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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6. 낯선 집

정현우 |2007.05.15 09:29
조회 27 |추천 0

 

 

 

 

 

솔직히 좀 너무 한다...

 

 

 

 

 

현우

Rocky를 지나 여기서 6시간 떨어진 Calgary까지 간다고 하였다. 그곳 까지 태워 줄 수 있냐는 질문에 흔쾌히 ‘물론’이라고 대답하며 짐 싣는 것을 도와주겠다며 팔을 걷어붙인다. 저 눈 덮인 산을 오늘 넘을 수 있다. 며칠이 걸릴 것을 한방에 뚫는 것이다. 산속에 숙영해야 할 일도 없어졌다. 무엇보다 기뻤던 것은 야생동물을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동면에서 깨어난 곰들은 배가 많이 고파 있을 테니까. 너무 기쁜 나머지 처음 보는 사람을 확 끌어안았다.

 


정우

Vancouver에서 요트하나 장만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불고기를 무지 좋아한다는 Michel. 미쉘은 호탕한 사람이었다. 이상하다고 느껴질 만큼 우리에게 호의적이었고 또 우릴 믿는 듯하였다. 처음 보는 우리를 차에 남겨두고 화장실을 갈 때에도 차키를 뽑지 않았다. 그는 체격이 작았지만 기운이 넘쳤고, 활발하며, 자신감에 넘쳤다. 이러한 그의 에너지에 오히려 반대로 우리가 긴장하였고 그에 대한 경계심을 풀지 못하였다.  

 


현우

이 엄청난 경사를 무거운 짐을 실은 자전거로 건넜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다리, 심장, 목이 아파온다. 그리고 분명 곰 몇 마리는 살고 있을 것 처럼 산세가 험했다. 참 다행이다. 그래도 언제고 한번 정우와 자전거로 Rocky에 도전해 보고 싶다. 정우는 앞좌석에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지만 아저씨가 틀어 놓은 컨츄리 뮤직 때문에 하나도 들리지가 않는다. 오랜만에 갖게 된 나만의 시간이다. 기타소리와 창밖의 rocky를 감상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정우

49살의 이 아저씨는 개척시대 French 들이 건너와 정착한 Quebec주의 몬트리올에서 태어나 오타와에서 자랐단다. 자기 자신을 french-canadian 이라고 불렀다. 젊었을 적 히피였던 그는 차에 기타를 들고 다녔고, 또 차에서의 음악 선곡도 탁월하였다. Calgary 시내에서 큰 커피숍을 두개 운영한다고 했다. 여행 경비가 없어 알바 자릴 찾는다는 말에, 필요하다면 일거리도 한번 알아봐 주겠다고 했다. 왠 떡이냐.

 


말을 나누다 보니 괜찮은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지나치다 싶은 그의 호의에  경계를 계속 늦출 수 없었다. 12시가 넘어서 우리는 Calgary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는 날도 늦었으니 자신의 집에서 자고 가라고 또 이상한 호의를 베푼다. 믿어도 될까?

 


현우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 이런 마을에서 우리가 없어진 다해도 아무도 모르겠지? 이미 시간이 늦었기 때문에 우리가 이 집에 도착하는 것을 아무도 보지 못하였을 것이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꽤 그럴싸한 집이였다. 들어가도 아무 탈 없을까? 에라 모르겠다.

 


현관에서 아저씨의 아내로 보이는 분이 우릴 반갑게 맞아 주셨다. 내부는 그야 말로 궁궐이었다. 당구대와 벽에 걸려있는 멋진 그림들. 널찍하고 깔끔한 부엌. 서재에 멋지게 디스플레이 되어있는 수 백 장의 LP판들.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골동품 기타. 우리가 쓸 방은 아래층의 화장실이 딸린 Guest room이었다.

 


헉! 저건 뭐야? 곰 새끼 같이 큰 시커먼 개가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래층 거실에서 아저씨가 우리를 부르셨다. ‘hey guys! let's grab a beer!’ 아저씨는 벽난로에 불을 지피셨고, 아주머니께서 꺼내 오신 맥주와 치즈안주를 먹으라고 하셨다.

 


뭐여 이거? 왜 이렇게 잘 해주는 거지? 혹시 맥주에 수면제 탄 것 아녀? 이거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장기 몇 개 없어져 있고 그런 것 아녀? 밀봉된 맥주는 마셨지만 꺼내 오신 안주는 겁이나 먹지 못하였다. 곰 새끼가 자꾸 주위를 어슬렁거린다.

 


정우

술자리를 끝내고 방으로 돌아온 우리는 불안한 마음을 떨치지 못했다. 생전 처음 보는 우리한테 왜 이렇게 잘 해 주는 거지? 겁도 안나나? 우리가 누군 줄 알고? 현우가 자기는 개 때문에 못나간다며 나보고 나가서 집에 전화하고 오란다. 자기 전에 난 밴쿠버에 전화하여서 이 곳 위치와 자동차의 번호, 그리고 이 사람이 준 명함의 커피숍 주소를 알려주었다. 우리는 겁이 났다. 혹시 납치 될 경우를 대비한 방법이었다. 둘이 침대에 앉아 최악의 상황들에 대하여 얘기하며 조심하자고 서로를 챙겨주었다. 그렇지만 뽀송뽀송한 오리털 이불과 베개, 안락한 침대에 눕자마자 수면제를 먹은 듯, 정신을 잃었다.

 

 

 

 

 

 

 

 

 

2007년 6월 1일 부터 우리의 지난 1년 간의 아메리카 대륙 여행기를 연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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