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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신 찾는 여자

이혜림 |2007.04.04 11:36
조회 12 |추천 0


아니, 찬물도 위아래가 있는 거죠,

 아침 식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

 폭탄선언을 했습니다.

 만나고 있는 남자가 있는데,

 이번 주에 우리 집에 인사를 시키겠다는 거예요.

 그러더니, 저에게

 

 "청첩장은 언니가 다 알아서 해 줘.

  언니가 청첩장 디자이넌데,

  동생한테 그 정돈 해 줄 수 있지?

  미안해..어쩔수 없잖아. 나도 이제 곧 서른인데"

 

  이러더라구요.

  순간, 밥풀이 목구멍에 걸려서 사레가 들었어요.

  기침을 하고, 밥상에 밥풀이 다 튀고..난리가 났죠.

  그랬더니 참고 있던 엄마가

  드디어 한 말씀 하시더군요.

 

  "누가 데려갈지..내 딸이지만 정말 걱정된다. 걱정돼"

 

  신경질이 나서 더 이상 밥을 먹을 수가 없었어요.

  모자만 눌러 쓰고 현관문을 꽝, 닫고 나와 버렸습니다.

  왜 다들 못 보내서 안달인지 모르겠어요.

 

  서른 넘고는 명절이나

  무슨무슨 이름 붙은 날이 제일 싫어요,

  며칠 후면 아버지 생신이신데,

  야근 있다고 핑계대고

  어디 찜질방이나 가 있어야겠습니다.

 

  지하철엔 연인도 참 많네요. 저렇게도 좋을까요?

  주위 사람들 눈은 아랑곳하지도 않고,

  여자가 남자 무릎에 누워 아예 잠이 들어 버렸네요.

 

  전화가 왔어요.

  며칠 후에 청첩장을 찾으로 오기로 한 사람인데,

  오늘 샘플로 나온 걸 한 장만 달라네요.

  알았다고 했어요. 다 무슨 이유가 있겠죠.

  신부가 어리면 확실이 예쁘긴 한 것 같아요.

  방금 전화한 손님도 스물대여섯 쯤 된 것 같은데..

  웃는 모습이 정말 천사처럼 예쁘더라구요.

  왼쪽 볼에 보조개가 쏙 들어가면서..

  사실, 뭐 저라고 그런 드레스 입고

  가고 싶지 않아서 안 가는 거겠어요?

  어찌어찌하다보니 나이만 들고,

  특별히 이뤄놓은 일도 없고,

  여러 친구들 사는 모습 보니까, 눈만 높아지고..

  그러는 거죠...

 

  저도 알아요, 점점 따지는 거 많아지고,

  까다로워지고 있단 거...

  하지만, 그렇다고 나이 때문에

  평생 같이 살 사람을 대강 고를 순 없잖아요.

  전, 한 번 끝까지 내 마음에 꼭 드는 남자..찾아볼래요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주위의 따가운 눈총은 상관하지 말라고,

  언젠가 딱 맞는 짚신을 찾는 날이 찾아올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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