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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남 외전...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

고현아 |2007.03.18 17:04
조회 46 |추천 0

꼭.. 힘든 일은.. 겹쳐서 온다죠?

아마도.. 한꺼번에.. 아프고... 견딜만큼 견딘 후에.. 툭털고 일어나라고

그러나 봅니다.

처음 시작했던 그곳에서.. 끝을 맺고 싶었던 제 바램은.. 아마도 이뤄지지 못할듯

하네요..

그치만.. 그동안.. 지켜봐 주셨던.. 분들을 위해..

그리고.. 저를 위해.

못다한 이야기를... 하려합니다.

기억.. 하시죠?

편집기능 없어진 관계로.. 중간 이야기는.. 네이버에서 보시고요.

닷컴에서.. 마지막으로 연재했던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부터

이곳에.. 옮기겠습니다.

 

 

 

 

공길에 대한 욕심에 눈이 멀어, 김 량과 손을 잡고 도망친 노비라는 그의 약점을 빌미로

그를 잡아왔던 유영재. 결국 그로 인해, 공길은 자신의 아버지인 김윤무와 재회를 하게

되고, 다시 돌아온 취월관에서 공길은, 뜻밖에도 자신의 어머니 매향과 김윤무를 함께 떠나라고 말한다. 모든 것을 하나씩 정리하려는 듯,

장생을 연모해온 다리의 마음을 안 공길은, 장생을 설득하고,

아픈 과거를 모두 알고 있는 장생의 곁에서는 행복할 수 없다는 공길의 말에 충격을 받은 장생은 다리와의 혼인을 결심한다. 

힘들어 하는 공길을 보며, 자신을 이용하라는 지운의 말에

공길.. 함께 청으로 떠나달라 부탁하는 데..  

공길을 바라보는.. 장생의 안타까운 눈빛에서.. 그들을 떼어버릴 수 없음을 절감한 다리.

혼례식 전날, 지운을 찾아간 그녀는.. 지운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공길을 놓아달라 말한다.

 

혼례식이 끝난 후, 포구에서 만나자던 지운을 기다리고 있던 공길의 앞에

지운 대신, 장생이 나타나고, 

영문을 모르고 장생의 손에 이끌려 청으로 향하는 배에 오른 공길.

지운과 다리.. 두 사람이. 자신들을 보내준 것임을 알게 된다.

 

그렇게..

 

사랑하는 이를 위해.. 사랑을 놓은 채.. 남겨진 이들과..

어렵게 사랑을 다시 잡은 채, 새로운 곳으로 떠난 이들..

그들의 마지막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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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  종  회 >

 

 

몇 년의 시간이 흐른 뒤....

 

 

#. 취  월  관

 

 

 


" 월향이는.. 아직 이더냐?

거.. 임금님 용안 뵙기보다.. 더 힘들다더니..

그 말이 헛말이 아니였구먼... "

 

 

몇 백리 길을, 마다앉고.. 저 멀리 지방에서 부터

소문 자자한 미색에 취해.. 소리 한번 들어보자며,

 이곳으로 찾아든 양반네들..

기다림이 길어지자, 원성이 자자한 데..

괜시리 들어갔다, 된 통 욕을 먹은 여종아이 하나가,

울상이 되어서 밖으로 나오는 걸 보고는

연화.. 방으로 직접 들어, 인사를 올린다.

 

 

" 아~ 이보게 매향이!

자네.. 너무한 거 아닌가?

우리가 월향이.. 고 년.. 얼굴 한번 보려고.. 기다린 게 얼만지나 알어?

아! 애 좀 그만 태우고.. 좀 불러와봐봐! "

 

매향.. 그런 양바제들에게.. 미소를 머금은 상냥한 말투로..

 

 

" 어르신들.. 송구합니다.

이거 날을 잘못 택하신 듯하오니..  어르신들 뵐 낯이 없습니다.

월향이 그 아이는.. 지금 미리 약조해 두신.. 귀한 손님이 오셔서,

이미 그리 들었나이다.

대신에.. 제가 오늘 어르신들..

 먼 길 오신 것, 아깝지 않게 훌륭히 모실터이니..

노여움들 푸셔요.. "

 

 

말 끝에.. 매향이.. 뒤 따라 들어와 있던 기녀에게 눈짓을 하자,

월향이를 못본 다는 말에.. 입이 댓발이나 나와서..

너나없이 궁시렁 대고 있는 양반네들 사이로..

꽃 처럼 단장한 기녀들이.. 사뿐히 걸어들어와 그 곁에 앉는다.

그 모습을 보고는.. 양반네들 할 수 없다며.. 입맛을 쩍쩍 다시더니..

제 곁에 앉은 기녀들이 따라주는 술잔을 받아들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금새 헤헤 웃는다.

 

기녀 하나가 가야금 연주를 시작하자,

아까의 불평 불만들은 어느 새 잊은 듯..

흥겹게.. 술잔을 기울이는 그들을 뒤로 하고는 밖으로 나온 연화.

그제야 한숨 돌리는 여종아이에게..

 

 

" 그래.. 월향이는.. 그 방으로 들었더냐? " 하고 묻자,

여종아이.. 고개를 끄덕인다.

 

 

 

#. 수 년전, 공길과 장생이 청으로 떠나던 날 아침.

 

 

그날.. 공길과 지운이 청으로 떠나기로 했떤 날.

공길이.. 연화에게 인사를 하고 , 홀로 포구로 향했을 떄..

공길은 혼자가 아니였다.

 

그가 눈치 채지 못할 정도의 거리에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함께 그 뒤를 따라 걸었던 지운.

먼 길 떠날.. 공길을 .. 홀로 배웅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마음에서도..

 

객주에 홀로앉아, 국밥을 시켜놓고 바다를 바라보는 공길을 보며,

머리위로 쏟아지는 햇살에 기분좋은 듯.. 눈을 지그시 감고

하늘을 바라보던.. 공길의 모습을 ..

제 눈에.. 제 가슴에... 가득 담아보는.. 지운.

 

그렇게.. 그가 그곳에 와있으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할 공길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떤 지운의 등 뒤로..

장생이 다가와 선다.

 

지운의 시선이 머무는 곳으로 고개를 돌린 장생.

지운의 어깨위로.. 가만히 손을 올린다.

지운. 돌아보지 않아도.. 그가 누구인지 짐작하는 듯.

시선은 고정한 채, 어깨위의 장생의 손으로.. 제 손을 올려, 투덕인다.

 

 

" 지운아.

그냥.. 함께 가자!

니가 함께 있어준다면, 두려울 게 없을 것 같은데..

너도.. 그곳에서.. 할 일이 남았다 했잖아.. 응?"

 

 

공길에겐.. 아무 말 하지 않았으니.. 자기대신 포구에 나가

그와 함께 청으로 떠나라는 지운의 말은..

초례 날. 다리를 통해 전해들었다.

자신들은.. 이미.. 포기하고 접어버린 마음을..

이렇게 까지 생각해준 그들이 고마워..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던 장생.

 

다리의 얼굴을 마주하고선, 차마 그녀를 홀로 남겨둔 채,

쉬이 떠나지 못할 사람이란 것을 알고 있었기에..

밤새.. 잠든 그의 얼굴을 가만히 어루만지며,

그 밤을 하얗게 지새우고는..

그가 일어나기 전에..

그의 옷가지를 꾸린 보따리를 가지런히 문 앞에 놓아두고,

자리를 비워 준 다리의 마음도..

 

자신이 사모하는 이를 위해, 자신의 마음을 접은 채,

그가 원하는 이와 함께 떠날 수 있도록.. 그를 보내놓고도..

홀로 그곳까지 가게 될 그가 마음이 놓이지 않아,

앞에 나서지도 못 할 것을 알면서도.. 그 뒷모습을 쫓아

그곳까지..함께 걸었던.. 지운의 마음도..

 

비겁하게 포기하려 했떤.. 자신들을 위해..

수십 수백번을 가슴 찢겼을 두 사람을 생각하니..

미안하고... 또 .. 미안하고..

고맙기만.. 하다.

 

자신에게.. 그리 말하는 장생에게로 돌아선 지운.

 

 

" 함께 갈 수 없다는 거.. 잘 알잖아.

너와 나. 우리 둘 중 한 사람만이.. 녀석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걸..

 

여기까지.. 길이 뒤를 따라온 건.

그냥.. 내 마음에 대한 마지막 배려라고.. 생각해줘.

내 마음에서도.. 녀석을 보내려는 거니까.. 

 

잘 부탁한다. 

그 손. 다신 놓지마라. 어떤 이유로든.. 

그 마음이.. 내게 향해 있었다면.. 

난.. 절대 놓지 않았다. 

널 향해 있는 마음이니.. 놓으려는 거야. 

우리 인연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 

언젠가.. 

웃는 얼굴로.. 다시 만나자! "

 

 

지운의 말에.. 장생. 굳게 입을 다문 채 .. 고개를 끄덕인다.

장생에게로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지운.

마주잡은 두 사람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힘껏 끌어안는 그들..

지운.. 장생의 등을 투덕이며, 

 

 

" 넌.. 내 평생.. 제일 멋진 친구였다. "

 

장생.. 지운의 등을 쓸어내리며.. 

 

 

" 너도 그래! 

너 같은 잘난 친구를 얻는 게.. 

내겐.. 정말 행운이였다 !

고맙다!

많이 배우고.. 떠난다. "

 

 

공길에게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던 장생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지운.

몸을 돌려.. 다시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 간다. 

 

공길이.. 없는.. 그 길을.. 

 

 

' 잘 가.. 공길아.

내가.. 태어나.. 처음 좋아한 사람.. '

 

 

 

 

#.  교 방 

 

 

" 지운이 니가 .. 그리 얌전히 학문에 전념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거다.

대견해.. 자랑스럽다! 아우야.

자! 형이 주는 거니.. 오늘은 모처럼.. 맘껏 마셔라! "

 

 

그날.. 두 사람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지운은.

다른 사람이 된 듯.. 변해 있었다.

 

훤한 얼굴에 떠나지 않던 유쾌한 웃음이 사라지고,

그토록.. 누구에게든.. 너스레를 잘 떨던 그가..

말수가 적어졌단 것이.. 그를 낯설어 보이게 하는 가장 큰 변화였다.

 

그가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 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으나,

밖으로만 돌고, 과거 급제해서 벼슬길에 오르려 애쓰는 양반들을

속물 취급하던 그였기에..

그토록.. 집을 갑갑해 하던 그가.. 문밖 출입도 안한 채,

방에 홀로 틀어박혀 있는 시간이 길어져도..

그 누구도, 그가 과거 준비를 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던 것이다.

 

대감마님 또한, 그가 집에 머물러 있다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놓이는 눈치셨는 데..

 

두문불출하던 그가, 며칠 다녀올 때가 있다며, 행장을 꾸려 나가더니..

과거시험을 보고 왔던 것이다.

집안 사람.. 아무도.. 꿈에도 생각지 않았던 일이였으니..

그가 과거 급제했단 소식을 들었을 때도

다들.. 남의 일인 듯.. 제 귀를 의심했던 게..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벌써.. 그가.. 그렇게 관료가 되어 조정의 녹을 먹게 된 지도..

삼 년여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늙은 유모와 막일 해줄 하인 한명만을 대동하고 한양으로 떠났던 지운.

그동안, 정신없이 일에만 몰두해 있던 그가, 

몇 달만에.. 집에 다니러 오자, 

지석. 그와 함께 얘기 나눠 본지도 오래되었다며.. 

한사코 마다하는 그를 끌고, 취월관을 찾았던 것이다. 

 

밖으로만 돌던 시절.. 지운과 취월관의 인연을 알리 없는 지석은 

혼기가 넘었는 데도.. 도통 여인네들에겐 관심조차 없는 듯, 

일에만 몰두하는 지운이 걱정되어, 

일부러, 이름난 교방을 찾았던 것이고, 

그곳이.. 취월관 이였던 것이다. 

 

형의 말에.. 그냥 씨익 웃어보이며, 술잔을 받는 지운.

 

 

" 새삼스레.. 벼슬 자리가 탐났던 것.. 아니구

그냥.. 내 나름의 방식으로.. 이런 사람도 될 수 있구나.. 하고 

내 자신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도 있어. 

꼭.. 벼슬길에 올랐다고 해서, 전부 탐관오리나 되는 건 아닐테니까..

내가 머릿속으로 그려왔던 것들을..

 실현해 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거잖아.

직접 일해보면서.. 조정 관리들에 대한 생각도 좀 바뀌었고,

청렴하게.. 백성들을 위해서,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시는

존경할 만한 어르신들도 꽤 있어.

물론.. 많진 않지만.. 후훗..

 

지금이 좋아.

 

아직은 배우는 중이고,

언젠간... 내 뜻이 현실로 이뤄질 날이 오겠지. "

 

 

 

지석. 그렇게 말하고 있는 지운의 눈이.. 반짝이고 있는 것을

분명.. 보았다.

 

 

" 그래.. 니가.. 행복해 보여.. 다행이다.

그치만.. 지운아.

그냥.. 괜한 생각일진 모르지만.. 너 말야.

많이.. 쓸쓸해 보인다.

난.. 너도.. 어서 좋은 배필 만나서.. 자식도 낳고.. "

 

 

지운.. 웃는 낯으로.. 지석의 말을 가로막으며 ,

 

 

 

" 형.. 알아.. 형이 걱정하는 거.

근데.. 지금은.. 그냥 놔둬.

그게. 뭐.. 그리 중요한가?

 

형은.. 사랑을 해본 적 있어?

지금.. 형수님을.. 사랑하냐구.. "

 

 

지석.. 지운의 말을 들으며, 별소릴 다한다고.. 피식 웃어버린다.

 

 

" 글쎄다..

그냥.. 적당히 나이 찼으니, 부모님 뜻에 따라,

얼굴한번 못 봤던.. 여인이랑 혼인이란 걸 했지..

머리 굵어질 떄까지야.. 늘 방안에 틀어박혀, 책상물림이나 했으니..

사랑이란 걸.. 해볼 틈이 있었겠냐?

 

그냥.. 내 곁에서 묵묵히.. 내 아내의 자리를 지켜주고 있는 니 형수에게

고마운 마음.. 그 마음으로.. 정으로 사는 거지.

너 임마!

정이 더..무서운 거야! 하하하.. "

 

 

 

지운.. 형의 말에.. 함께 따라 웃으며,

 

 

 

 

" 난.. 해봤어. 사랑이란 거.

 

처음엔.. 그 사람이.. 내 심장 반을 뚝! 떼어간 것처럼..

가슴 한쪽이.. 뻥 뚫린 느낌이였거든.

그 틈으로.. 찬바람이.. 숭숭 드나드는 것처럼..

어찌나.. 아프고.. 시리던 지..

차라리.. 이런 거.. 몰랐더라면.. 하기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감정..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하고.. 죽는 거 보단,

행복한 일이 아닌 가 싶어서..

내게.. 그런 감정을 알게 해준.. 그 사람한테 감사하고 있어..

그 사람을 알기 전의 세상이.. 어땠는 지..

생각나지 않을 만큼..

다시.. 사는 것.. 같거든..

 

하하.. 내가 형보다 낫지? "

 

 

지운의 말을 듣고 있던 지석..

오 년 전.

아무 말도 없이.. 수척해진 얼굴로.. 몇 년째 소식없던

지운이 돌아왔던 그 날.

난생 처음 보았던, 지운의 눈물을 떠올린다.

 

그날의 약속대로.. 지석은,

그 이후, 단 한번도.. 그날의 일을 언급하지도.. 묻지도 않았었다.

지석.. 머릿속에 떠오르는 지운의 눈물을 애써 지워버리며,

아무렇지 않은 듯.. 밝게 웃어보이며, 말을 잇는다.

 

 

" 그래..임마! 니가 나보다 낫다!

근데.. 그렇게 절절한 사람을 왜 떠나보낸 거야?

지금은.. 어디 있는 데?

다른 이랑.. 혼인이라도.. 한게냐? "

 

 

" 후훗.. 그 비슷해.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그 사람 곁엔.. 이미 있었거든.

그 사람이 알려준 게.. 또 한 가지 있네.

세상엔.. 아무리 간절히 원해도.. 가질 수 없는 게 있다는 것.

 

아마..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 거야.

 

자! 내 잔도 받아 형! "

 

 

 

두 사람..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기울이는 데..

밖에서..

 

 

 

" 월향이라 하옵니다.

안으로 들어도 되겠습니까? "

 

 

지운. 형을 바라보며,

 

 

 

" 누구 부른 거야? 

에이.. 괜찮은데.. 그냥 형이랑 둘이 마시는게 편해.. "

 

 

 

지석.. 지운에게,

 

 

" 임마.. 너 때문에 일부러 부른거야.

얼마나 부르기 힘든 사람인 줄 아냐?

남들은 그 얼굴한번 보려고, 목 빼고 기다리는 사람이라구..

기대도 안했는데.. 이리 쉽게 응해주는 걸 보고..

나도.. 놀랐다니깐..

 

흠흠.. 어서 들게! "

 

 

드르륵...

 

 

하얀.. 버선코가 보이도록, 푸른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올리고

타래머리를 멋들어지게 틀어 올린, 화려한  옷차림의 기녀 월향이

비단보로 싼 가야금을 한 팔에 끼고, 안으로 들어선다.

지석.. 그 모습에.. 지운의 귀에 대고, 연신 감탄사를 연발하며..

 

 

 

" 역시.. 미색이 소문이 날만 하구나..

어떄? 부르길 잘했지? "

 

 

지석의 말은 듣는 중.. 마는 둥..

방안으로 들어선 기녀 월향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지운.

그의 입가로..

반가운 웃음이.. 천천히.. 번져 간다.

 

 

" 하마터면.. 감쪽같이 몰라볼 뻔 했소.

정말.. 기녀가.. 되었구나.. "

 

 

의아한 눈을 두 사람을 번갈아 보고 있는 지석에게 살짝 미소르 지은 후,

지운에게로 고개를 돌린 월향.

미소를 띤 두 볼에 생기는 볼우울이.. 낯익다.

 

벌써.. 오년 이란 세월이 흘렀다.

앳된 얼굴의 소녀.. 다리의 모습은 이제 어디에도 찾아보기 힘든데..

그녀의 미소만은.. 한층 더 매력적으로 변했을 뿐..

그 시절. 그대로 이다.

 

 

" 형.. 내 옛 벗이요..

음.. 그렇지.. 평생 못잊을 친구지..

나처럼.. 그 사랑이란 놈 덕에.. 맘 한구석이

시커멓게 멍든 사람이지.. "

 

 

월향.. 그의 말에..

 

 

" 그 사랑이란 놈이.. 몹쓸 것만은 아닌 가 봅니다.

토련님이나.. 저나, 그 녀석 덕에..

이렇게.. 제 길을 찾아 걷고 있으니 말입니다. "

 

 

지석.. 지운의 옆구리를 툭툭 치며,

 

 

" 그럼.. 너의 그 절절한 연인이.. 월향이 이사람 이였더냐? "

 

 

지운, 지석의 말에.. 그냥 미소만 짓고 있따가..

 

 

 

" 차라리.. 그 사람이 기녀였더라면, 좋았겠지..

다 버리고, 그 사람 손잡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했을 거야.

허허.. 형도 참..

괜한 생각말고, 술이나 해요!

이보게.. 그간에 갈고 닦은 .. 자네 재주나 좀 보여주게

 

소문이 자자하다지?

 

우리.. 이밤이 다 가도록.. 못다한 옛 이야기나 하자구.. "

 

 

 

월향. 들고 들어온 가야금을 무릎위에 올려놓고는 연주를 시작한다.

술잔을 기울이며, 그녀의 연주에 귀를 기울이는 지운.

가끔씩.. 그녀와 눈이 마주칠 떄면.. 두 사람만이 아는

마음속에 아직까지.. 살아 숨쉬는 그들이 떠오르는 지..

월향과 지운.

두 사람의 입가에..

아련한.. 미소가 떠오른다.

 

 

 

 

#. 청나라 휘소의 집

 

 

 

" 정말.. 두 사람이 함께 앉아 있으면,

꼭 한 배에서 나온 형제 같다니깐..

어쩜 저렇게.. 분위기도.. 외모도.. 닮았을까? "

 

 

연희를 위한 무대를 짓는 공사현장에 나가, 직접 두 팔 걷어붙이고

인부들과 함께 작업을 하느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뽀얗게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집으로 돌아온 휘소.

후원의 연못가에 앉아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는

공기로가 현을 바라보며, 뒤따라 들어오는 장생에게 말을 건넨다.

목에 두르고 있던 수건으로 몸에 묻은 먼지를 탁탁 털어내며,

걸어 들어오던 장생.

휘소의 말에.. 저만치 앞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씨익하고.. 웃어보인다.

 

정들었던 이들과 떨어져, 도망치듯 이곳으로 왔떤 게..

바로 어제 일 같은데..

어느덧.. 이곳에서 다섯번째로 맞는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다.

지운이 미리 박연수에게 부탁을 해놓았던 지라..

청에 도착하자마자, 현이 객주에서 사람을 보내주어,

헤매고 말고 할 것도 없이 수월하게 객주까지 찾아올 수 있었고,

그 후 얼마 뒤..

 

현의 소개로 휘소의 일을 함께 가게 되었는 데..

휘소와 지운이 함께 하고 있던 일은 .. 그들이 당도 했을 때

이미 막바지 작업이 한창 진행중이였다.

극본을 쓰는 작업을 하던 휘소는, 이곳저곳을 다니며,

길거리에서 공연을 하는 우인들을 만날 때 마다,

그들의 열악한 환경을 보며, 늘 안타까워했었고,

무지막지한 매질과 굶주림 속에 생활하고 있는 어린 광대들을

수도없이 보아왔었기에..

그들이 모여, 정말 재주있는 예인 밑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마음껏 자신의 재능을 키워갈 수 있도록..

그들을 위한 곳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천하다 손가락질 받기는 조선이나, 청이나, 별반 다르진 않았으니..

그들로 인해 웃고, 즐기면서도..

그들이 그런 대우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여겨왔던 이들이

태반이였던 그때에..

시대를 앞서간 그의 생각이.. 남다르다.

 

그가 이러한 뜻을 품고, 어렵게 일궈낸 그곳은..

어찌보면, 현재의 예술학교라고도 할 수 있겠다.

자신의 뜻을 굳히고, 어느정도 윤곽이 잡히자, 휘소는

일단 현과 상의 하여, 그 규모를 정하고,

장안 외곽 쪽에 적당한 땅을 매입한 뒤, 공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 작업은 지운의 생각도 많이 반영이 되었던 것이였기에..

작업을 시작하며, 휘소는 계속하여,

조선에 머물고 있는 지운에게 와줄 것을 청하였으나,

지운이 한사코 거절하는 통에.. 홀로 진행하고 있던 터였다.

 

공길과 장생이 합세를 한 후에,

현에게는 실질적으로 건물을 짓고, 나라의 허가를 받는 일이나,

경제적인 면에서의 조언을 많이 받았으며,

장생은 직접 현장에서 휘소의 곁을 지키며, 공사 진행을 도왔다.

공길은 그 사이.. 현과 함께, 휘소가 눈 여겨 보았던 예인들

몇몇을 직접 만나, 그들에게 이곳의 취지를 알리고,

아이들의 교육을 맡아주기를 청하였다.

이와 동시에.. 재능은 있으나, 여러가지 여건이 여의치 않아

배움의 기회가 없었떤 아이들을 찾아, 이곳으로

하나 둘.. 모으기 시작했다.

이렇게..

청에 도착하자 마자, 정신없는 하루하루가 흘러갔다.

그로부터.. 이년 여의 시간이 흐르고..

그토록.. 오랜 시간을 공들인 이곳

'휘 원 '이 완성 되었다.

 

 

 

" 이곳의 이름을 무엇을 짓지?

그래.. 현아.. 너의 이름을 따서 짓자 ! 응? "

 

 

"아냐.. 이건.. 너의 평생의 꿈이 모인 곳이잖아.

음.. ' 휘 원 '이 어떨까?

빛을 발하다의 '휘(輝)'와 원하고 갈망하다의 '원(願)'

이곳에 모인 모두는.. 저마다, 자신만의 재능이 빛을 발하는 그날을 위해

땀 흘리는 이들이잖아.

빛을 발하기를 갈망하는 이들이 모인 곳!

좋지 않아 ?"

 

 

이렇게.. 현의 제안으로

시대를 앞서갔던.. 휘소의 소망이 만들어낸 이곳의 이름이 정해졌다.

배움에 목말라하던 아이들은 난생처음으로 그들만을 위한 곳에서.

자신의 재능에 따라.. 소리며 악기를 다루는 것, 극을 위한 연기까지..

다양한 것을 실제 수년간을 극을 이끌었던 예인에게

 직접 배울 수 있게 되었고..

현과 공길이 열심히 발로 뛴 덕에,

예술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떤 왕실이나, 귀족들 중 몇몇의

든든한 후원자까지 모을 수 있게 되었다.

모두의 열정이 모인 '휘 원'은 짧은 시간동안 이였지만,

조금씩 튼튼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이곳이 생기고, 지난 삼년여의 시간동안,

밤낮없이 익혀온, 저마다의 재응르 발휘할 수 있도록

이번 겨울에는 특별한 일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동안 도움을 준 후원인들은 물론,

열린 마음으로 힘껏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그 자리를 맘껏 즐기고자

하는 이라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도록,

' 휘원'의 넓은 마당에서 큰 연희를 열기로 한 것이다.

 

이곳을 이끄는 데..

안 팎으로 도왔던 공길과 장생 또한

그날의 연희를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얘기에 열중해 있던 현과 공길이..

저만치서 걸어들어오는 장생과 휘소를 보고는 손짓을 하며,

자리를 내어준다.

휘소.. 얼른 현의 곁으로 다가가 털썩 앉더니..

앓는 소리를 하며, 현의 어꺠에 기대는 데..

 

 

" 으.. 현아..

이젠 나도 늙었나 봐... 이거 하루하루가 달라.

장생이 저 친구는 훨훨 날아다니는 데..

난.. 이곳저곳.. 안 쑤시는 데가 없다.. "

 

 

그런 휘소를 바라보며, 현.. 그의 등 뒤로 다가가

어깨를 주물러 주며,

 

 

" 그러게.. 누가 그렇게 무리를 하래?

적은 나인가? 남들은 할아버지 소리 들을 나인데.. 훗..

엄살 피우지 말고, 어서 들어가서 뜨거운 물에 좀 담그고 나와

일찍 자.. 그래야 피로가 좀 풀리지.. "

 

 

한 걸음도 못 옮기겠다며, 늘어져 있는 휘소의 팔을 잡아끌어,

집안으로 데려가던 현이..

뒤를 돌아보며,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공길과 장생을 향해,

한쪽 눈을 찡긋 해 보인다.

두 사람.. 그 모습을 보며, 기분좋게.. 웃어보이는데..

 

 

" 길아.. 저 두 사람. 참  보기 좋지 않니?

많이 힘들었을 텐데..

지금은.. 두 사람.. 참.. 편안해 보여"

 

 

장생에게.. 시원한 물을 따라주던 공길.

 

 

" 장생아.. 행복하니 ? "

 

공길의 뜬금없는.. 말에.. 장생. 길의 뺨을 쓰다듬으며,

 

" 공길아.. 행복하니? "

 

 

하고 되 묻는다.

마주보고, 말없이 미소만 짓던 두 사람.

제 뺨을 쓰다듬는.. 장생의 손을 잡으며.. 공길이 말한다.

 

 

" 그.. 두 사람.. 잘 지내고 있겠지?

우리가.. 평생 못잊을 두 사람..말야.

두 사람도.. 행복할까?

다시.. 만날 날이 올까? "

 

 

장생.. 말없이.. 공길을 바라본다.

 

 

 

 

#. 취월관.. 연화의 방

 

 

 

오년 전,

연화에게 공길과 장생을 함께 청으로 보내려 한다는 말을 하러

이 방에.. 지운이 들었을 때,

그녀는.. 지운의 눈을 차마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안간힘을 쓰고 있는 그 모습을

마음이 아파서.. 차마 볼 수 없었더랬다.

그 후로..

지금껏.. 그의 얼굴을 단 한번도 보지 못했었다.

아마도.. 그 시간동안.

지운은.. 공길과 관련된 모든 이들.. 모든 것으로부터..

철저히.. 떠나려 안간힘을 썼던 것이리라..

 

첫날 밤에.. 그토록 절절하게 마음에 담았던 이를 다른이에게 보내며,

제 손으로 그의 짐을 꾸려주었던

다리.. 그녀는 또 어떠했으랴..

그를 떠나보낸 후,

저보다 어린 동기녀들 틈에 섞여,

죽을 힘을 다해, 재주를 익히는 데에만, 

온 정신을 집중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다른 기녀들은.. 동기들과 섞여, 농 한번 나누는 일 없이,

밤낮없이 그날 배운 것을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그녀를

독하디 독한 것이라며.. 혀를 내둘렀을 정도였다.

 

그 어린 마음이.. 얼마나 타들어가고, 시퍼렇게 멍이 들었으면..

그리도 제 몸을 한 시도 편히 두질 않을까..

애처롭고.. 또 애처로워..

등 뒤에서 가만히 눈물 짓던.. 연화였다.

 

참으로.. 아프고.. 힘든 시간이였지만,

시간은.. 쉼없이 흘러줬고,

그렇게.. 벌어진 상처도.. 조금씩.. 아물어 갔다.

 

 

정식으로 기적에 이름을 올린 다리에게, 연화.

그녀의 기명을 지어주고자, 그녀를 불렀을 때,

이미 제 마음속에 새겨둔 이름이 있었던 지..

월향이란 이름으로 정하겠따 하는 그녀에게.. 연유를 묻자,

 

 

"월 향 (月香).. 달의 향기라는 뜻이지요.

제게 소중한 이들은.. 모두 이글거리는 붉은 태양보다는

달을 닮은 이들이였습니다.

그들을 알게 되었기에.. 모질게도 아팠으나.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지요.

아파도.. 잊고 싶지 않습니다.

차가우나, 태양보다 뜨겁고,

어두우나, 햇살아래 꽃보다.. 향기로운 이가.. 되고 싶습니다. "

 

 

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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