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갈 때 몸 사리라는 말, 노 대통령이 허트로 듣지 말아야 하는데...
노무현 대통령은 8일 대학입시에서 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를 허용치 않는 ‘3불(不)’정책에 대해 “이것을 무너뜨리려는 사회적 흐름이 계속 있다. 우리가 이 점을 잘 방어해 나가지 못하면 진짜 우리 교육의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마치 교육전문가연하면서 툭 내던진 그 말이 얼마나 많은 함의를 담고 있는지 생각이나 하고 내지른 것인지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노대통령이 아마 FTA로 한껏 고무된 것 같은데, 아무리 착각은 자유라 해봐도 교육 분야에 문외한임을 속일 수 없는 것 같다. 하긴 경제 문외한이, 그것도 좌파 정치인이 우파적 정책의 백미라 할 수 있는 FTA를 성사시켰으니 그 기고만장하는 속내야 내 모를 바 아니지만, 뒷발로 닭 잡은 소 마냥 기고만장하는 줄도 알겠는데, 그렇다고 이번에는 개구리까지 잡으려 한다면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다.
그렇게 앞뒤 분별없이 더 이상 날뛰다가는 백만 대군을 살수에 수장시킨 우중문 꼴 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일단 을지문덕의 시조 한 수를 선물하련다.
與隋將于仲文(여수장우중문) 수나라 장군 우중문에게
乙支文德(을지문덕)
神策究天文(신책구천문) 신묘한 책략은 하늘의 이치를 꿰뚫고
妙算窮地理(묘산궁지이) 교묘한 작전은 땅의 지혜에 닿고
戰勝功旣高(전승공기고) 전쟁에 이긴 공이 이미 높으니
知足願言止(지족원언지) 만족함을 알았으면 그만둠이 어떠한 지...
노 대통령은 EBS를 통해 방영된 ‘본고사가 대학 자율인가’라는 주제의 특강에서 3불정책 변경불가를 외쳤다고 하는데, 분명 “지금 (교육) 위기의 원인을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 위기”라는 진단은 맞았는데, 3불 정책 고수 방침을 재확인했다는 돌팔이 급이 아니겠는가?
첫째, 대입 본고사 부활에 대해 그는 본고사가 부활되면 사교육이 넘치고 공교육은 완전히 붕괴될 것이며, 따라서 학부모는 등골이 휘고 학생들은 코피가 터진다는 것인데, 얼핏 맞는 말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 말은 점쟁이나 카운셀러의 말처럼 어떤 경우에든 해석에 따라서는 맞아 보이는 [같기도식 현혹화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그런 현혹화법에 속아 넘어가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이 있다면 그 점쟁이나 카운슬러의 그간 행적을 살펴보는 것 뿐이다.
노 대통령의 말에서 이미 가정부터 무너져 있음을 보면서 울화가 치민다. 본고사가 부활되면 사교육이 넘치는 게 아니라 이미 사교육은 넘치고 학부모 등골 휘고 학생들 코피 터진지가 오랜데 딴 세상 얘기처럼 암울한 현실을 미래의 어두운 전망처럼 그려놓고 SF소설이라 하는 격이다. 그간 평준화 정책을 좌파신앙처럼 밀어붙인 자신들의 정책실패에 대한 책임을 교묘히 회피하는 말이다. 참으로 비겁한 짓이다.
고교등급제에 대해서도 그는 고교등급제가 고교입시 제도와 중학교 입시제도라는 망령을 불러 오는 것처럼 대국민 협박을 자행하면서, 특히 특목고인 외국어고가 본고사를 주장하면서 학교를 흔드는 악령으로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고교등급제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 본인 스스로, 아니면 본인 머리로는 도저히 상상도 못할 고난이도 정책적 함의가 있다면 정책 보좌관에게 물어보기 바란다. 미리 답을 정하여 유도하지 말고 백지상태에서 진솔하게 묻고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수능등급제로 변별력도 사라진 상태에서 유일한 선발수단으로 쓰라고 강요하는 내신마저 인플레 현상으로 변별력이 사라졌는데 무슨 방법으로 객관적이고 공정한 선발을 하라는 말인가?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똑바로 하랬다고 먼저 대학들이 고교등급제를 원한 게 아니고 가용당한 내신 선발에 불가피하게 따라가야 하는 세트 메뉴일 뿐이다.
그리고 외고가 외국어 전문가를 양성할 생각을 안 하고 입시학원처럼 입시학교가 됐다는 주장은 진짜 무식하며 비교육적이고 비이성적인 발언이다. 외국어 전문가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고 그 필요성은 더욱 더 심화될 것이다. 그러나 대학을 안 나와도 아무 불편 없는 분야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밖에 없는지 나는 안 해봐서 잘 모르겠지만, 외교관은 말할 것도 없고 가이드만 외국어가 필요한 게 아니다. 외고도 고등학교일 뿐이며, 의사도 변호사도 경영자도 외국어를 잘해야 한다. 외국어는 그저 수단일 뿐이며 고등학교 수준에서 양성된 외국어 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분야가 얼마나 되는가? 그러니 대학입시에 매달리는 게 당연한데 그걸 망국의 주범으로 본다면 심각한 인식의 오류고, 대통령이 인식의 오류를 가지고 있다면 대한민국이 잘못된 것이다.
그는 “한국에 하향 평준화된 교육은 없다. 오히려 변별력의 기준을 바꿨으면 좋겠다”고 정책실패를 자인하기는커녕 자화자찬에 가까운 말로 일관하면서 “3불 정책을 빼고는 다 자율”이라고 했는데, 다 자율이라는 자율 중에 쓸만한 게 또 무엇이 있는가 묻고 싶었다. “현실과의 괴리감이 느껴지는 대통령의 인식에 답답함을 느낀다”는 학교 관계사, 교사, 학부모 등의 반응에 비추어 그것은 망언이라는 생각조차 든다.
FTA를 밀어붙일 때만 해도 그간의 좌파적 색채도 많이 희석됐다 싶었고, 그래서 좌파의 지지마저 잃었고 자신도 정치생명을 걸고 국가와 민족을 위한 용단을 내렸다고 했는데, 왜 FTA에서 교육 분야가 빠진 것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진짜 3불정책이 그렇게 우수한 정책이고, 국가와 민족에 필요하고 중산층 이하 전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왜 지금 10만명이 훨씬 넘는 유학생들이 해외를 전전하겠는가? 그들이 다 국가와 민족에는 관심없는 이기적인 상류층이며 매국노라는 말인가?
노 대통령의 3불정책에 대한 미련스런 집착에 소름 끼친 채, 강고한 좌파적 망령에 빠진 그를 다시 보면서 역시 사람은 죽을 때 말고는 변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유일하게 그의 발언 중 동의할 수 있는 거라고는 기여입학제에 대한 국민정서를 말하면서 “굳이 한두 개 대학을 위해 엄청난 사회적 갈등이 생기는 제도를 채택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뿐이었다.
世上有多呆人(세상유다매인)이라고 세상에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많다. 어찌 보면 그 많은 呆人(매인: 어리석은 종자)들 태반이 생각 없이 자리만 높아진 자들이 아니겠는가! 대통령은 아마도 그런 류의, 최고 반열의 呆人(최상급 어리석은 종자)이 되기 가장 쉬운 자리일 것 같다. 그래서 세상은 많은 전문가들을 필요로 하고, 대통령도 그 많은 보좌관을 거느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무튼 대한민국은 지금 재건축 중이고 재건축에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으려니 하면서, 그나마 부실공사는 하지 못하게 입주 예정자들이 잘 감시하자고 다짐하면서 일단 넘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