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강병철] 사람의 심장이 멎은 뒤 몇 분 안에 산소 공급을 받지 못하면 세포가 파괴돼 사망하게 된다는 기존 학설을 뒤집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뉴스위크 최신호(한국판 16일자)는 미 펜실베이니아대(유펜)의 랜스 베커 박사 연구팀이 산소 결핍으로 기능을 멈춘 심장세포가 3~4시간이 지나도 살아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예일대 셔윈 눌랜드 박사 연구팀이 1993년 주장한 이후 의학계의 정설로 굳은 '산소 결핍에 따른 심장세포 사망 학설'을 반박하는 연구 결과다.
특히 유펜 연구팀은 오히려 기존의 심폐소생술(CPR)처럼 인위적 방법으로 산소를 강제 주입시키는 것이 세포를 죽게 할 수 있는 요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장발작으로 쓰러진 뒤 즉각 병원으로 옮겨지면 심폐소생술로 살아날 수 있지만, 심장이 박동을 정지한 뒤 10~15분이 지났을 경우에는 이런 응급 조치가 되레 위험하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산소 투입을 줄여 혈액이 점차 공급되도록 조절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응급조치법이라고 권했다.
◆ 기존 학설 뒤집는 연구 결과=보도에 따르면 유펜 연구팀은 산소 결핍으로 기능을 멈춘 심장세포를 한 시간 뒤 관찰한 결과 "세포가 죽었다는 증거를 찾아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무엇인가 잘못됐다고 생각했으나 결국 세포들은 혈액 공급이 차단되고 수시간이 지나야 죽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세포의 죽음이 수동적인 이유(산소 결핍)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산소 재공급에 따른 능동적인 생화학적 변화로 인해서도 이뤄질 수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숨진 지 한 시간 된 사람의 경우, 세포가 계속 살아 있는데도 의사들이 소생시킬 수 없었던 이유는 설명하지 못했다.
다만 연구팀은 산소 공급이 이뤄지는 미토콘드리아가 세포의 자연사 과정을 일부 통제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냈다. 세포의 자연사란 암세포 등과 싸우는 신체의 주요 방어 메커니즘인 정상세포가 일정한 단계를 거쳐 사망하는 것을 뜻한다.
◆ 기존 응급조치는 위험한가=이번 연구 결과에 따라 의학계에선 큰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산소를 공급하고, 심장에 전기충격을 주고, 심장 박동을 촉진하기 위해 아드레날린을 투여하는 기존 방법이 심장에 갑자기 너무 많은 산소를 투입하게 해 오히려 심장세포를 죽게 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됐기 때문이다.
베커 연구팀은 오히려 산소 투입을 줄여 신진대사 속도를 늦추고, 혈액 공급이 점진적으로 안전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조절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응급조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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