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남자..
나는, 그 시절의 나는,
그게 최선을 다하는 건 줄 알았어_
일을 하다가 새벽 두세시 쯤 잠이 들어도,
다섯시면 일어나서 너한테 전화를 걸었지.
" 일어나, 학원 늦겠다. 따뜻한 물이라도 마시고 나가. "
전화를 끊고 나면, 자리에 누운채로 내내 널 쫓아 다녔어.
' 지금쯤은 세수를 하겠지. 현관을 나서겠지. 사당... 노량진...
이젠 학원에 도착했겠구나... '
그러다 까무룩 잠이 들어 버리면, 난 항상 지각이었어.
머리도 못 말린 채
허둥 지둥 엘리베이터를 타면서도
너한테 꼭 메시지 한 통은 남겼지.
' 나 출근함. 아침 꼭 챙겨 먹을 것. '
니가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어울릴 때면,
난 니가 있는 곳 어디쯤 커피값을 아끼려고
건물 입구쯤에서 기다리다가
널 택시에 태워서 바래다주곤 했어.
니가 집으로 들어가고 나면,
난 택시비가 없어서
걷고 또 걷고...
나는 그게 너한테
최선을 다하는 건 줄 알았어_
그래서 난 니가 구속이니 어쩌니 말할 때면,
무지 서운했어.
헤어지고도 오래오래 원망했고 ..
그런데 ..
나이를 한 살씩 먹으니까,
이제야 알 것 같네.
나 혼자 사랑했던 것 같아.
내가 사랑하고,
나만 사랑하고,
너를 사랑하는 내 모습을 사랑하고 ...
너도 많이 힘들었겠다는 걸.
나는,
이 나이가 되어서야 알 것 같다_..
그 여자..
설날 집에 갔을 때,
엄마가 손에 들려 준 보따리.
냉장고에 그대로 넣어 두었다 이제야 풀어 봤는데
참 별것 별것이 다 들어있다.
풀기도 어렵게 봉지마다 꽁꽁 싸 놓은 건,
김치에, 깨소금에, 고추장, 집간장까지 ..
예전에 난 기차 안에서 냄새난다고,
슈퍼에 가면 다 있다고,
그걸 기어이 현관에 놓고 오는 못된 딸이었지_
그런데 이젠 안 그래_
자더라도 밥 먹고 자라고
아침 일곱시면 기어이 깨우는 성화도,
끝도 없이 이어지는 똑같은 잔소리도,
이젠 그러려니 ...
이게 엄마의 사랑이려니 ...
지금만큼 나이를 먹어 너를 만났더라면
너한테는 그렇게 못되게 굴지만은 않았을 텐데..
좀 귀찮아도, 좀 답답해도
날 내버려 두라고 소리치기 보단
" 좀 다른 방식으로, 날 사랑해 줄래? "
부탁할 수 있었겠지_
그 땐 너무 어렸던 것 같아.
너한테도 사랑이었을 텐데_..
니 사랑을 몰라 주었던 거 ,
나밖에 몰랐던 거 ,
그래서 너무 못되게 굴었던 거 ...
너무 늦었지만, 미안했어_...
그남자, 그여자 中 '그 시절의 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