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니, 찬물도 위아래가 있는 거죠,
아침 식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
폭탄선언을 했습니다.
만나고 있는 남자가 있는데,
이번 주에 우리 집에 인사를 시키겠다는 거예요.
그러더니, 저에게
"청첩장은 언니가 다 알아서 해 줘.
언니가 청첩장 디자이넌데,
동생한테 그 정돈 해 줄 수 있지?
미안해..어쩔수 없잖아. 나도 이제 곧 서른인데"
이러더라구요.
순간, 밥풀이 목구멍에 걸려서 사레가 들었어요.
기침을 하고, 밥상에 밥풀이 다 튀고..난리가 났죠.
그랬더니 참고 있던 엄마가
드디어 한 말씀 하시더군요.
"누가 데려갈지..내 딸이지만 정말 걱정된다. 걱정돼"
신경질이 나서 더 이상 밥을 먹을 수가 없었어요.
모자만 눌러 쓰고 현관문을 꽝, 닫고 나와 버렸습니다.
왜 다들 못 보내서 안달인지 모르겠어요.
서른 넘고는 명절이나
무슨무슨 이름 붙은 날이 제일 싫어요,
며칠 후면 아버지 생신이신데,
야근 있다고 핑계대고
어디 찜질방이나 가 있어야겠습니다.
지하철엔 연인도 참 많네요. 저렇게도 좋을까요?
주위 사람들 눈은 아랑곳하지도 않고,
여자가 남자 무릎에 누워 아예 잠이 들어 버렸네요.
전화가 왔어요.
며칠 후에 청첩장을 찾으로 오기로 한 사람인데,
오늘 샘플로 나온 걸 한 장만 달라네요.
알았다고 했어요. 다 무슨 이유가 있겠죠.
신부가 어리면 확실이 예쁘긴 한 것 같아요.
방금 전화한 손님도 스물대여섯 쯤 된 것 같은데..
웃는 모습이 정말 천사처럼 예쁘더라구요.
왼쪽 볼에 보조개가 쏙 들어가면서..
사실, 뭐 저라고 그런 드레스 입고
가고 싶지 않아서 안 가는 거겠어요?
어찌어찌하다보니 나이만 들고,
특별히 이뤄놓은 일도 없고,
여러 친구들 사는 모습 보니까, 눈만 높아지고..
그러는 거죠...
저도 알아요, 점점 따지는 거 많아지고,
까다로워지고 있단 거...
하지만, 그렇다고 나이 때문에
평생 같이 살 사람을 대강 고를 순 없잖아요.
전, 한 번 끝까지 내 마음에 꼭 드는 남자..찾아볼래요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주위의 따가운 눈총은 상관하지 말라고,
언젠가 딱 맞는 짚신을 찾는 날이 찾아올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