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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이 지났습니다.

김은준 |2007.03.23 19:01
조회 17 |추천 0

 

 

한 여자의 남편이 된지도 벌써 한달이 지났습니다.

유학을 가야하는 큰 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함께 있는 것이 좋아 책 한번 들쳐보지 않았습니다.

 

잘 안입는 정장을 요즘 자주 입습니다.

정장을 입고 가야하는 일도 많이 생겼지만 그러지 않는 자리에도 정장을 입게 됩니다.

왜냐하면 어디를 다녀오면 사랑스런 아내가 옷을 받아줍니다.

저는 그게 그렇게 좋습니다. 수족을 놀리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배려와 그 사랑이 고맙고 마음 뿌듯합니다.

 

라면을 많이 먹습니다. 그것도 늦은 시간에 말입니다.

아내가 음식을 잘 못해서가 아닙니다. 출출하다고 입만 떼면 언제했는지도 모르게 맛있는 라면이 차려집니다.

늦은 시간에 아내와 장난치면서 먹는 라면맛은 그야말로 일품입니다.

 

요즘 들어오는 돈은 없고 쓸 돈은 많아서 저나 아내나 그리 풍족하게 살지 못합니다.

어제는 '괜히 힘들지?' 라고 물었봤다가 고개를 돌렸습니다.

'괜찮아.. 쓸데도 없는 걸... 오빠랑 같이 있는데 뭐. 암것도 필요없어'

눈물이 핑돌아서 괜히 마우스 휠을 돌리며 화면이 잘 안내려 간다고 투정을 부렸습니다.

안 하리라 굳게 마음 먹었던 사교육의 세계로 다시 돌아가고픈 맘이 생겼습니다.

 

한달동안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안아줘' 입니다.

설겆이 하고 돌아서는 아내에게 고생했어 하면 '안아줘'

새벽예배 마치고 와서 아파트 엘레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쳐다보면 '안아줘'

빤히 쳐다보면 기다렸다는 듯이 '하루에 세번 안아줘야 해'

이불펴고 샤워하고 오면 '안아줘'

지하철 환승하면서 바삐 걸어오는데 한참 뒤쳐지더니 '안아줘'

시아버지, 시어머님께 싹싹하게 잘하는 걸 보며 웃고 있으면 '안아줘'

 

뭐든지 안아줘하고, 안아주면 뭐든지 만사 OK입니다.

 

덕분에 나는 사람을 기가막히게 안는 방법을 알았습니다.

주문을 외우듯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가슴으로 말하는 방법도 알았고 말입니다.

어제 아내의 호적을 말소했습니다.

혼인신고와 전입신고를 동시에 했습니다.

미루다 미루다 그럼 한달되는 날에 하자고 약속하고 실행에 옮긴 것입니다.

 

'이제 너는 미아리집 사람이 아니라 우리집 사람이야.. 이제 네 본적도 내 본적이랑 같고..

 너의 등본을 떼면 아버지의 자부라고 나올꺼야.. 이제 기혼녀고..'

혼자 주절대고 나오는데 뒤를 돌아보니 눈물을 훔친 모양입니다.

눈물이 글썽이는 두 눈으로 '그러니까 이젠 나한테 잘해줘야 해.. 안아줘'

 

시동을 걸면서 '암 잘하고 말고.. 그럼 잘할께.. 평생 너만 보고 사랑하며 살께' 하고 마음으로 소리질렀습니다.

 

이따 오후에 아내와 점심 약속이 있습니다.

설레입니다.

 

좋은 아내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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