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아한 세계를 꿈꾸지만...
참 쓸쓸하리만큼 잔혹한 현실.
영화 속 송강호는 흔히 영화에서 접하던 조폭이다.
그것도 조직의 넘버 3인 잘나가는 조폭이다.
그러나 우리가 늘 보던 영화 속 조폭들과는 다르다.
마초적인 냄새를 물씬 풍기면서 카리스마를 보여주던
예전 영화 속 조폭은 이 영화에서 찾아볼 수가 없다.
오로지 먹고 살기 위해서,
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 조폭이 되야했던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아버지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딸에게
거나하게 술에 취해서 화 한번 내지 못하는
무기력하고 부끄러운 아버지가 여기 있다.
가족을 위해 조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칼에 찔리고 총에 맞고 죽을 고비를 넘겨놓고도,
내 아들, 딸 원하는 일을 하게 해주기 위해서
부족한 것 없이 살게 해주기 위해서
다시 돌아가야만 하는 아버지가 여기 있다.
나는 라면 하나로 끼니를 때울 지언정
내 사랑하는 부인, 아들, 딸은 최고로 살게 해주고 싶은
이 시대의 아버지가 여기 있다.
영화는 그랬다.
조폭이라는 주제로 다가오는 듯 했지만
그 속에는 오로지 아버지의 이야기 뿐이였다.
영화 속 송강호의 직업이 조폭이기 때문에
조폭영화라고들 말하지만 막상 보고나면
그가 조폭이였다는 사실은 왠지 가물가물해진다.
단지 가족과 오붓하게 물 잘나오고, 햇빛 잘 드는 집 한칸
마련하려는 모습이 우리네 아버지와
참 많이도 닮았다 생각할 뿐이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감독이 추구했던 '생활 느와르'로 다가온다.
생활 느와르가 뭐야 하면서 영화를 보기 시작했지만
우리네 아버지들의 인생이, 현실이 느와르겠구나,
곧 내가 살아가야 할 삶도 느와르가 되겠구나하고 느끼는 건
비단 나뿐만은 아닐 듯 싶다.
영화를 보고 나서 뭔가 큰 잔잔함은 없었다.
하지만 2시간이라는 시간동안 충분히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영화,
실컷 웃기고, 실컷 울리고, 또 실컷 감동을 주는 영화였다.
진짜 다 그만두고 싶습니다...
회장님이 도와주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