전혀 듣지 못하거나, 대충 들어서 결과지를 들고 오셔서 "저렴한 가격으로 결과에 대한 자세한 상담"을 받는 장소로 심심찮게 이용됩니다. 간혹 건강검진에서 피검사로 헬리코박터 항체검사를 받았는데 양성으로 나와 '균을 죽여야 하니까' 약을 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뒤에 언급을 하겠지만 이런 경우는 제균요법의 절대적 대상은 아닙니다.

CLO test 이야기를 하면서 특이도(specificity)와 민감도(sensitivity)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검사에서 '특이도'라 함은 그 검사가 진짜 음성환자를 음성이라고 찍어내는 확률을 말합니다. '민감도'는 그 검사가 진짜 양성환자를 양성이라고 찍어내는 확률을 말하지요. 특이도 100%라 함은 모든 음성환자를 음성으로 판정한다는 말입니다. 즉, 음성인데 '음성이 아니다'라고 판정하는 검사상 오류가 있는 경우는 없다는 말이지요. 민감도 90% 함은 양성환자 10명중에 9명은 양성이라고 판정한다는 말입니다. 즉 열 명중 한 명은 양성인데 '양성이 아니다.'라고 잘못 판정하는 검사상 한계가 있다는 뜻입니다. 현대의학에서 동원하는 모든 검사는 통계적으로 민감도와 특이도를 산출합니다.

다시 항체검사로 돌아가서, 헬리코박터 항체검사의 민감도는 85%, 특이도는 79%정도 됩니다. 즉 있는데도 없다고(위음성) 판정하는. 또 없는데도 있다고(위양성) 판정하는 환자의 비율이 적지 않다는 말입니다. 여기에다가 제대로 있다고 판정 받은 사람에게도 의문이 생깁니다. "현재" 그 사람의 위 속에 과연 헬리코박터균이 살고 있느냐는 것이지요. 헬리코박터 항체가 있다는 사실 하나로 과거와 현재의 헬리코박터 감염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내시경 안하고서 편하게 헬리코박터의 유무를 검사하는 두 번째 방법은 '요소호기 검사법'입니다. 역시 요소와 헬리코박터균의 친한 사이를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환자에게 방사성 동위원소로 표지된 탄소와 요소를 함께 들이마시게 하면 위에서 헬리코박터균은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를 만듭니다. 이산화탄소는 위점막 혈관으로 흡수되어서 폐로 간 후에 우리가 숨을 내쉴 때 배출이 됩니다. 이 공기를 채집해서 이산화탄소 중에 방사선 동위원소로 표지된 탄소가 있는지 검사를 하는 것입니다. 있다면 검사 양성이 됩니다. 환자는 그냥 숨만 들이쉬면 되니까 간단한 검사이고 민감도 93%, 특이도 100%의 정확도를 자랑합니다. 하지만 검사에 아주 비싼 기계가 필요하므로 우리 병원 같은 구멍가게에서는 엄두를 낼 수 없는 '그림의 떡'이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가장 많이 써먹는 경우는 균을 죽이는 제균치료 후 효과를 판정할 때입니다.

헬리코박터 종족의 파라다이스 - 우리나라와 개발도상국....

이제 적들의 병력배치 현황(감염역학)을 살펴보겠습니다. 전세계적인 헬리코박터 감염률은 50%이상으로 봅니다. 그리고 잘사는 나라보다 럭셔리하게 살지 못하는 나라 쪽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감염률을 보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3-5세에서 10-15%의 감염률을 보이며, 연령에 따라서 꾸준히 증가합니다. 반면 후진국에서는 3-5세에 40-60%의 감염률을 보입니다. 연령에 따른 증가율은 어린시절에 걸린 사람 다 걸린 셈이니 별의미가 없겠지요?

우리나라 데이터를 보면 항체 양성율을 기준으로 7개월부터 9세까지 12.7%, 10-12세 때 27.3%로 급격 증가. 40대에 78.5%로 최고치 이후 70대로 가면 67%로 감소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통계해석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어린 시절에 대부분 감염이 되고, 나이에 따라서 항체발현이 증가하면서 양성율이 올라간다고 보고 있습니다. 즉 후진국 패턴이라는 이야기입니다.(1998년 자료입니다.)

40대 이후에 양성율이 감소하는 것은 헬리코박터균이 저지른 사고에 대한 응과응보로 보고 있습니다. 만성 위염으로 이행을 하면 보호막도 무너집니다. 당연히 염산에 노출될 확률도 높아지겠지요? 그렇게 되면 헬리코박터균은 자연박멸이 됩니다. 물론 만성위염은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된 후이고, 위암발생으로 이어지는 상황은 헬리코박터균들은 나 몰라라 합니다. 이미 자기들 죽은 후의 문제니까요. 아무튼 우리나라가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의 낙원이라는 사실만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그럼 왜 우리나라가 후진국과 비슷한 감염률을 보이는 것일까요? 이유를 알려면 전염경로를 알아야 합니다. 3가지가 제시됩니다. 1)구강-항문 경로 2)구강-구강 경로 3)위-구강 경로 등 입니다. 헬리코박터균은 까탈스런 균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자기가 자리 잡고 사는 위 속 말고 다른 곳에서 사는 것을 힘겨워 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현재까지 연구로는 1) 2)번 경로로 인한 전염근거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3)번 경로가 주범으로 지목됩니다. 토하거나 밥 먹고 난 후 '되새김되는' 경우 위 내용물이 감염경로가 된다는 것이지요.

결국 우리나라의 감염률이 높은 이유는 우리나라 특유의 식생활 문화와 가족 문화의 특성에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추정하고 있습니다. 유난히 정이 많아서 음식을 서로 잘 나누어 먹는 습관 때문이라는 거지요. 지금은 별로 없지만 제가 어릴 때만 해도 할머니가 손자 밥 먹일 때 자기 입에서 먼저 씹고 난 후의 밥을 먹이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거든요.

우리나라의 감염률은 생활습관의 서구화로 빠른 속도로 감소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여전히 높은 감염률은 치료대상의 선정과 치료 후 재감염이라는 골치 아픈 문제를 야기합니다.

헬리코박터균, 어떻게 치료하고 누굴 치료해야 할까?

1편에서도 말씀드렸지만 헬리코박터균의 발견 당시. 여기에 운명을 걸었던 의사들은 '이놈만 잡으면 위장병은 게임 끝'이라는 희망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는 헬리코박터균은 고전적으로 제기되었던 위장병의 위험인자들과 함께 거론되는 독립변수 중 하나일 뿐, 이 녀석 자체가 위장질환의 최종 배후조종자는 아니라는 것이 대세입니다.

쉽게 말씀드리자면 위궤양 환자의 84%, 십이지장 궤양환자의 94%에서 헬리코박터균이 발견되고 이들 균을 박멸했을 때 치료효과가 상승하고 재발률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반대는 성립이 안됩니다. 성립이 된다면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가량이 위,십이지장 궤양환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됩니다. 위암의 경우에 있어서도 헬리코박터균은 위암 발생을 2.8배 증가시킨다고도 하지만 전체 헬리코박터 감염자중 위암에 걸리는 확률은 1% 전후입니다.

헬리코박터균을 치료하는 방법은? 바이러스가 아닌 세균이니까 당연히 항생제를 씁니다. 그런데 녀석들이 혈관이나 세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염산 바다아래 보호막으로 쌓인 위 점막표면에만 산다는 것이 항생제로 치료하는데 있어서 골치 아픈 문제입니다. 결국 위산분비를 강력하게 억제하는 PPI(proton pump inhibitor)계열의 약제와 두 가지 항생제를 복합해서 1주-2주를 먹는 3제 요법(3가지 약을 먹는)이 헬리코박터 제균치료의 1차 선택입니다. '물량전'으로 놈을 잡는 전략입니다.

치료 성공률은 80-90%입니다. 1주만 먹을까, 2주만 먹을까도 고민거리인데 2주를 먹으면 성공률이 올라간다고 하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그래도 '확인사살'을 좋아하는 의사들은 2주를 선호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의료보험'입니다. 1주일 치료약값이 4-5만원정도 합니다. 우리나라 의료보험은 당연히 1주만 인정합니다. 제대로 치료를 했는데 실패했다면? 내성균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치료에 동원되는 항생제의 가짓수와 강도는 업그레이드됩니다. 3차 치료까지 소개되어 있지만 생략하겠습니다.

약을 먹게 되면 당연히 부작용도 있을 수 있습니다. 제균치료는 항생제를 두 가지나 고용량으로 먹기 때문에 그로 인한 오심, 구토, 설사, 복통 등이 일부에서나마 올 수 있습니다. 속이 아파서 약을 먹는데 속병이 더 도질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아이러니이지요? 그래서 치료를 중단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 고민거리가 남았습니다. '도대체 누구를 치료해야 하는가?'입니다. 이 문제는 정말로 골치 아픈 문제입니다. 감염자 모두를 치료해야 한다면 우리나라 국민의 두 사람 중 하나는 항생제를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약값을 4만원이라고 한다면 2천4백만 * 4만 = 약 9천6백억이라는 견적이 나옵니다. 제균을 한다고 문제가 만사 오케이가 아닙니다. 내성균으로 인한 치료 실패와 재감염의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제균 후 연간 재감염율은 12%전후입니다. 워낙 감염자가 많으니까 재감염도 잘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박통시절 '오늘은 모두 다같이 쥐를 잡자!' 운동을 한 것처럼 날을 잡아서 온 국민이 제균치료를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비용과 시간 모두를 고려할 때 불가능한 일입니다. 더군다나 감염자중에서 위장병 발생률이 그렇게 높지도 않은데 말입니다.

현재까지 1) 내시경상 위궤양이나 십이지장 궤양이 발견된 경우, 2)조기 위암수술을 받은 경우, 3) MALT 임파종이 위에서 발생한 경우 제균요법은 절대적 적응이 됩니다. 무조건 해야 한다는 말이지요. 그 외의 경우에는 여러 가지 치료기준과 이에 대한 반론이 논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논쟁의 한 가지를 소개하자면 소화기 질환 중에 '역류성 식도염'이라는 병이 있습니다. 위에만 머물고 있어야할 위산이 식도로 역류해서 식도에 염증을 일으키는 병이지요. 식사습관이 급하거나, 폭식을 하거나, 흡연, 과음 등이 원인이 되는 질환입니다. 이때 제균치료를 해야 할까요? 답은 '상황에 따라서'입니다. 헬리코박터 감염의 초기에는 녀석들 덕분에 위산분비가 늘어납니다. 제균을 하면 위산분비가 줄어드니까 식도염도 좋아집니다. 반면에 헬리코박터 감염이 만성화되어 위점막 세포가 염증에 시달려 맛이 가버리면 염산의 분비는 역설적으로 줄어듭니다. 제균을 하면 염증이 호전되면서 위점막 세포가 부활하여 염산분비가 증가합니다. 즉, '제균은 성공이되 오히려 식도염은 창궐이라.'라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어렵지요?

헬리코박터 감염자의 위암발생 비율이 1-2%라면 암의 1차 예방을 위해서 제균을 하는 것도 말이 됩니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위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제균요법을 하라고 권장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너도 나도 감염자고, 위암 발생률도 유럽보다 상당히 높습니다. 그래서 위암 예방을 위한 제균요법은 우리나라에서 적용하기에는 무리입니다.(모두가 먹어야 한다니까요!) 궁극적으로는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예방백신이 개발되는 것이 답이겠지요.

위염이나 소화불량 등으로 심하게 고생을 하는데 좋다는 약 다 써보아도 치료가 안 되는 분들이 계십니다. 난치성 위염, 난치성 소화불량증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속된 말로 의사가 궁지에 몰리게 됩니다. 의사입장에서 동원 가능한 무기가 바닥이 나는 최악의 상황에서 환자가 동의한다면, 헬리코박터 감염여부에 따라 제균요법을 하는 경우도 말은 됩니다. 물론 이런 경우 대한민국에서 의료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효과를 보는 경우는 분명 있습니다.

환자입장에서 헬리코박터라는 친구와 마주치는 경우는 역시 건강검진을 했는데 피검사상 항체 양성이라든가, 내시경상 CLO 양성이라는 소견을 듣는 경우가 될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 궤양 등의 절대적 치료기준이 아니라면 결론적으로 제균을 할까 말까하는 문제의 답은 보험에 가입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생각하고 판단하시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일 것 같습니다. 돈을 좀 들이더라도(의료보험이 적용이 안되니까) 헬리코박터균을 박멸해서 위염과 궤양과 위암의 걱정을 조금이나마 떨어뜨리고 갈 것이냐, 어차피 이 땅에서 너도 나도 가지고 있는 균, 함께 공생하다가 때가 되면 없애는 쪽으로 갈 것이냐는 여러분의 선택이라는 말입니다. 여러 논문에서 제시되는 제균기준에도 '환자가 강력히 원하면 제균을 하라.'가 분명히 명시되어 있으니까요.

(헬리코박터균 이야기 끝.)

밝혀두기
- 이 글의 내용은 상당 부분 "대한위장내시경 학회지 vol. 2/no. 2"에서 인용했습니다.
그래서 혹시라도 퍼나르기는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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