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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 이현도는 이렇다.

황종식 |2007.03.21 08:52
조회 40 |추천 0

 

 

그는 노래뿐 아니라 패션면에서도 아주 획기적인 변신을 했다. 마치 데드마스크와도 같은 가면에 위압적인 선글라스, 거기에 고구려 시대 무사들의 머리를 본딴 말총머리.

 

미국에서 솔로 앨범을 준비하면서 의상 20벌을 새로 맞췄다. 

 

귀걸이와 코걸이, 그리고 지팡이까지 완벽하게 구비하고 나면 이건 마치 '갑옷'을 입은 듯한 느낌이다. 그는 이것을 '21세기 바로크 스타일'이라고 부른다. 대중가수는 음악뿐 아니라 보여주는 것에서도 프로여야 한다는 믿음이 있다. "이미지 변신에 아주 만족해요. 강렬한 인상을 풍겨서 그런지, 다들 용기가 가상하대요. 최대한 당당한 모습을 연출하고 싶었어요." 

 

변한 것만큼 잃은 것들도 많다. 가장 가까운 친구의 죽음을 치르면서 별의별 종류의 어려움을 다 겪었다. 그래서 이젠 쉽게 사람들에게 마음을 내주지 못한다. 타협이나 이해보단 그때그때 다이나믹하게 반응하는 일이 많아졌다. 남들은 그런 그를 두고 좀 과격해졌다고 말한다. 

 

음악이 듀스 때보단 좀 얌전해진 것같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슬픔이 강조했기 때문에 그런 것같다. 하지만 완전히 변한 건 없다. 듀스의 흐름이 계속된다고 보건, 아니면 아주 새로운 음악이라고 해석하건, 그건 전적으로 팬들 마음이다. 어느 쪽이 되건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가수가 된걸 딱 한번 후회한 적이 있다. 성재가 죽었을 때다. "내가 먼저 그 녀석을 꼬드겼거든요. 녀석의 죽음이 다 저 때문인 것같았어요. 그때 한 세 달쯤을 아무것도 못하고 슬럼프에 빠졌었어요. 면도는 커녕 세수도 전혀 못할 정도로. 그러다 문득 생각했어요. 이게 성재가 원하는 게 아니겠구나. 그때부터 다시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죠." 

 

그는 화가 날땐 그때그때 분노를 터뜨리는 성격이다. 

 

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참 많은 것이 변했다. 그러나 참 이상하게도, 막상 '진짜로 개같은 경우'를 당하면 그냥 느끼기만 할 뿐 아무런 대책도 없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게 정말 스트레스인데, 어쨌든 별 다른 방법은 없다.  성재의 죽음을 맞았을 때도 딱 그런 상황이었다. 답답했다. 

 

그러나 이젠 선선글라스 속에 자신을 감출 줄도 안다. 그는 거짓말에 대해, 그리고 비겁함에 대해 아주 공격적인 태도를 취한다. "두 말할 가치도 없어요.  

 

제가 극도로 싫어하는 것들이에요. 사람이 가장 싫어지는 이유이기도 하죠." 그는 말을 길게 늘이는 법이 없지만, 매번 확실한 감정이 묻어난다. 단 몇 마디로도 좋고 싫은 것들을 분명히 드러낸다. 

 

그런데 우습게도, 요즘 가장 자주 사용하는 단어는 '다음엔 뭐야?'다. 늘 스케쥴에 쫓기다 보니 무드없이 그렇게 되어 버렸다. 그래서 그나마 단답형으로 똑 떨어지는 그의 말투는 더더욱 실용적인 것으로 바뀌어 버렸다. 

 

 

 

 

댄스 가수로 데뷔한 지 벌써 3년이나 되었다. 

 

그동안 잃은 것, 사라진 것들도 많다. 그 중에서 가장 아쉬운 건 '친구, 사적인 시간, 그리고 여자친구'. 인기를 얻는 것과 비례해서 주위에 모여드는 사람들은 많아졌지만, 갈수록 진짜 마음을 줄 수 있는 친구들이 줄어드는 걸 느낀다. 

 

한동안 깊이 사귀었던 여자는 이미 세 달 전에 깨끗이 끝났다. "서로 바쁘다 보니 저절로 멀어지게 되더라구요. 

 

그걸 버티기가 참 어려워요. 그래서 요즘은 슬슬 걱정이 되기도 해요. '인간 이현도를 이해해 줄 여자가 과연 있을까?' 하고. 이름값만 보고 다가오는 사람들도 많죠. 한 3년쯤 가수 생활 하다보니 참과 거짓을 구분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어쩌면 이것이 나이먹는다는 걸 뜻하는 걸까? 

 

성숙해진다는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지만 그래도 왠지,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최근 일주일간을 돌이켜 봐도 별로 기억에 남는 만남이 없다. 현재 그에게 유일한 '의미있는' 만남이라면, 무대 위에서 마주치는 팬들과의 만남뿐. 

 

"꿈같은 건 안 꿔요. 현실에서도 꿈 속에서도." 

 

그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을 흘깃 바라보면서 그렇게 말한다. 스스로를 판단하건대 그는 염세주의자에 가깝다. 물론 개인적인 측면에서의 이야기가 아니라, 세상에 대한 관점으로 치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회의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철저하게 실망했다고 부연한다. 그가 문득 사자 이야기를 꺼낸다.  

 

"왠지 저랑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강하면서 동시에 외로운 녀석이잖아요." 

 

 

 

 

화려한 조명, 귀가 찢어질 듯 외쳐대는 팬들의 환호성. 그런 무대 위에 설 때면 그는 정말 말할 수 없이 황홀해진다. 일단 거기 오르면 모든 잡념들이 사라진다. 그저 열심히 해야겠다는 새삼스런 생각뿐. "아마 이건 직접 서 본 사람만이 알 거예요. 사람을 빨려들게 하는 아주 강렬한 맛이 있어요. 그게 절 끊임없이 유혹하는 거죠." 

 

반면에, 그로 하여금 끊임없이 도망치고 싶어지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거짓말하는 언론들. 거짓된 모든 것들이 가장 그를 피곤하고 절망하게 만든다. 그의 성격이 그렇다. 싫으면 싫고 좋으면 좋고. 구분이 확실하다. 

 

그런데 상대방은 그렇지 않을 때가 많아서 쉽게 상처를 입곤 한다. 

 

"고집이 아주 세졌어요. 거의 모든 걸 저 혼자서 결정해요. 다른 사람들은 책임감없이 쉽게 충고하곤 하죠. 이젠 저 자신만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타협 안 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껴요." 단호해 뵈는 그의 모습. 어찌보면 참 외로워도 보인다. 그렇게 되기까지 그가 받았을 상처의 골이 참 깊은가 보다. 


 

 

 

이현도에 대한 모든 잡다한 인터뷰 끝부분에 꼭 언급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부분은, 묘하게도 그의 음반 첫머리에 관한 것이다. '두 잇!' 음반 맨처음에 박혀 있는 기막힌 인트로 부분, '운명에 맞서다'. 

 

인생에 대한 그의 의지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부분이다. 

 

미친 듯 서정적인가 하면 폭발적이기도 한 음악의 끝에 들릴듯 말듯 '헉,헉!'하고 터져 나오는 신음소리. 희망도 아니고 그렇다고 절망도 아닌 듯한 묘한 여운. 그것은 지난 일 년간 뜻밖의 소용돌이를 거쳐 온 그의 느낌과 너무나 닮아 있다. 모든 고뇌와 배반에 대해 '정면으로 맞서는' 외로운 사자의 모습. 그렇게 그가 다시 돌아왔다. 한때 둘이었던 시절은 가고 이제는 홀로 사람들 앞에 선 것이다. 마치 사자처럼, 외롭지만 당당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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