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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영] 청심환 찾는 남자

서경무 |2007.05.17 11:39
조회 22 |추천 0

 

그녀가 누굴 닮았을까, 늘 궁금했는데..이제 알았어요.

약간 처진 눈매는 아버지를 닮았고,

둥글고 작은 코는 어머니를 닮았다는 걸요,

 

이번 설에 그녀의 집에 인사를 다녀왔습니다.

며칠 전부터 뭘 입고 가야 할 지, 선물은 뭐가 좋을지..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몰라요.

고민 끝에 선물은 갈비세트와 양주 한 병으로 결정했습니다.

백화점 점원이 한 눈에 알아보곤

처가에 인사가느냐고 하더군요.

 

정말 세상에 태어나서 그렇게 떨렸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그녀가 살고 있는 6층 버튼을 누르는데,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거예요.

그래서 안되겠다 싶어서 다시 차로 돌아가

며칠 전에 사 두었던 우왕 청심환을 먹었습니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죠..

침착하자..침착하자...

 

마음을 가라앉히고, 602호까지 올라가 벨을 누르려는데,

글쎄, 갑자기 현관문이 열리더니,

온 가족이 현관 앞에 우르르 서서 저를 반겨 주었습니다.

순간, 얼마나 당황이 되든지..

아마 베란다에서 저를 지켜보고 있던 모양이에요.

 

세배를 드리고 점심으로 떡국을 먹고 나서,

바로 술자리가 시작됐어요.

주량이 얼마나 세신지,

아무리 정신을 똑바로 차려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끝내 그 자리에 뻗어 잠이 들어버렸어요.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보니, 벌써 저녁 시간이 됐더라구요.

저녁 식탁 앞에서 아버님께서 웃으시면서 그러시더군요.

 

"혹시, 자네 내 택시는 끌고 가지 않겠지?"

 

그녀의 아버님은 개인택시 기사시거든요.

그리고 전, 견인차량을 수송하는 일을 하고 있구요,

연휴전에 견인차량이 많았는데, 그래도 오늘은 몇 대 없네요.

 

조금 전에 아버님께 설날 떡국 맛있게 먹었다고,

안전운전하시라고 안부 전화를 드렸더니...반가워 하시면서

세뱃돈이 너무 적지는 않았느냐고 농담을 건네셨습니다.

언제 밖에서 따로 만나 삼겹살에 소주나 한 잔 하자고 하시는데,

아마도 사위 될 자격이 있는지..

테스트가 더 남아 있는 거겠죠?

그리곤 손님이 탔는지, 전화를 끊자고 하시면서

 

"Have a nice day"

 

를 크게 외치셨습니다.

 

센스 있고, 멋진 그녀의 아버님,

아버님을 쏙 빼닮은 그녀가 더욱 사랑스럽네요..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그녀의 부모님께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라고,

아마 또 다른 그녀를 만날 수 있을거라고...

 

 

- 오늘 등장했던 누군가가

   내일 '사랑이..사랑에게' 주인공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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