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 종 회 >
- 그리고.. 다시 여기에 -
#. 청나라, 휘원의 공길과 장생의 방
" 길아! "
햇살이 따스하게.. 쏟아지는 창가에..
한 손으로 턱을 괴고는.. 창 밖에 시선을 고정한 채, 앉아있는 공길.
무슨 생각에 잠겼는 지.. 몇 번을 부른 다음에야..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려, 등 뒤의 장생을 바라본다.
" 어? 언제 왔어? "
장생.. 길이 어깨를 쓰다듬으며.. 그 곁에 앉는다.
" 길아..
그럼.. 된거야.
이제. 우린.. 그냥 지금까지 처럼..
그렇게.. 잘 지내면 돼.. "
" 장생아"
" 오 년이야.
이 곳에 와서.. 지금껏 줄곧..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단 한번도.. 입 밖으로 이름조차 불러본 적 없지만.
너도.. 나도..
단 한 순간도.. 잊어본 적 없잖아.
지운이도.. 다리도.
오년 만에.. 처음으로.. 두 사람에게 내민 손이야.
이곳에 와달라고.. 청한 것 만으로도..
우리 마음.. 전해졌을 거야.
이제..우린..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거야.
두 사람을 다시 보게 되면,
음...
그래.. 그건.. 그떄 생각하자!
아마.. 지금.. 미리 연습하지 않아도.
두 사람을 만나면..
자연히 알게 될꺼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그러자.. 우리. "
말을 마친 장생이.. 공길의 어꺠를 토닥이며, 활짝 웃어보이자,
그제야.. 공길의 입가에도.. 해사한 미소가 번진다.
#. 연희의 날
몇 개월을 꼬박 밤샘도 마다하지 않고, 준비한 근사한 무대가
불그스름하게 노을이 깔린 휘원 뒷마당에 우뚝 서서
그 위용을 자랑한다.
무대의 맨 앞줄에는.. 오늘 무대의 주인공일 휘원의 가족들이
한 명, 두 명.. 초대한 지인들과.. 후원자들을 위한 자리가 마련되었고,
그 뒤에는.. 자유롭게 누군든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널따랗게.. 멍석이 마당 가득 깔려 있다.
공연 시작이 얼마 남지 않아서 인지..
모두들 하나같이 긴장과 설렘이 가득한 얼굴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 한가운데.. 공길과 장생이 있다.
무대에 오를 아이들의 옷 매무새를 챙겨주고,
분장하는 것을 하나하나 확인하느라, 눈 돌릴 틈도 없이 바쁜 공길.
공연중에 혹시나 일어날 지 모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무대 이곳저곳을 돌며, 하나하나 점검하고 있는 장생.
어느 덧..
하나 둘.. 들어서는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분주한 현과 휘소.
그리고..
무대 뒤, 이곳 저곳에서..
옹기종기 모여, 함께 무대에 설 친구들과 입을 맞춰보는 아이,
춤 사위를 연습하는 아이..
악기 연습을 하는 아이들로.. 시끌벅적한 휘원의 풍경에서..
막.. 살아 꿈틀대는 생명력이 물씬 풍겨온다.
휘원의 입구에서 연신 고개를 숙여, 들어서는 손님 한명, 한명과
인사를 나누던.. 휘소의 입에서.. 순간 탄성이 터진다.
쑥쓰러운 듯.. 싱긋 웃으며, 지운이 들어선 것이다.
" 이봐! 이게 누구야! 지운이 아냐!
이 친구.. 그리고.. 고생을 시키더니..
이렇게 멀쩡히 두 발로 걸어들어 올 것을.. 왜 그리 애를 태웠어?
허허.. 반가우이... "
지운을 넙죽 안아보는 휘소를 떼어 놓으며,
" 이렇게 환대해주실 줄 알았으면, 그만 빼고
못 이기는 척.. 한번 올껄 그랬네..
신수가.. 훤~ 하십니다.
공연 못 볼까봐.. 시간 맞춰오느라.. 애 먹었소!
자.. 함께 온 분도 있으니..
못 다한 얘긴 차차 하기로 합시다.
인사해요. 이쪽은.. 다리..
아니.. 월향이라 합니다. "
곱게 쪽진 머리를 귀 뒤로 빗어 넘기고, 탐스러운 머리엔 옥비녀를 꽂은
단아한 모습의 다리가..
살포시 웃으며, 머리 숙여 인사를 하자,
휘소. 얼른 정중하게 예를 갖춰, 고개를 숙인다.
다른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던 현도, 지운을 발견하고는
한달음에 달려와 그를 품에 안는다.
그 모습을 보고는 .. 곁에 섰던 다리. 한껏 웃음을 머금고는..
" 부럽네요.. 도련님은.. 어딜가나, 이리도 그리워 해주고,
반겨주는 이들이 있으니..
샘 나는 데요? "
현.. 그녀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인사를 나눈다.
지운이 그녀를 소개하려 하자,
다리.. 지운의 말을 가로막으며,
" 다연이라 불러주세요.
오늘 하루는. 그 이름으로 불리고 싶네요.
제 이름인데.. 제가.. 버린 이름이거든요. "
볼 우물이 곱게 패인 얼굴의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어 보인 후에..
현.. 앞장서서, 지운과 다리를 객석으로 안내한다.
공연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리고, 화려하게 등불을 밝힌 무대위에
진지한 얼굴의 아이들이.. 하나 둘,, 오르고,
그들만의 공연이.. 시작된다
모두가 한 데 어우려져,,
누가 뭐랄 것도 없이.. 함께 웃고, 함께 눈물 지으며,
연희에 흠뻑 빠져들고,
몇 식경이 훌쩍 지나.. 마지막 공연 순서까지 모두 무사히 마친 후,
땀 범벅으로.. 발갛게 상기된 얼굴의 아이들도..
열린 마음으로 마음껏 공연을 즐긴 관객들도..
모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일어서서
폐허위에서 일궈낸 열정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끝난 것 같던.. 무대위가.. 서서히 어두워지고..
식지 않는 열기에 도취된 듯.. 약간의 소란스러움이.. 연희장을
매우고 있을 때였다.
불이 꺼졌떤.. 무대위에.. 공연을 했던 아이들이..
하나.. 둘 씩.. 손에 촛불을 든 채, 어둠을 밝히며, 무대로 오르고,
관객들의 눈앞에..
무대의 장막 뒤에 감춰져 있던, 또 하나의 무대가 펼쳐진다.
색색의 천으로 장식한 튼튼한 기둥을 무대 양쪽으로 마주하게 세우고,
그 사이에.. 탄탄하게 매어진.. 줄의 양 끝에
공길과 장생이 서 있다.
거기 모인 관객의 대부분이.. 청나라 사람들이였던 탓에,
생전 처음 보는 .. 줄 위의 두 사람을 보고는..
모두가.. 의아한 표정으로 웅성이고,
군데군데 모여 앉았던.. 조선 사람들은..
그리운 고향의 사람냄새 물씬 풍기던..
장터의 광대들이 떠올라.. 반가움에 탄성을 지르기도 하고,
눈시울을 적시기도 한다.
이미.. 어둠이 깔린 밤.
기분 좋은.. 늦가을의 시원한 바람이..
높은 곳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는 두 사람의 뺨을
시원스레 훓고 지나간다.
어둠 속이라선지.. 등불로 불을 밝힌, 줄위의 두 사람이
언뜻 보면, 마치.. 허공 위에 떠 있는 듯.. 아슬아슬하게 보인다.
줄 위에 마주서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던 공길과 장생.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신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발 아래.. 객석으로 시선을 떨군다.
어둠속을 뚫어져라.. 휘 둘러보던 두 사람의 얼굴이..
발그레 하게 상기되는 가 싶더니..
금세.. 환한 웃음이.. 번진다.
무대 맨 앞줄에.. 앉아 있떤 지운과 다리가,
두 사람을 바라보며, 환히 웃고 있다.
지운.. 두 사람에게
엄지 손가락 하나를 세워, 높이 들어 올려 보인다.
그것을 신호로.. 공길과 장생.
마주보며, 심호흡을 한 뒤,
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록.. 빠르게! 순식간에.. 줄 한가운데로 뛰어든다.
모두의 숨이.. 한 순간에.. 딱! 멈춘 듯..
장내가 .. 조용해지고,
두 사람.
새 처럼.. 하늘 위로.. 훌쩍 날아오른다.
아주.. 오랜만에..
함께 줄을 타며, 공길과 장생.
신나게 한바탕.. 웃어 재낀다.
' 길아..
나.. 참.. 행복하다! '
' 장생아.
나도 그래..
참.. 행복해! '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로 날아오른 두 사람이.
마치 그대로 허공을 가로지르며, 새처럼 날아올라..
밤하늘의 별이 될 것만 같다.
줄위의 두 사람도..
줄 아래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 또 다른.. 두 사람도.
오랜 시간동안..
비좁은 가슴속에 깊이 박혀, 심장을 옥죄여 왔던
지독한.. 그.. ' 사랑 '이란 녀석을
가만히.. 내려 놓아본다.
원해도 가질 수 없어.. 더욱 더 아프고 안타깝게 만들었던
엇갈린 인연도..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어리석은 열망도..
모두 다.. 놓아버리고..
기분 좋은 바람속에.. 터져 나오는 즐거운 웃음 속에..
미련 없이.. 던져 버린다.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대못처럼.. 커다란 아픔이라 여겼는데..
그렇게.. 속 시원히.. 꺼내어 놓고 보니..
너무도 작은 티끌이더라..
나와 너를 ..
그토록.. 아프고 힘들게.. 옭아 매었던 것은..
전부이자.. 시작이라 여겼던
' 사 랑 '
그것이 아닌..
' 사 랑 ' 조차도.. 어둠속에 묻히게 만들어 버렸던..
욕심과 욕망 이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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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시간이였지요.
장난처럼 시작된.. 이들의 이야기가.. 깊이 제 가슴에 박히게 된 것이
말이지요..
이들을 통해..
많이 느끼고.. 많이 생각하였더랬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엔.
또 다른.. 공길, 장생, 지운.. 다리.. 현과.. 휘소와 같은 이들이
웃고.. 울며... 살아가고 있겠지요.
제 겐.. 너무도 많은 선물을 안겨준
이들의 이야기를 쓰면서..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모두들.. 행복하시기를..
추신:
번외편으로.. 쓴.. 올리지 못한 글은..
소원대로.. 책으로 엮게 되면.. 그곳에 실겠습니다.
^^
이 상!
고양 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