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동산에서 나무를 지게에 한짐 지고 와 늦가을 초가집에 연기를 올린다.
가마솥에 고구마를 넣고 삶아 우리 형제들의 저녁을 대신한다.
따뜻한 온돌방에 육남매 둘러앉아 어머님의 소쿠리에서 고구마를 배급받는다.
내 고구마와 옆에 있는 형제들 고구마를 눈으로 잰다.
자꾸만 옆에 있는 고구마가 커 보인다.
점심 굶은 저녁이라 물이라도 많이 먹자
고구마 세 개에 물 한 사발 석 자도 못 된 창자 고구마로 채우고
잠시 굶주림 잊은 밤이 평화롭다.
- 中里 鄭文秀 님의 '어머니의 강'에서 』
△ 황토 고구마두어 주전, 인사뒤끝 오고가는 사람들로 술렁거리는 와중에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고구마 박스작업을 하고 있으니, 한 박스 가져다 먹을텐가?’ 시뻘건 황토가 작업복에 덕지덕지한 주름이 깊게 패인 말 그대로 농사밖에 모르고 살아오신 듯한 그런 분이다. 언젠가 한번 필자를 찾아와 이것저것을 물으시기에 아는 범위 내에서 소신껏 상담을 해 드린 적이 있는데, 수개월이 지나서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니 황송하기만 했다. ‘고맙습니다’라며 전화를 끊었어도 막연했다. 운전을 안 하는 건지, 못 하는 건지 뚜벅이(?) 신세다 보니!
사실, 지난 설 명절을 앞두고도 그런 일이 있었다. 평소 알고 지내던 분이 고구마 상자를 사무실로 가지고 오셨다. 참으로 난감했다. ‘설 명절 선물 안 주고 안 받기운동’ 을 전개하고 있으니! 하지만, 돌려보낸다는 게 도리가 아니다 싶어 노동운동(?)을 하면서 알게 된 모 처(?)에 택배로 보냈다. 반응은 몇 일후 (인터넷) 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사무실에서 날것으로 깎아먹고, 밥솥에 쪄먹고, 고구마밥까지 지어 먹었다’ 면서 깜짝(?)선물에 좋아라 하며 고맙다는 얘기를 침이 마르도록 해주니!
서두에 인용한 ‘中里 鄭文秀’님의 ‘고구마’라는 시에서 그려지는 모습은 먼 나라의 얘기가 아니다. 60년대 아니 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우리네 농촌마을 어디서나 볼 수 있었던 그런 광경이다. 사람 입맛처럼 간사한 게 없다고 했던가! 또, 남아도는 쌀도 처리(?)가 곤란해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마당에 웬 고구마 타령(?)이냐며 반론을 제기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달랑 고구마 세 개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하던 때가 분명 있었다는 것이다.
묘판 설치작업을 끝내고, 질 좋고 맛있는 고구마를 생산해 내기 위한 작업들이 한창이다. 언덕배기 덩치 큰 밭을 통째로 헤집어 새로운 흙으로 복토를 하고, 둑을 짓는 작업으로 대형 농기계와 중장비소리가 요란하다. 또, 제 값을 받기 위해 출하를 미뤄 둔 고구마박스 포장작업으로 아주머니들의 손놀림이 분주하기만 하다.
'고구마 저장고지원 사업은 없당가!' 옛 명성을 되찾고 있는 밤고구마의 저장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줄이고, 소비패턴에 부응하여 연중 공급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두어 해 전까지 자체사업으로 지원을 했던 ‘고구마저장고 사업’ 을 물어 오는 것이다. 웰빙 선풍과 함께 수요가 늘면서 재배면적 또한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재배 작기(作期)야 양파․ 마늘과는 다르기에 대체작목은 안된다 치더라도 농가소득은 대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체계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겠다 싶어서 늘 고민해 오고 있었는데.
재배농가의 얘기를 옮기자면, 10~11월 수확을 해서 기존 방식대로 저장을 할 경우 그 기간이 길어야 이듬해 1~2월. 3월을 넘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저장고 벽면에 우레탄 등 단열재를 사용하고, 습도조절 장치와 온도조절기, 송풍시설을 겸비할 경우 이듬해 5월까지도 저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수확기 홍수출하로 인한 가격 폭락도 막고, 또 요즘처럼 돈줄(수입원)이 막연하기만 한 시기에 제 값을 받고 출하를 하게 되면 재배농가에게는 ‘일거양득’ 이라는 것이다. 또, 시설투자비 정도는 당해 년도에 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설비가 만만치 않으니 방법을 모색해 달라는 얘기다.
문제는, 이런 의견들이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수차에 걸쳐 거론되어 군정에 반영코자 해도 고구마라는 작목이 필자가 몸 담고 있는 지역을 포함 해안선지역에 한정되어 재배되니, 행정을 하는 사람들이나 이런 의견을 대변하는 사람들이나 소홀해 질 수 바에 없다는 것이다. 한미 FTA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뼈조각(?) 쇠고기를 수용하고 쌀을 지키느냐! 아니면, 줄 바에는 속 시원하게 준다고 일방적인 ‘퍼 주기식’ 협상으로 끝날 것이냐! 하는 문제는 지켜 볼 일이다. 하지만, 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없듯 농사꾼은 농사를 지어야 한다. 다만, 이제는 돈이 되고 소득이 되는 농사를 짓어야 하고, 그렇게 하도록 해야한다.
상놈은 나이가 벼슬이라고 했던가! 필자 또한 불혹을 훌쩍 넘기다 보니, 서두에 인용한 작품 속에 얽힌 고구마에 대한 추억들이 그리워 진다. 30여년 전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봤던 어린애 키 높이만 하던 항아리 속에서 내뿜던 고구마술 익는 냄새가 목젖을 자극하는 것만 같으니! 그런 추억과 그런 맛을 간직하고 있는 이가 몇 이나 될까? 웰빙 선풍과 함께 새로운 소득작목으로 부상하고 있는 고구마에 대한 안목 높은 시책과 지원방안을 검토할 때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