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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다÷사과=썩다/사과

노경희 |2007.04.19 02:26
조회 12 |추천 0
사과 역시 자기들끼리 닿아 있는 부분에서부터 썩기 시작한다는 걸 알았다.
가까이 닿을수록 더욱 많은 욕망이 생기고
결국,
속으로부터 썩어 문드러지는 모양이 사람의 집착과 비슷했다.
갈색으로 썩은 부분을 도려내봤지만 ..
살이 깊게 팬 사과들은
제 모양이
아니었다.

 

은희경<내가 살았던 집>

 

 

일기

:

2007년 4월 19일 목요일

:

날씨 구름

:

영원

:

나는 이쯤에서 나를 돌아 볼 의무가 있다.

간사하게도 참 오랜만에 답답하다.

그 마음이 극하게 답답하여 나를 피력할 여유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이쯤에서 나를 돌아 볼 절대의무가 있다.

내 무릎 위로 너무 큰 과제가 산더미 처럼 쌓여 간다.

무릎이 너무 무거워 아프다.

실은 이제 용기도 자신감도 없다.

내 두 눈을 감겨 줄 썸바리가 필요하다.

모르겠다.

실은 이제 기대도 없다. 희망 따위로 여운을 남기지도 않는다.

어떻게 하다 이렇게 되어 버렸는지 모르겠다.

인터넷에 하찮게 돌아 다니는 여느 글귀든 참 내 이야기 같다.

참 싫다.

이렇게 쉽게 3인칭이 되고 정상인 척 하는 것의 곡해

 

글쎄_

얽힌 실타래는 아니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나는 점점 더 갈림길에 가까워지는 것도 같다.

다시 냉정을 지향하거나 한번만 더라는 달콤한 유혹에 발을 담구거나

이 놀음은 참 마약과도 같다.

동물을 죽이는 덫과 같아서 점점 나를 조여온다.

글쎄_

학습효과라는 것

참 여러번 해보니까 이제 결론이 잘 보인다.

아니라고 하기에는 모르겠다고 하기에는 나는 이미 많은 부질 없음을 경헌한 터

 

무엇인가 친숙한 것이 날 이처럼 단단하게 두드리니까 또 내린 사설주의보

두 눈에 blind

 

최소한의 광합성이 필요하다.

 

사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사실 나는 참 양심적으로 살아왔노라 착각하지만 이제는 그것도 잘 모르겠다.

내가 준 상처는 꼭 다시 돌아온다는 절대논리에 의거한 벌을 받는 것 같단 말이다.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어찌보면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그로인해 나는 무한한 가능성을 받아드렸고 무한한 상상을 했고 그러다 무한한 소용돌이에 빠졌거든

글쎄 2인칭에게 치명적 단점이 없다는 것은 참 달콤한 유혹

 

오늘은 그저 그냥 걷고 싶다.

다 진 벚꽃 길과 눅눅한 매연이 코 끝을 스치는 노란 가로등이 많은 길

 

지금의 날 감추고 싶다.

더 큰 욕조를 만들어서 뿌연 비누 탄 물을 가득 채우고 내 몸이 안보이게끔

 

 

그렇게 나를 버리고 포멧된 마음으로 나는 다시 퍼즐맞추기를 시작하고 너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고 나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비웃음을 짖고 너는 내게 언제나 그랬듯이 관심이 없고 나는 다시

광끼

 

은색 실을 풀어 마음을 묶는다.

그리고는 어제까지 방치해 놓아 썩은 사과를 숨기느라 정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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