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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나는 강하다

고은영 |2007.03.10 20:56
조회 30 |추천 1


 

유감스럽게도 나는

단단한 호두껍데기가 못된다

비록 호되게 깨지는 순간이 온다고 하더라도

나는 혼자서 실없이 터져버리는 무른 연시다

껍질이 갈라지고 그 틈으로 비죽비죽 속살이 터져나온

형편없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보라

나는 총알 같은 고추씨를 입 안에 꾹 물고 있는

매운 고추가 되고 싶다

그런데 이 물러터진 감인 내가

붉고 딴딴한 단감으로 변하는 신통한 때가 있다

생각이 미혹의 꽃을 들고 나를 찾아오는 때다

생각은 감자 비린내처럼 강하다

생각은 나를 하나로 모은다

하나의 꼭지점으로 몰려드는 몇 개의 부챗살이나 바퀴살

오목렌즈 안으로 달겨들어 종이를 태우고야 마는 햇빛 줄기처럼

내가 생각하는 동안은, 참으로 조심스런 손길이 아니라면,

내 팽팽히 당겨진 생각의 현을 함부로 튕기지 말아라

그대로 성난 화살이 되어 날아갈지 모르니

나는 시커멓게 솟아오르는 굴뚝 연기가 되고

붉으락푸르락 낯빛을 바꾸며 타오르는 불꽃이 된다

나에게 잘못 손대면 이 뜨거움에 손이 데일 것이다

새파랗게 날 선 생각이 섞여 들어온 피들을 속속들이 뒤져 뽑아낸다

그 많은 피들만으로도 생각은 한 볏단이다

잠조차 생각으로 잔뜩 불그레한 나를 곤히 재우지 못한다

생각하는 나는

생각하지 않는 나보다

강하다

무섭다

겁없이 앞서나간다

나의 생각은

비릿한 감자 내음처럼 강하다

온통

네 생각뿐인

나의 생각!

 

이선영

(시인, '21세기 전망'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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