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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어느 한 작은 일

이창원 |2007.03.19 22:28
조회 20 |추천 0

미국 남서부에 사는 A씨는 무역업에 종사합니다.

 

주로 일본과의 무역을 하는 그의 회사는 갈수록 성장하여

 

지금은 아주 큰 기업이 되었습니다.

 

처음에 그가 얼마만한 규모로 시작했는지는 저도 모르나

 

지금은 기중기로 대형 컨테이너 수백 개를 배에 실어

 

일본에서부터 미국까지 가져와 파니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제가 그를 직접 만나 사람 됨됨이를 확인한 것은 아니나

 

주워 들은 바와 그가 이룬 바로 짐작해 볼 때 성실하고 착실하다 말할 수 있겠습니다.

 

 

겨울이 슬슬 찾아오던 어느 날 A씨는 때에 맞추어 일본에 물건 주문을 합니다.

 

주문하는 물건의 종류와 양이 손으로 셀 수가 없고 오고 가는 돈도 수억을 넘으니

 

경험 많은 그가 어련히 알아서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쩌다가 그가 큰 실수를 했습니다.

 

그저 각각 종류별로 적당량 사오던 일본 우동 시리즈가 있는데,

 

그 중 빨간 포장의 우동이 한 컨테이너 통째로 수입된 겁니다.

 

실수로 빨간 포장의 우동만 무려 한 컨테이너를 주문했지만,

 

겨울이 다 지나갈 무렵, 물건이 도착해서야 그는 자신의 실수를 알았습니다.

 

다시 태평양 건너로 반품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들어 어쩔까 고민한 그는,

 

결국 평소에 잘 알던 거래처들에게 원가 이하로 급 처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미국 해안가 따뜻한 지방에서 몇 없는 일본 전문 가게를 찾다 보면

 

만날 수 있는 한국인 한 분이 바로 저희 아버지이십니다

 

어느 날 아버지께서는 참 바보 같은 이야기 하나를 들으셨습니다.

 

잘 알던 무역상인이 자신의 실수로 우동만 무려 한 컨테이너를 수입했다는 겁니다.

 

아버지가 가게를 하신지 겨우 일년 남짓, 아는 무역상이 많은 것도 아닌데

 

어떻게 자신이 알던 사람 중에 이런 우스운 일이 생겼는지 재미있어하십니다.

 

그 무역상이 계속 말하기를 기왕 사온 물건 얼른 처분해야 하니 싸게 팔겠다는 겁니다.

 

아버지는 두 말 안 하시고 다른 우동 시리즈와는 별도로

 

빨간 포장의 우동을 몇 박스 더 구입하셨습니다.

 

 

할아버지 B씨는 미국 남서부에 사는 노동자입니다.

 

그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는 모르나 막노동인 것만은 들어서 압니다.

 

그를 처음 봤을 때, 비록 옷은 남루하고 외모도 깔끔하다고는 못하지만

 

전체적으로 환한 할아버지 특유의 미소와 당당한 풍채는 좋은 인상으로 남았습니다.

 

 

할아버지 B씨는 가난하여 적지 않은 나이에도 일을 해야만 하는 처지이지만,

 

그런 그에게도 그만의 사치가 있습니다.

 

어떤 일본 회사에서 나오는 빨간 포장의 우동이 그것인데

 

맛이 아주 그만인게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가 않습니다.

 

 

그가 사는 주변에도 일본 가게가 몇 있지만 그가 가는 곳은 따로 있습니다.

 

그 지역에서 우동을 가장 싸게 파는 가게인데 주인도 참 좋은 사람이여서

 

그는 조금 멀더라도 그 가게만 갑니다.

 

 

그가 가게 안을 들어가면 가게 주인은 반갑고 기쁜 표정으로

 

그에게 인사말을 건네면서 다가옵니다.

 

건네는 인사말의 발음과 악센트는 어색하지만 정이 넘침니다.

 

그리고 아내에게 그가 왔다는 것을 큰 소리로 알려줍니다.

 

가게 뒤에서 식사 준비를 하던 아내는 하던 것을 두고 빠른 걸음으로 나옵니다.

 

아내가 그와 반갑게 인사하고 말을 나눌 때 주인은 창고로 갑니다.

 

주인이 따로 손님의 말을 듣지 않고 곧바로 창고로 간 것은

 

그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매번 같은 우동을 사간다는 걸 잘 알기 때문입니다.

 

또 그 우동이 그의 작은 사치인 것도 주인은 압니다.

 

 

B씨는 우동 값을 지불 할 때 오늘은 평소보다도 더 싸다는 걸 알고

 

주인에게 물어보니 주인은 별 말을 안 합니다.

 

사실 그 일본 가게에는 B씨를 위한 우동이 항상 준비되어있습니다.

 

주인이 빨간 포장의 우동이 새로 들어 올 때면 항상 일부분을 가게 뒤에 숨겨두어

 

팔지 않고 B씨가 언제 오든 간에 건넬 수 있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따로 우동을 준비하고 기다리다가 B씨가 오면 반갑게 맞이하며

 

원가로 우동을 파는 것은 주인과 그의 아내 밖에 모르는 사실입니다.

 

특히 이번에 들어온 우동은 급 처분된 것을 사와서 원가보다도 싸게 팔게 되었습니다.

 

 

어찌 되었던 간에 오늘은 B씨에게 기분 좋은 날 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빨간 포장의 우동을 아주 싼 값에 샀을 뿐만 아니라

 

한 박스나 되는 우동을 주인의 아들이 차까지 들어 다 준다고 하여 수고를 덜었습니다.

 

반년에 한번 와서 열흘 정도밖에 머물지 않고 돌아간다고 하는데 딱 그 때에 온 것입니다.

 

 

이야기가 조금 길었지만 여기까지가 가난한 한 할아버지께서 자신의 작은 낙인

 

빨간 포장의 우동을 원가보다도 싸게 사가게 된 경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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