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더와 자스민의 가을여행 이야기
(처음. 내장산과 내장사, 그리고 추억의 단풍나무길)
"산 안에 숨겨진 것이 무궁무진하다"하여 이름 붙여진 내장산.
팬더는 처음이지만 자스민은 이번이 세 번째 여행이다.
"처음 본 내장산은 울긋불긋하니 온 산이 불타는 듯 화사하고 화려했어.
수채화가 아니라 유화처럼 풍성한 질감이 느껴질 정도였지.
내 추억의 단풍산행으로 첫 손가락에 꼽는 곳이야……."
"모르겠는걸……."
"비오는 날의 단풍도 선명해서 참 예뻤는데……."
"근데 오늘은 왜 그래?"
올해의 단풍은 아름답지 않다하더니, 천하의 내장산도 생각만큼 제 속내를 보여주지 못한다.
실망이 큰 팬더를 어떻게 위로할까?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달콤한 포도송이를 내밀고, 단풍나무아래에서 덜렁이 포즈를 취해본다.
내장사를 둘러보고 단풍 길을 내려오는데, 터널처럼 이어지는 단풍 길의 나무들이 아직 단풍이 채 들지 않았음에도 자태가 참 이쁘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파란 단풍나무, 주황 단풍나무를 붙들고 내장산과 가을과 그들의 시간을 엮어나간다.
팬더도 어느새 마음이 풀렸는지, 자스민보고 나무 앞에 서라고 하고, 나무를 잡으라고 한다.
이슬에 젖은 검붉은 단풍잎을 들어보였다.
우리,
사랑하는 팬더와 자스민이
오늘,
여기 내장산에 들렀다…….
내장산도 아름답지만 내장산입구에서 내장사까지 연결해주는 길이 참 예쁘다.
팬더의 손을 잡고 한참을 내려왔는데도 길이 죽 이어져 있는 것을 보니, 자스민은 아직 어렸을 때에 민경언니와의 내장산여행이 거짓말처럼 기억 속에 환해진다.
벌써 20년 전,
거슬러 올라가기도 까마득히 먼 중학생일 때에 민경언니와 직장동료들의 산행에 굳이 동참하여 무궁화호 열차로 밤새 달려 내장산에 갔었다.
새벽,
깜깜하여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시간에 반은 잠든 채로 언니 손에 이끌려 오르던 내장산 단풍나무길…….
춥고, 졸리고, 배고픈,
이른바 3고에 유달리 자스민이 칭얼칭얼 짜증내고 힘들어할 때, 자신의 카디건을 벗어 입혀주며, 조금만 참으라고 달래주던 민경언니…….
단추를 하나하나 꼬옥 꼭 여미어주던 민경언니의 얼은 두 손이 아주 또렷하게 가슴에 남아 있다.
내장산은 찾는 이의 가슴에 진한 추억을 남긴다고 했는데, 단풍나무길을 걷다보니
잊혔던 옛 추억들이 소록소록 나뭇잎과 함께 쌓여간다.
후에 팬더와 자스민은 오늘의 내장산을 어떻게 추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