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그 남 자
적당히 맑은 날 오후 ,
버스 차창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면
파란 하늘 속에
푸들을 닮은 하얀 구름 하나
떠 있습니다 .
' 저건 머리 , 저건 몸통, 저건 다리 .
구름이 어떻게 저렇게 생겼을까?
참 신기하네 .'
나는 구름이 사라질세라
그녀에게 문자 메세지를 보내죠 .
" 하늘에 푸들 있다 .
하하 , 하늘좀 보세요 ."
너무 어색하다 싶은 마음에
웃는 눈 두개에, 땀 몇 방울도 덧붙이고 .
^^;;
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면
손바닥만한 우리집 마당의 손톱만한 연못 .
그 연못 속 빨간 내 동생 붕순이 .
" 붕순아 , 잘 지냈냐 ?
엄마가 밥은 주시든 ?"
진녹색의 수초 사이로 빠끔빠끔 고개를 내미는
빨간 금붕어 .
' 아 , 참 예쁜데 이건 보여 줄 수가 없네 ..'
안타까운 마음 .
그녀가 보기도 전에
바람이 저 예쁜 푸들 구름을
다 쓸어 가면 어떡하나 .
연못 가득 푸른 수초를 먹성 좋은 붕순이가
다 먹어 버리면 어떡하나 .
연못 가득 푸른 수초를 먹성 좋은 붕순이가
다 먹어 버리면 어떡하나 .
바삭바삭한 가을 햇빛이
내 마음 눅눅한 곰팡이를 다 말려 버리면 어떡하나 .
곰팡이 슬도록 간직하고 있는 말 ,
사랑한다는 말 한번 못하고
다 말라 버리면 어떡하나 .
용기는 없고, 사랑은 넘치고,
가을은 깊어가고, 그리움도 깊어 갑니다 .
어느 맑은 날 .
- 그 여 자
카메라를 들고 느릿느릿 걸어가며
사진을 찍어요 .
아무 하늘이나 대고
열두 번 셔터를 누르면
달력 하나가 생길 것 같은 .. 그런 날 .
지금 하늘에는
쑤와아 ~ 비행기가 한 대 .
호동이 입가의 하얀 침 자국처럼.
추와와 ~ 비행기가 또 한 대 .
호동이 코밑의 하얀 콧물 자국처럼 .
하얗게 생겨난 비행기 꼬리 두 개 .
저걸 누구에게 보여 줄까 .
이 사진을 누구에게 보여 줄까 .
왼쪽 오른쪽 몸을 흔들며 생각해 보면
저기서 , 스멀스멀 떠오르는 한 사람 .
저 하늘에 푸들이 있다며
내게 가을 하늘을 채근하던 남자 .
그 메시지를 받고
'어디 어디?'
내가 하늘을 보았을 때 그 푸들은 벌써
밥 먹으러 가고 없었지만은
그 끝에 매달린 어색한 눈웃음이
내 마음에 남았네요 .
예쁜 걸 나누고 싶은 사람 , 하나 있어서 ..
마침 , 그 사람도 내게 그러해서 ..
이 가을이 이렇게 예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