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그네공주의 몽니에 흔들리기 시작한 국민들의 역린

최용일 |2007.05.10 00:02
조회 54 |추천 1
이-박 양 측으로부터 견제를 받아 식물 대표가 되다시피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경선룰 중재안을 전격 발표함으로써 그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박근혜 의원은 이를 사실상 거부했고 이명박 전 시장은 수용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강 대표가 전격적으로 제시한 중재안은 대선후보 경선방식과 관련해 선거인단 확대와 국민투표율 하한선 보장 등을 포함한 것으로 그 내용은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경선방식 분쟁의 빌미가 된 선거인단 규모를 20만명에서 유권자의 0.5%인 23만여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강 대표가 이명박-박근혜 두 주자에게 경선 방식 합의를 이끌어낼 때 처음 제시한 원안이다. 둘째, 투표 방식도 국민참여를 크게 늘리기 위해 투표소를 시군구 단위로 확대하고 하루에 동시투표를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문제는 세 번째 내용인데, 양 진영간 최대 쟁점인 여론조사 반영비율과 관련, 국민투표율이 67%, 즉 3분의 2에 못 미치면 이를 67%로 간주해, 여론조사 반영비율의 가중치 산정에 적용한다는 제안이었다. 여론조사의 하한선을 보장해 준다는 것이다.


4.25 선거 패배의 책임론에 휘말렸다 박 의원 측의 [강일병 살리기]에 이 전 시장이 전략적으로 합의해 줌으로써 모진 목숨을 연명해가고 있는 강 대표로서는 두 사람의 눈치를 안 볼 수도 없었겠지만 나름대로 박근혜에 대한 몽니가 더 컸을 것 같다. 자기 편 측근을 살리자는 만남의 자리에서, 실무적인 얘기는 실무자에게 맡기고 그저 웃는 모습을 연출해야 할 자리에서 먼저 볏을 세우는 쌈닭의 모습은 그저 솔직하다고 넘기기엔 눈에 거슬린다.


아무리 중립을 표방해도 이미 박근혜 사람임을 누구나가 알고 있는 처지에 어떤 중재안을 내더라도 박 의원보다는 이 전 시장에게 불리할 것이 뻔한 상황에서 이 전 시장은 받아들이겠다는데 박 의원이 먼저 판을 깨는 듯한 몽니를 부리는 것에 기분이 더러웠을 것이다. 나도 몽니가 있는데 너도 몽니를 부리면 어쩌냐는 몽니와 몽니의 부딪힘은 필연적으로 서로의 역린을 건드린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박세일, 전여옥이 간 길을 강재섭이 가게 할 것으로 생각된다.


주말이나 내주 쯤에 발표할 것이라던 중재안을 전격적으로 발표한 것은 사실상 박근혜에게는 의외였고 충격이었겠지만 강재섭으로서는 더 이상 옛 주군으로부터 흔들리고 싶지 않은 마음의 표현일 것 같다. 그리고 이제 경선방식 논쟁을 끝낼 때가 됐고, 특정 캠프의 유불리를 떠나 결정을 내렸다며 두 주자 측에 중재안 수용을 촉구하고 나섰으니 거부하는 쪽은 상당한 부담을 안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박 의원은 9일 오전 개인 사무실인 여의도 엔빅스 빌딩에서 긴급 회의를 마친 뒤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짧게 말했으나, 오후에 대전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중재안이 우선 합의안의 기본원칙이 무너졌고, 둘째 당헌 당규가 무너졌으며, 셋째 민주주의의 기본원칙도 무너졌다고 강조하면서 거부 입장을 강화시켜 가고 있다. 이후 한선교 캠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민투표율 하한선 보장은 한 표가 두 표로 평가되는 것으로 표의 등가성 원칙이 훼손된 것이라며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하면서 한나라당 당헌에도 국민선거인단 유효투표 80%, 여론조사 결과 20%를 적용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고 덧붙이는 등 거부 의사를 공개적으로 천명하였다.


상식적으로 생각하기엔 그래도 강 대표가 박 의원 측 사람이고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데 박 의원이 ‘원칙에 안 맞다’, ‘기가 막히다’며 거부하고 나서는 것이 의외라고 생각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박 의원 측은 일단 하루 이틀 당 안팎의 상황을 지켜본 뒤 향후 행보를 결정할 것으로 보여 다소간 유동성은 있어 보인다.


박 의원 측이 강력히 반발하는 상황에서 파열음은 불가피하는 것을 알면서도 강 대표는 다음주 15일쯤 상임전국위를 소집해 당헌 개정안을 발의한 뒤 21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이번 경선안을 밀어붙인다는 계획이다. 박 의원과는 달리 이 전 시장은 중재안의 수용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당장 상임 전국위에서 강 대표의 중재안을 놓고 이-박 진영간에 세대결이 벌어질 수 있고 물리적 충돌마저 우려된다. 또 우여곡절 끝에 상임 전국위를 통과하더라도 전국위에서 또 다시 두 주자간 전면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으며, 분당 위기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제까지의 온오프 라인에서 네가티브와 소이부답의 공방전을 벌이던 양 측이 비록 소규모지만 실전을 벌이기 때문에 향후 기세 선점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생각되는데, 현재 900여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는 전국위는 이명박-박근혜 양측 가운데 어느 쪽이 우위를 점한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양측에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당내 인사들의 동향이나 국민 여론도 크게 작용할 것이다.


박 의원이 까칠한 몽니를 부림으로써 강 대표와의 몽니승부를 벌이는 가운데, 이 전 시장은 9일 오후 6시반쯤 고려대 서창캠퍼스에서 열린 '대전.충남 총학생회 연합 발대식'에서 있은 초청강연 직후 [경선룰 중재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오히려 강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앞서 이 전 시장은 강 대표의 중재안대로 국민투표율을 높이고 하한선을 보장하더라도 실제 민심과 당심 반영비율이 5대 5에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 하에 수용 여부를 고심했으며, 캠프내에도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았지만 고심 끝에 이 전 시장이 직접 결정했다고 것이다.


강 대표에게 중재안을 위임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황에서 조금 손해 보더라도 수용하는 쪽이 명분이 있다는 판단을 이 전 시장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시장 측은 내친 김에 경선후보 등록을 10일 오전 염창동 당사에서 대선출마 선언과 중앙선관위 후보등록을 예정대로 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처럼 이 전 시장 측은 사실상 적이라 할 수 있는 강 대표의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함으로써 자기 편의 중재안을 거부한 박 의원과의 [그릇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그 결과가 과연 어떤 쪽에 나비효과로 작용할 것인가 궁금하다.


그 결과는 아무도 자신있게 예측할 수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아무리 공주건 국민누이건 지나치며 잦은 몽니는 국민의 역린을 거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사특한 웃음을 띠면서 ‘기가 막힌다’고 말하는 그녀를 보면서 거꾸로 기가 막히는 국민들이 있으며, 그 국민의 역린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음을 그네들은 생각하기 바란다. 그리고 그건 그네타는 것처럼 재미있는 흔들림이 아니라 배멀미나 차멀미 하는 것같은 역겨운 울렁거림이다. 

추천수1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