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경과와 향후 과제
박종운(변호사, 기독변호사회 사무국장, 장추련 법제정위원장)
2007. 3. 6. 17:30경 출석 국회의원 197명 중 196명의 찬성으로 역사적인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습니다. 행정부로 넘어가서 대통령이 서명한 후 공포되면 그로부터 1년 후에 시행됩니다. 이제 사실상 행정적인 절차만 남은 것입니다.
그동안 모두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특히, 추운 날씨에 마지막까지 농성장을 지켜주신 여러 장애인 당사자와 활동가들께 위로와 감사를 드립니다. 찬 바람 몰아치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 도로, 그곳 농성장으로 달려가 축하 행렬과 함께 하였을 때, 문득 지난 몇 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눈물이 핑 돌더군요.
돌이켜보면, 2002년도에 열린 네트워크의 ‘장애인차별금지법(안)’,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장애차별금지법(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이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대선 공약으로 채택되었고, 2003. 3. 15.에는 법제정위원회가, 4. 15.에는 한국장총과 장총련, 제3그룹 등 장애인 단체들이 총 결집하여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추진연대’(장추련)을 결성하였습니다. 이후 수 십 차례의 공청회와 토론회, 국토순례가 이루어졌고, 2003. 11. - 2004. 3. 약 4개월에 걸쳐 구체적인 조문화 작업을 위해 장애인 당사자, 활동가들과 함께 토론하고 논쟁하고 서로를 설득하는 작업을 진행하였으며, 마침내 2003. 5.경 법제정위원회안이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습니다. 그후에도 장추련 내부 토론, 외부 토론, 전문가 토론을 걸쳐 수차례 수정된 장추련안은 의원입법을 시도한 끝에 2005. 8.경 민주노동당(대표발의 : 노회찬)을 통하여 국회에 제출되었습니다. 그러나, 국회는 우리의 의도와는 달리 법안 심의를 법제사법위원회가 아닌 보건복지부로 배정하였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차별금지법안 제출 예정, 정부안 미제출 등을 이유로 상정조차 하지 않은 채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2006년 상반기에는 불가피하게 인권위 점거 농성이 이루어졌고, 마침내 인권위에서는 차별금지법 논의와는 별도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개별법으로 제정될 필요가 충분히 있음을 대외적으로 공표하게 되었고, 이때부터 대통령 자문기구인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차별시정위) 주관으로 장추련과 정부 각 부처가 민주노동당안, 결국은 장추련안을 놓고 협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한편, 그 즈음에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을 통해 성장과 성숙을 거듭한 장애인 당사자, 활동가들은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국제장애인권리협약에 참여하여 장애여성 조항을 삽입하는데 직접 기여하는 등 중요한 성과를 남기게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국내에서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경제단체들을 향한 농성, 시위 투쟁이 계속되었습니다. 차별시정위에서의 협의는 민주노동당안을 원안 그대로 관철시키고자 하는 장추련 측과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대폭 변경, 삭제를 요청하는 정부 각 부처간에 팽팽한 신경전이 계속되면서도,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쟁점에서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였고, 그 결과 차별시정위 조정안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신속한 입법을 위해 위 조정안은 열린우리당으로 넘겨졌고, 열린우리당은 위 조정안을 기초로 약간의 변경을 가해 여당안(대표발의 : 장향숙)으로 발의하였으며, 그 즈음에 발의된 한나라당(대표발의 : 정화원)과 함께 3당안이 모두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되었습니다. 보건복지위원회 및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거듭된 논의 끝에 여당안을 기초로 약간의 첨삭을 하는 정도에서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겼으며,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충돌되는 몇 가지 조문만 손질하는 선에서 국회 본회의로 상정하였습니다. 그리하여 2007. 3. 6. 장추련 법제정위원회가 결성된지 딱 4년만에, 그 말할 수 없는 여러 난관을 뚫고 마침내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정말이지 감사한 일입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장정을 준비해야 합니다.
①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추진연대’를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감시 및 개정 추진연대’로 개편해야 합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대로 시행되는지 감시하고, 문제점이 발견되면 해결책이 무엇인지 탐구하며, 문제 해결 방법이 개정이라면, 법 개정, 제도 개선을 위해 준비해야 합니다.
② 공포 1년 후 시행에 발맞추어 시행령이 제정되어야 하는데, 최근에 차별시정위를 중심으로 관련 각 부처가 합동으로 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시행령 제정 과정을 감시하고 법안의 내용과 취지에 맞는 제대로 된 시행령이 나오도록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투쟁해야 합니다.
③ 관련 법령의 개정에 나서야 합니다. 특히, 인권위법 관련 조항을 개정하여야 합니다. 통과된 법안에 의하면, 차별시정기구는 인권위 내에 ‘장애인차별시정 소위원회’ 형식으로 존재하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인권위법을 개정하는 작업을 통해 소위원회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나아가 인권위가 제한적이나마 시정명령권을 갖도록 협력해야 하며, 더 나아가 다른 차별 영역에도 적용될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선도적으로 앞장서서 싸워야 합니다.
④ 장애인권리협약이 국회에서 비준되도록 투쟁하여야 합니다. 또한 비준 과정에서 관련 법령의 개선에 떨쳐 나서야합니다.
장애인 당사자들과 활동가들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의 성공에 대해 충분히 기뻐하고 넉넉하게 축하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서서히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최소한 향후 1년은 위와 같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떨쳐 일어나야 합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제정은 우리나라 장애인의 차별과 인권 문제 해결에 있어서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에서 멈추지 말고 계속하여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을 감시하고 문제점을 개선해 나감으로써 이 법이 살아있는 법, 실효성 있는 법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장애인의 힘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하였다!
실효성 있게 집행되도록 감시하고 투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