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예고편을 극장에서도 보고.. 티브이에서도 봤는데..
이창동의 영화인만큼 신파조로 나갈꺼란 생각은 안했죠..
또 '그놈 목소리'처럼 범인을 잡겠다며 관객의 감정에 직접적으로 호소할꺼란 생각은 더더욱 하지않았구요..
그냥 예고편 보면서.. 참 애절하구나 했지요..
엄마라는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영화쯤 생각을 했습니다..
혹은 벼랑끝에 선 사람들의 사랑이야기..?
감독의 전작인 오아시스를 썩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밀양.. 올 초여름 저의 가장 기대작이였죠..
영화는.. 생각이랑 많이 다르네요..
감정에 직접적인 호소를 하지않을꺼란 생각은 했지만.. 영화의 시선은 무척 건조하더군요..
물론 신애로 분한 전도연은 많이 슬퍼하고 울부짖지만.. 감독은 그 울부짖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주지 않습니다..
관객이 그 감정에 동참하기를 바라는것 같지도 않구요..
친절하게 끝맺음을 해주어 영화를 다보고 시원하고 안온한 감정으로 극장을 나서게 하지도 않지요..
하지만.. 친절하거나 감정의 제의에 동참하도록 강요하지 않는 덕분에 영화는 끝나면서 오히려 영화를 보는사람에게 말을 거네요..
전 이 영화를 '속죄' 혹은 '용서'에 대한 영화로 봤어요..
또 제가 기독교에 대해 발을 담그고 있지않은 때문인지.. 감독이 철저하게 기독교를 아니 종교라는걸 조롱하는걸로 봤구요..
이 영화에서 종교는 철저하게 자기위안입니다..
아이를 잃은 신애는 종교에 귀의(?)를 하게되고 자신의 아이를 유괴하고 살해까지한 범인을 용서하려고 교도소까지 찾아가지요..
그런데.. 그 범인은 뜻밖에 자신은 이미 하느님을 만났고 하느님에게 모든 죄를 용서받았노라고 편안히 댓구를 합니다..
잘때도 기도와 함께.. 아침에 눈을 뜰때도 기도와 함께라면서..
전 여기서 종교의 이기성에 치가 떨리더군요..
이 영화를 보면 종교라는건.. 결국 자신의 마음속의 어떤 죄의식 내지는 죄책감을 신의 이름으로 무마하는 무마용일뿐이지요..
또한 약사인 김집사(?)는 신애를 끌어들이기위해 당신의 불행.. 당신의불행.. 해가며 불행한 처지를 동정하지요..
하지만 그의 입에서 불행..이라는 단어가 나올때마자 극중의 신애도 영화를 보는 관객도 자신의 종교전파라는 명목으로 남의 불행을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몹시 불쾌해집니다..
물론 신애도 특별하게 혹은 지나치게 좋은사람은 아닙니다..
신이 있다면 어떻게 저 아이를 저렇게 되도록 내버려둘수있냐고 울부짖지만 가해자의 딸이 괴로움을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혹은 참회의 미안한 눈물조차 애써 외면을 하지요..
또한 어떠한 이유를 대도 유괴를 정당화할수는 없겠지만 그 유괴조차도 사실 신애가 노골적인 돈자랑으로.. 동기유발을 한셈이죠..
이렇듯 이 영화는 신애뿐 아니라 모든 인물을 그리는 방식이 좋더군요..
전 일단 지나치게 위선적이거나 위악적이거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쁜거나 아님 반대로 천사이기만한 인물을 좋아하진않죠..
약간 딴길로 새자면..그래서 전 드라마 '남자의 여자'에서 화영(김희애)의 엄마로 김영애가 나오면서 드라마가 많이 생기를 잃었다는 생각을 하죠..
무조건 나쁜사람..은 드라마의 극적구성에는 기여할지는 몰라도 인간탐구라는 면에서 꽝이니까요..
더불어.. 송강호라는 배우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국보급배우인거 맞습니다..
영화소개만 볼땐 두사람의 멜로물이라고도 생각했을만큼 두사람의 비중을 비슷하게 봤는데 송강호는 거의 조연급수준이던걸요..
전도연이 울부짖고 내지르는 연기를 했다면 송강호는 꼭꼭 눌러다지는 연기가 일품이였지요..
영화는 친절하지도 않고.. 어떠한 감정의 카타르시스조차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면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영화를 복기하면서 그 느낌을 새록새록 살려나가는 맛이 참 좋네요..
영화는 극중의 신애가 자신의 팔을 스스로 그었다가도 길에 뛰쳐나가 살려달라고 애원하듯이.. 고통... 속에서도 삶은 지속되는 법이죠..
밀양..이 비밀스러운 볕이라죠..
영화는 볕으로 시작해서 볕으로 끝을 맺는데 보통의 영화라면 처음의 볕과 영화끝의 볕의 느낌이 많이 달라야 하는데 의외로 그렇지않습니다..
그렇지않기 때문에 우린 이 영화를 보는 이유를 찾을수 있는것일테지요..
다만.. 굳이 한가지 불편했던 점을 찾는다면..
자포자기하는 신애의 행동중의 하나가 아무남자나 유혹해서 섹스하기..입니다..(물론 유혹의 대상인 '그'가 독실한 기족교 신자라는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으로 여자의 몸/ 남자의 몸에 대한 의미가 다른건 알겠지만 이처럼 여자의 몸이 하나의 복수의 도구로 쓰이는것이 싫죠..
어느사람은 영화속에서 동물을 학대하는걸 보면 무조건 불편하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전 여자의 몸이 이런식으로 쓰이는걸 보는건 늘 불편하고 싫어요..
기독교신자이신분들이 이 영화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드는지 사실 참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