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새벽 1시 36분...
아까전까지 나는 우리 방 불을 켜놓고, 책상에 앉아 mp3를 들으며스도쿠를 풀고 있었다. 그리고 왼쪽편에 있는 컴퓨터용 책상엔 엄마가 앉아 고스돕을 치고 계셨다. 나는 문제를 다 풀고 양치하고 씻기 위해 자리를 일어섰다. 우리 방 창문쪽으로 앉아 있었는데, 우리 방 창문 너머에는 세탁기가 있는 좁은 베란다(?)가 있고, 그 쪽 벽으로 또 하나의 창문이 있다. 이 창문 너머는 당연히 밖이다. 그렇게 우리 방 책상에 앉아있으면, 바깥 창문까지 바로 보이고 당연히 밖도 잘 보인다. (창문에 별로 그려진 것도 없어서 두 개가 있어봤자 잘 안보이는 것도 아니다)
나는, 늘 하던 대로 시간이 많이 지나자 바깥 창문으로 간다음 절반이나 열려 있던 창문을 조금 닫았다. 그러면서 무의식중에 시선을 조금 높게 하고 바깥을 보았는데, 이상했다. 맞은 편(바로 앞) 건물 옥상에 왠 사람이 있는 것이다.
남자인 것 같았다. 나랑 눈을 마주친 것 같았다. 갑자기 움직이더니 (멈칫하듯) 왼쪽으로 돌아서 걸어가는 게 아닌가. 내 쪽에서는 밝지만, 그 쪽은 너무 어둡기 때문에 나는 시커먼 형체만 확인할 수 있었고 얼굴이나 복장은 보이지도 않았다. 우리 방은 불도 켜져 있었고, 그 건물과 우리 집 건물은(빌라,1층) 거의 거리도 얼마 차이 안나기 때문에 (낮에는 서로 얼굴 확인이 가능할 정도로 가깝고, 컴퓨터로 음악을 들으면 다 들릴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가깝다)
아마 그 쪽에서는 나를 똑똑히 봤지싶다. 아마 피부의 잡티같은 것도 확인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정도 거리라면. (그 정도로 가깝다)
나는 당황한 기색을 일부러 보이지 않기 위해, 문을 대충 닫고 바로 우리 방으로 들어왔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안되겠다. 잠자기 바로 직전에나 창문을 잠그는데, 나는 그냥 지금 잠그자 하는 생각이 들었고, 곧 다시 나갔다. 그런데? 설마 했는데 그 사람은 또 아까 그 자리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게 아닌가?
아까 발을 돌린 것처럼 보였던 것이, 영영 그 자리를 떠난 게 아니라 다시 돌아와서 계속 바라보고 있었던 걸까? 이번엔 그냥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미동도 하지 않는다. 고개도 돌리지 않는다. 모자를 쓴 것 같고, 젊은 사람인 것 같진 않다.
쳐다보던 말던 나는 문을 잠그고 우리 방으로 들어와 엄마한테 말했다.
"엄마, 우리 집 앞 건물 옥상에 사람있다."
"귀신인갑다~"
"남자귀신?ㅋㅋ"
처음에 엄마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그리고 신경쓰인다한들 처음엔 신경안쓰이는 척 하기도 하지만. 나도 걍 대충 받아넘기고, 세수를 하러 갔다. 세수하고 양치하면서도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대체 왜 거기 있지? (시계를 확인했을 당시 1시 20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바람쐬러 올라갔나? 이 시간에?
나는 다 씻고 우리 방엘 들어갔다.
"엄마, 내일도 잔업한다면서 그만하고 자."
"알았어~"
나는 무의식중에 또 앞 건물 옥상을 우리 방 창문을 통해 바라봤다. 우리 방 창문은 이미 너무 활짝 열려 있던 터라 그 쪽에선 내 방 안이 직방으로 보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내려다보는 지경이니, 아마 훤~히 보이고도 남을 것이다)
근데 이게 왠 일?
그 사람은 아직도 그 자리에 있었다. 이제 나는 좀 당황하고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무섭다기보다는, 뭔가를 맞출래야 맞춰지지가 않아서 조금 시간이 걸리는 동안이랄까.
왜 내가 당황하느냐고?
나참...다 좋다, 그런데 웃긴 건 그 건물이 문제다. 그 건물은 일반 가정집이 아니다. 공사중인 건물인 것이다. 지형적으로 같은 1층이라면 약간 언덕쪽에 있는 우리 집이 오히려 내려다봐야겠지만, 그 쪽에서 너무 많이 쌓아올렸기 때문에 그 쪽 옥상이라면 내 방안을 눈만 살짝 내리깔고도 다 볼 수 있는 지경이 되었다.
여튼, 공사중인 건물이라 전혀 자기 집도 아니고 그렇다고 공사장 인부여서 그 건물에 특별히 애착을 가지고 있어서 올라온 거겠느냐, 만약 그렇다고 쳐도 왜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에 올라가 있는 건지, 그것도 내 방 안 쪽을 향해서 멀뚱히 바라보고 있는 건지, 분명히 그 건물은 아직 공사중이라 불빛도 안들어오고 사다리같은 걸로 올라갔던지 안에 여러 가지 난장판이 되어 있을 게 뻔한데 어떻게 올라간 것이냐, 아니면 낮에 올라가서 새벽까지 있는거냐 그건 아닐 것이고? 눈을 마주쳤는데도 왜 미동도 하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 있느냐, 대체 무슨 이유가 있어서 새벽 1시가 넘었는데도 그 건물 옥상에 혼자 올라가있느냐...
엄마가 컴퓨터를 끄고 나오자, 나는 우리 방 불을 끄고 창문도 어느 정도 닫았다. 그리고 엄마한테 가서 아직까지도 우리 방 쪽을 바라보고 있는 아저씨 얘기를 꺼냈다.
"엄마, 그 아저씨 아직도 쳐다보고 있어."
"뭐?? (이제서야 좀 놀라는 눈치)"
"계속 있네. 아까부터. 쳐다보고 있어."
"왜?"
"몰라. 엄마가 한 번 베란다쪽으로 나가서 쳐다봐봐. 그럼 좀 사라지지 않을까?"
"무서워~ 아니, 왜 그러고 있대, 이 시간에? 남의 딸 방을 왜 쳐다봐? 변태야?"
"엄마가 한 번 봐봐."
"(엄마는 갑자기 무서운지 볼 생각은 못하는 것 같았다) 니네 방 창문 닫았어? 닫아. 아니, 변태도 아니고 왜 그러고 있어?"
엄마는 화장실에서 내 얘기를 듣다가 신경이 쓰이는 지 우리 방으로 들어왔다. 나는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서 계속 말했다.
"한 번 봐봐, 계속 쳐다보고 있어."
엄마는 내가 이미 닫아둔 창문을 통해(무늬 사이사이) 살짝 쳐다보는 것 같았다.
"없는데?"
"어? 방금전까지 있었는데. 나 방금 우리 방 창문 닫으면서도 봤는데."
"없다. 갔나봐"
"이상하네...있었는데. (나도 다시 확인해본다) 진짜 없네. 아, 근데
신경쓰여서 우리 방 창문 닫았더니 더워...다 닫으면 더운데..."
"그럼 오른쪽으로 조금만 열어두면 되지."
엄마는 그러고선 나갔다. 그러면서도 계속 신경이 쓰여서 중얼중얼 하시다가 거실에 쇼파에 누우셨다.
나는 그 상태로 지금 이 다이어리를 시작, 쓰고 있다.
최대한 컴퓨터가 있는 벽 쪽, 즉 왼쪽으로 붙어서 쓰고 있다. 아마 그 아저씨가 다시 올라왔다할 지라도 날 볼 순 없을 것이다. 정말 귀신이라서 동동 떠서 옥상 제일 가에를 넘어서 쳐다본다면 모르겠지만? 엄마는 이미 주무시고~ 만약 그런 아저씨를 본다고해도 나 혼자 볼 수 밖에 없겠지.
더 신경쓰이는 건, 우리 통로 바로 옆 집에 저번에 도둑이 들 뻔했던 점...그 집 애완견덕분에 털리진 않았다고 한 것 같은데. 그 집의 그 위치, 즉 도둑에게 경로를 만들어 준 위치가 바로 내 방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집을 털려고 했던 도둑은, 우리 집으로 설명하자면 내 방 창문을 통해 도둑이 들어오려고 했던 걸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바깥 창문에 배기구라고 해야 하나...여튼 가스 경로라고 해야 하나. 그런 파이프가 있는데 멀리서봐도 참 올라가기 쉽게 만들었다 라고 느낄 정도다. 우리 집은 게다가 1층이라 맘만 먹으면 잘 타고 올라올 수 있을 것 같다.
혹시, 그 아저씨는 낮엔 나 혼자 집에 있다는 걸 알고서 어떻게 침입할까 계획을 구상중이었던 걸까? 하고도 생각해본다. 우리 방에서 컴퓨터를 하면, 컴퓨터 모니터 옆으로 바로 창문이 있어서 모니터를 보면 오른쪽 눈을 통해 그 전경이 어느 정도 확보된다. 이것은 참으로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도 신경쓰인다. 우리 방 창문은 무늬를 입혔지만, 쳐다보면 바로 바깥을 볼 수 있기 때문에...시선을 돌리기가 신경쓰인다랄까. 뭔가 있을 것 같고? 나 혼자 쳐다보면, 그 아저씨가 다시 계속 쳐다보고 있을 것 같고 말이다. 안 그래도 상상력이 쓸데없이 풍부해서 안좋은데, 이런 경우 정말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어제 오후2시에 일어났더니, 아직 잠이 오질 않아 컴퓨터를 하고 있지만...그닥 눕고 싶은 맘도 안든다.
사실, 혹시 저 건물 짓는 인부인데...공사중에 사고로 떨어져죽었나? 그래서 건물을 배회하는 유령인가? 하고도 생각해봤다. (난 이런 식이다) 근데 난 왜 쳐다보는 거야?
모르겠다.
벌써 2시가 넘었네. 이만 적어야겠다.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