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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 2006

황기석 |2007.04.26 03:16
조회 85 |추천 0
누나 돈을 다 날려버린 고니는 복수를 위해, 돈을 따기 위해 전전하다가 타짜인 평경장을 만나게 되고 그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다. 잃었던 돈만 따고 그만두겠다던 고니는 점점 돈맛을 알아 그만두지 못하고 타짜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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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많았던 역작들 중 하나이다. 한국적 풍속을 드라마의 힘으로써 범세계적 정서에 무리없이 만들었다 생각한다. 영화를 이끄는 '섯다'에 대한 정보가 없어도 충분한 긴장과 몰입을 선사한다. 하지만 '섯다'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더 큰 집중을 할 수 있을텐데, 사실 그것은 이 영화뿐이 아니라 '룰이 있는 어떠한 행위'를 소재로 한 영화가 항상 안고 있을 수밖에 없는 고민이다.

 

최동훈 감독이 상대적으로 한국 영화계의 한 클래스를 형성하고 있는 감독들에 비해 대외적인 수상은 없지만 이미 그 반열에 올랐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나는 타짜를 영화로 먼저 접해보고 원작을 읽게 되었는데 원작을 이 정도 수준으로 각색한 것이 잘한게 아니라면 어느 정도의 각색이 높게 평가될 수 있는가 자문하게 되는 부분이다. 원작이 갖고 있는 코드를 현대적으로, 그리고 그것을 영화라는 매체가 지닌 특성에 맞도록 독특하게 살려 구현하기란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텐데 최동훈 감독은 이것을 해냈다. 극단적으로 예를 들자면, '늑대새끼가 어떻게 개밑으로 들어갑니까?' 정도랄까?

 

템포를 항상 유지하고 있는 영화를 선호하는 그답게 확실한 그만의 스타일을 갖고 있는 필모그라피가 축적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게다가 이 영화는 많은 장르의 특성까지 첨가되어 있다. 전체적인 구성에서 큰 축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스릴러성이라면 이따금 느와르적인 면도 보인다. 이런 것을 접하는 사람에게 거부감없도록 버무리고 구현해낼 수 있다는 것은 연출자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또한 연기디렉션을 보라. 물론 출연배우들 각자가 지니고 있는 역량에 대해서는 별로 의심이 필요없다. 그만큼 훌륭한 출연진인데 그들의 특성을 살리고 역을 배분, 연기를 지시한 것에 대해 존경을 표한다. 고광렬을 보라. 그는 만화속의 고광렬이다. 깊은 통찰력이 수반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것이다. 배우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그가 할 수 있는 일인가, 할 수 없는 일인가에 대해 고민한 후 결정하는 것이 단순한 과정이 아님을 기억하자. 이를테면, 영화속의 인물들이 하는 모든 것들(대사, 행위)을 의심없이 그냥 그렇게 여겨지도록 만든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최동훈이라는 사람이 "나는 이 정도의 사람이다" 라고 말하는 수작이다.

 

 

 

 

'타짜'가 되기전의 고니다. 평경장을 만나기 전의 그의 모습을 보라. 앞으로 자신에게 펼쳐질 일들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없는 모습이다. 이것은 물론 조승우라는 배우가 갖고 있는 역량이다. 물론 혹자는 "배우가 저 정도도 못해?"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못한 부지기수의 연기자들이 영화속에서 한 역을 담당하고 있는 것을 기억하자.

 

 

백윤식은 백윤식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이 장면은 코믹함을 선사하는데 그가 고니와 함께 한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 설정은 둘의 관계가 가족과 같이 인식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런 것의 제시가 영화 속에서 고니가 하려는 '그 무엇'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

 

 

도박장 통로의 모습이다. 금빛색깔의 타이로 도배된 깔끔한 이 공간은 어떤 '유혹'과 '파라다이스'같은 느낌이 공존되어 있다.

그리고 '은밀함'과 '추악함' 역시 서려있는데, 이 씬 다음 정마담의 행동에서 우리는 그 단면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것이 영화적 소재다. 장진의 영화속에서 많이 보여지는 것 같은. 킬러들의 수다의 정수기통 같은 개념인데, 타짜에서 이것은 사건을 일으키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푸르스름한 색깔은 무척 차갑다. 이러한 조명의 이유는 바로 설명되어진다.  



 

정마담은 너구리와 통화를 하다가 길에서 너구리를 만나고 그에게 차를 맡긴다. 정마담의 성격을 보여주는데 탁월한 설정이었고 타인과 전화통화를 하다가 만나게 되며 전화를 끊는 일상적인 일을 활용했다. 이 일련의 과정을 끊김없이 한 리듬으로 이끌어 관객들은 지금 정마담의 옆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눈을 보지 마라'라는 모토가 나오게 되는 이유를 제시하는 씬이다. 그의 자신감과 승부사적 기질을 나타내는데 그는 그의 표정으로 그 자체를 말해주고 있다. 하지만 짝귀는 이런 고니의 눈을 보지 않았다. 말하자면 영화상에서 제시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럼으로써 반대로 '그 정도로 짝귀가 대단하다'라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조금씩 클로즈업 되면서 고광렬이라는 인물을 보여주는 씬이자 '유해진, 한번 놀아봐라'라는 씬이다. 여기서 유해진은 어떻게 하는가? 그에게 할애한 시간이 아깝지 않을 연기를 보여준다. 정말 제대로 놀아준다.

 

 

 

타짜에서의 활약으로 그는 재평가되었다. 그의 웃음소리, 말투를 떠올려보라. 원작에서의 아귀와 외모는 닮지 않았고 성격역시 다른 부분이 있다. 그는 타짜 영화속에서의 완벽한 아귀다. 그가 곽철용의 장례에서 보여주는 대사의 투, 뉘앙스, 억양을 기억하자. 

 

 

인물의 옆 라인으로 잡은 투샷이 좌와 우의 구도로 대결모드를 조성한다.


 



난 딴 돈의 반만 가져가." 조승우가 진정한 타짜로 우뚝서게 되는 부분인데 관객은 그의 성공에 같이 기뻐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함을 느끼게 된다.

 

 

주제를 함축적으로 제시한 씬. 날아가는 돈은 세월, 욕망, 그의 노력, 물거품 등 많은 개념들을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그 개념들과 함께 떨어진다. 떨어져버리는 것에 주목하자. 고니를 기차에 다시 태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최동훈 감독은 고니를 돈과 함께 떨어뜨린다. 떨어져버리는 고니와, 무엇과 함께 떨어지는 것인지, 떨어지는 것이 고니의 자의인지 아닌지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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