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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금단의페트 - promise - Chapter 4-1

홍한석 |2007.04.11 02:08
조회 43 |추천 0

금단의 페트(The forbidden pet) -

[애니, 소설 보러 오세요^ - ^]

이 름 배진국

제 목 금단의페트 - promise -
 
 
 
 
 "…실험체 하나가 도망쳤다고?"
 한 사내, 짙은 검은색 후드를 눌러쓴 사내가 눈앞에 무릎 꿇
 고 있는 한 남자를 보며 조금은 당혹스럽다는 듯이 그렇게 말
 했다.
 무엇이랄까, 상당히 이질적인 분위기가 가득 차 있는 방 안
 이다. 설명할 수 없는 기괴한 감정이라고 할까? 후드를 눌러쓴
 중년 사내의 말을 들으면서, 무릎 꿇은 남자는 언제 와봐도 기
 분 안 좋은 곳 같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지자크, 언제나 기분 나쁜 곳이라서 미안하군."
 후드를 눌러쓴 중년의 사내는 그렇게 불쾌한 감정을 표현하
 며, 자신의 수하를 잠시나마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시했다. 무
 릎 꿇은 남자는 한순간이나마 풀어져 있었던 자신을 저주하며,
 최대한 충성스러운 어조로 바닥에 닿을 정도로 더욱더 고개를
 숙이며 답변했다.
 "죄송합니다, 죽여주십시오."
 잠시 동안의 정적. 무릎 꿇은 남자는, 자신의 생명이 이렇게
 사소한 사건으로도 죽임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대신할 사람 또한 부족하지 않다는 사실도 충
 분히 알고 있었다.
 잠시 동안의 정적 후에, 후드를 눌러 쓴 중년 사내는 말을
 이었다.
 "뭐, 무슨 이유인지 말해보게."
 나의 생명은 연장되었다, 여기서 우물쭈물해 버리다가는 곧
 장 끝이다.
 최대한 빠르고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무릎 꿇은 사내는
 머리 속에 암기해 두고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며, 그렇게 말을
 이었다.
 조금은 황당할지도 모르는 그런 이야기… 하지만 듣는 입장
 도, 말을 하는 입장도 꾸밈없이 진지한 표정이다. 숨도 제대로
 쉬지 않고, 무릎 꿇은 사내는 빠르고 간결하게 사건의 정황을
 설명했다.
 후드를 눌러 쓴 중년 사내는, 자신의 수하의 말을 믿어야 할
 지, 아니면 자신이 직접 나서서 행동해야 될 것인지 잠시 고민
 하기 시작했다.
 "뭐, 나쁘지는 않겠지."
 성공하면 얻을 수 있는 것도 크다. 하지만 그 리스크 - 달콤
 한 사과나무 옆에는 끔찍한 독사가 있는 법이다. - 또한 만만
 치 않은 것이 될 것이다. 후드를 눌러쓴 사내는 자신의 앞에
 부복해 있는, 자신의 충성스러운 수하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을
 이었다.
 "수락하겠다."
 
 * * *
 
 나는 평범한 인간이다. 평범한 인간이라는 것은, 즉 '먹고,
 자고, 쉬고, 대·소변 싼다.' 같은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것들은
 최소한적으로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난 이 기본적인 세 항목조차, 침해받으며 그렇게 생활하고 있
 었다.
 뭔가 상당히 꼬아서 말한 것 같지만, 쉽게 풀어 말하자면 그
 냥 개고생 하고 있다는 소리다.
 아침에 검술 지도, 학교 가서 수업 듣고, 식당에 돌아온 뒤
 일한 다음, 저녁에 또 검술 지도…. 무엇인가 상당히 간결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게다가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 같은 것까지 잠을 줄여가며 했다, 가 아니라 해야
 만 했다.
 내가 무슨 드래곤이 폴리모프한 사람도 아니고, 이렇게 뼈빠
 지게 고생하는 이상 휴식을 취해만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이 더운 여름에 몸살나서 앓아 눕는다는 것이, 얼마나 추한 일
 이겠는가?
 오늘은 아이린씨가 하루도 빼지 않고 힘들게 일하는 나를
 가여워하며, 그 포악한 기르디에게 바득바득 우겨서 겨우 생긴
 휴일이었다.
 나는 정말 오랜만에 일어나야 할 시간이 훨씬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침대에 누워 그렇게 뒹굴 거리며 간만의 휴식을 즐
 기고 있었다.
 '학교 도서관이나 가볼까?'
 이렇게 느긋하게 쉰 후, 빠른 점심을 먹고 학교 도서관 - 자
 벨린의 도서관보다 더 시설 좋고, 책도 많았다. - 에 가서 책
 을 빌려 보는 것이다.
 그렇게 막 평화로운 휴일의 시나리오를 구상하며 즐거워하
 고 있을 때, 방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내 방 안으로 들어왔다.
 "뭐해?"
 여전히 노크라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 듯하군. 하여튼 난 침
 대에서 어기적거리며 일어나서 눈앞에 있는 엘프 소녀, 아이린
 씨에게 대답했다.
 "늦잠 자요."
 아이린씨는 그런 나를 바라보며, 한심스럽다는 듯 얼굴을 찡
 그리더니 말을 이었다.
 "아니, 하루 온종일 잠만 잘 꺼야? 그러지 말고 소풍 가
 자!"
 소풍? 어린아이도 아니고 무슨 소풍이야? 내가 그렇게 조금
 당혹스러워할 때 아이린씨는 빠르게 날 몰아붙이며 말하기 시
 작했다.
 "누구 덕에 생겨난 휴일이라는 건 알고 있는 거겠지? 은혜
 를 원수로 값을 셈인 거야? 게다가, 나들이옷도 준비해 놓았단
 말이야! 도시락은 이제 슬슬 준비할거고…. 하여튼 가는 거야,
 알았지?"
 으으, 여전히 목청 좋은 사람, 아니 엘프라니까. 이불로 귀
 전체를 덮었음에도 불구하고, 귀가 멍멍할 정도라니. 원래 엘
 프들이 저렇게 목소리가 큰 것인가?
 내가 막 엘프들의 생체 구조가 인간과 비교해 어느 정도 틀
 릴 것인가, 라는 주제로 생각하고 있을 때, 아이린씨는 '그럼
 어서 준비하도록!'하는 말과 함께, 내 방문을 걷어 차며 나가
 버렸다.
 휴, 하루도 진짜 편할 날이 없구나. 긍정적으로 생각해야겠
 지만, 절로 한숨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왕지사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즐겁게 노는 것이 아
 이린씨를 배려하는 일이겠지? …… 라고는 해도, 내 성격상 소
 풍가서 룰루랄라하며 즐겁게 논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 것이
 다. 크윽, 젠장!
 
 대충 몸을 씻고 식당의 주방 쪽으로 나가니, 기르디가 무엇
 인가를 손에 들고 내게로 다가왔다.
 내가 막 손에 든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려고 할 때, 기르디씨
 는 말없이 내 품으로 그것을 내밀었다.
 "이게 뭐죠?"
 "입고 가라는 군."
 내가 그것을 받아 들고 의아해하고 있을 때, 기르디는 별다
 른 말도 하지 않은 체, 주방 안 구석 쪽으로 걸음을 움직이고
 있었다.
 "옷이군."
 이게 그 아이린이 말했던 그 나들이 옷이라는 것인가? 하여
 튼 어떤 디자인일까 궁금하기도 했기 때문에, 난 옷을 입기 위
 해 내 방으로 다시 돌아갔다.
 대충 방에 도착한 나는 옷을 벗고, 그 나들이 옷을 입어보았
 다….
 흰색과, 하늘색으로 치장되 있는 반팔 셔츠와, 흰색의 반바
 지.
 잘 어울리는 것도 같았지만, 무엇인가 상당히 '발랄'한 디자
 인이다.
 '젠장, 이런 어린 티 나는 옷은 질색인데.'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평소에 입는 옷을, 입고 가기에도 조
 금 거리낌 드는 것도 사실이다. 비싼 돈 주고 산 옷을 입지도
 않고 버린다는 것은, 적어도 내 사전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
 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나는 그 '발랄'한 옷을 입
 은 체 아이린씨와, 시아가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 식당의 정문
 으로 걸음을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기사가 될 사람이 숙녀를 기다리게 하다니."
 숙녀? 여기 내 도움을 받아야 할 레이디가 어디 있다는 거
 지? 그렇게 내가 딴청을 부리고 있자, 아이린씨는 그런 나를
 바라보며 조금 인상을 구기더니, 곧장 밝은 표정으로 옆에 있
 는 시아에게 말했다.
 "오빠에게 귀여운 모습 좀 보여줘야지."
 그러고 보니 시아 녀석은 이상하게도, 왠지 겁에 질린 것처
 럼 아이린씨 옆에 바짝 붙어서 우물쭈물 내 눈치를 보는 듯했
 다.
 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바라보자, 빠르게 아이린 씨의 등
 뒤로 숨는다. - 뭐, 숨는다고 해봤자 눈을 빼꼼 내밀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지만…. - 조금 어이가 없어지는 순간이다. 평소
 에는 그렇게 어리광이 심하더니. 조금 배신감(..) 들어오기 시
 작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내가 조금 당황하고 있자, 아이린 씨가 미소 지은 얼굴로 나
 를 바라보며 말했다.
 "쑥스러워서 그래요."
 매일마다 얼굴 보며 사는데 새삼스럽게 뭐가 쑥스럽다는 거
 지? 이해가 안 간다는 내 얼굴을 보고, 아이린씨는 말을 이었
 다.
 "눈치 없기는…. 하여튼 이제 준비되었으면 출발합시다!"
 에휴, 모르겠다. 하여튼 유일하게 남자인 내가 도시락과 기
 타 필요한 물품들을 들고 가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투
 덜거려 봤자, 스스로만 낮추는 행동 같았기 때문에 나는 무덤
 덤하게 짐 더미를 들고는, 앞장서서 가는 아이린씨의 뒤를 따
 라서 천천히 걸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련의 성과인지, 뼈빠지게 고생한 보람인지 하여튼 조금은
 무거운 짐을 들고 그렇게 삼십여 분을 걸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지쳐서 탈진하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숨이 거칠
 어지고, 발걸음도 조금은 무거워져 오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렇게 슬슬 짜증이 들어오기 시작할 무렵 타이밍 좋게, 일
 행은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 도시에 이런 곳도 있었구
 나, 하는 생각이 들어오는 것이, 생각보다 전망도 좋고, 나무도
 많고 해서 나들이나 소풍을 하기에 적절하게 느껴지는 그런
 공원이었다.
 대충 전망이 좋아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돗자리를 깔고
 는 일행은 천천히 힘들게 걸어왔던 피로를 풀기 시작했다. -
 나는 그냥 자리에 누워서 잠이나 자고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들
 었지만, 그런 짓을 했다가는 저 아이린 씨에게 엄청난 갈굼을
 받을 테니, 한숨 쉬며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이린 씨는 바구니에서 차와 케이크를 꺼내 들고는, 시아와
 자신의 몫과 내 몫을 차례차례 배분해 주었다. 내가 그 차를
 받아 들고 곧장 단숨에 들이켜 버리자 아이린씨는 얼굴을 찡
 그리며 그런 나를 핀잔주었다.
 "조금은 향을 느끼며 여유있게 마시라고! 무슨 냉수도 아니
 고."
 냉수든, 차든 마실 것이란 의미에서는 일맥상통하는 건 마찬
 가지 아닌가? 내가 조금은 뚱한 표정을 지어 보이자, 아이린
 씨는 휴-하고 한숨지으며, 교양 떨며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내가 보기에는 그러한 모습이 더 추한 모습인데 말이야. - 먹
 을 것이란 생존을 연명하는 수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
 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아 녀석은 칠칠맞게도, 케이크의 크림을 입가에 묻히면서
 조금은 게걸스러워 보이게 먹고 있었다. 어지간히 단 것을 좋
 아하는 모양이다.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들고는 녀석의 입
 주위를 닦아주었다. - 녀석은 처음에는 내 손길을 고개를 돌리
 며 거부했으나, 내가 조금은 강압적으로 손으로 얼굴을 부여잡
 고 고정시켜 버리니, 얼굴을 붉히며 얌전하게 가만히 있었다.
 - 그렇게 차와 케이크, 과자 등을 먹으며, 숨을 돌리며 휴식을
 취하자 어느덧 시간이 흘러,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되었다. 아이
 린 씨는 바구니에서 도시락을 꺼내서 돗자리 위에 먹기 좋게
 나열해 두기 시작했다. 군침이 돌 정도로, 모두 맛있어 보이는
 것들뿐이다.
 
 하여튼 그렇게 기분 좋은 식사가 끝나 버리자, 슬슬 생리 작
 용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눈꺼풀이 무거워지며, 졸음이 오는
 것이다. 내가 그렇게 돗자리에 누워버리자, 아이린 씨는 조금
 얼굴을 찡그리기는 했지만, 별다르게 핀잔을 주지는 않았다. -
 아이린 씨도 내가 그동안 무척 고생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고 있었기에.
 누워서 눈을 감은지 얼마 시간도 지나지 않았지만, 자연스레
 졸음이 쏟아져 온다. 나는 그렇게 쓰러지듯이 잠들고 말았다.
 
 "일어나라고. 시아 다리 아프겠어."
 다리가 아프다니? 왜 다리가 아프지?
 아이린씨의 말은, 눈을 뜨자마자 이해할 수 있었다. 시아는
 내 머리를 자신의 허벅지 위에 올려놓은 체, 미소 지은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 나는 당혹스러워서 즉시 몸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
 얼굴이 저절로 붉어져 오는 것이, 새삼스레 저 녀석의 이중
 성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아이고, 눈꼴시러워서 정말… 하여튼 이제 어두워질 테니,
 슬슬 식당으로 돌아가자."
 아이린씨는 조금은 히스테리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자
 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그 때에…….
 "머리가 아파요."
 "머리가 아프다니?"
 시아가 내 어깨에 얼굴을 기대며, 그렇게 말하자 아이린 씨
 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녀석을 바라보며 대꾸했다. 시아는
 천천히 그 자세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며 허물어져 내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빠르게 녀석의 몸을 안아들었다.
 "뜨거워…. 불덩어리 같아."
 녀석의 머리에 손을 얹으니 저절로 그런 소리가 새어 나왔
 다. 내가 당혹스러워하자, 아이린씨는 재빠르게 내 품에서 시
 아를 낚아채서, 진지한 얼굴로 무엇인가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
 다.
 "질병 치료(cure disease)."
 아이린씨가 주문을 캐스팅하자,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와 시
 아의 전신을 덮었다. 그러나 그 마법을 받고도, 시아의 상태는
 나아지질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안색이 창백해지는 것이었
 다.
 "왜지? 주문이 전혀 먹혀들지 않아."
 아이린씨가 입술을 깨물며 그렇게 외쳤다. 어느새 시아의 입
 근처에는 실같이 붉은 피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죠?"
 내 질문에 아이린씨는 잠시 고민하더니, 곧장 바구니에 나들
 이 도구를 쓸어 담고는 내게 외쳤다.
 "어서 식당으로 돌아가자."
 
 침대에 시아의 몸을 내려놓으며, 나는 바닥에 털썩하고 주저
 앉을 수밖에 없었다. 녀석을 들쳐 업고, 정말 죽을 각오로 뛰
 어왔던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다리는 저절로 떨려오고, 심장
 은 터질 듯이 뛰고 있었다.
 하지만 녀석의 고통에 비하면, 나의 고통은 새발의 피였다.
 "비켜라."
 기르디는 어느새 다가와서 시아의 몸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
 런 그의 표정은 정말 오금이 저릴 정도로 살기에 젖어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시아의 온몸, 구석구석을 살펴본 그는 나지막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독은 아니군. 하지만 마법도 아니야."
 질병도 아니다. 하지만 독이나 마법도 아니다. 그렇다고 외
 상도 아니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 때문에 저렇게 된 것인가?
 방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한 아이가 도대체 왜 저렇게 된 것이
 지?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시아의 모습은 정말 죽은 시체처럼 창백해져 있었다. 입에서
 는 쉴 새 없이 붉은 피가 뿜어져 나온다. 나는 녀석의 손을 잡
 은 후, 연신 '이렇게 죽을 리 없어…'라고 자기 암시처럼 그렇
 게 말하고 있었다. 기르디는 옆에서 그런 나의 어깨에 손을 얹
 으며, 침착하게 위로하듯이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말도록. 반드시 죽게 놔두지는 않는다."
 그런 그의 말을 들었음에도, 나도 모르게 볼에서 눈물이 흘
 러나온다. 침대의 시트는 이미 녀석의 피로 새빨갛게 붉어져
 오고 있었다. 발작하듯이 몸을 경련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나
 는 녀석의 몸을 꼭 껴안으며 고정시켜 주었다. 하지만 내 몸도
 같이 흔들릴 정도로 엄청난 진동이었다. 쉴 새 없이 피는 뿜어
 져 나와, 내 얼굴과 온몸을 뒤덮기 시작했다.
 곧 문을 열고, 아이린씨가 재빠르게 들어와서 숨을 고른 후,
 기르디에게 말했다.
 "우리 힘으로는 어쩔 수 없어. '그분'을 모셔와야겠어."
 "……."
 젠장, 악마라도 좋으니까 누가 낫게 해달라고! 그렇게 외치
 고 싶었지만, 사정없이 흔들리는 녀석의 몸 덕분에 그럴 수도
 없었다. 스스로 생각해 보아도, 참 형편 없는 꼬락서니 같았지
 만… 녀석이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면, 그런 하찮은 것은 중요하
 지 않았다.
 
 "호출했으니까, 곧 오실 꺼야."
 ".. .."
 발작은 끝났지만, 그렇다고 상태가 나아진 것은 아니었다.
 창백하게 식어버린 몸은, 살은 자보다는 죽은 자의 것처럼 느
 껴져 오는 듯했다. 눈물은 말라 버려서 더 이상 나오지 않았
 다. 나는 폐인의 행색처럼 피와 눈물이 말라붙은 옷을 입으며
 그렇게 녀석의 침대 옆에서 주저앉아 있었다. 모처럼 비싼 돈
 주고 산 옷이 이렇게 엉망이 되어버리다니…. 아이린씨에게 조
 금 미안해진다.
 피로 엉망이 되어버린 시트를, 새 것으로 교체하며 아이린
 씨는 걱정스런 어조로 나에게 말했다.
 "이제 되었으니까, 방으로 돌아가서 쉬도록 해."
 ".. .."
 녀석도 내가 기르디에게 당해 엉망이 되어버렸을 때에, 이런
 감정이었을까? 같이 지낸 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새삼스럽
 게 녀석이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었던 것인지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아이린 씨에게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이며, 고개를 좌
 우로 흔들어 보였다. 아이린씨는 그런 나에게 무엇이라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지만, 나는 그대로 고개를 숙이고, 더 이상의
 대화를 원치 않는다는 기색을 보여주었다. 아이린 씨는 시트를
 끌어안은 체 그런 나를 잠시 동안 바라보더니, 곧 아무 말 없
 이 방을 나갔다.
 팔로 무릎을 감싸안으며, 나는 그렇게 녀석의 얼굴을 바라보
 았다. 죽은 자처럼 창백하지만, 그래서 더욱더 그로테스크한
 아름다움을 발하고 있는 녀석의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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