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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일까 그리움일까-

노수현 |2007.05.27 12:11
조회 26 |추천 1

 

○○공○ 영화관 바로 옆 음반가게 누나는 참 아름다웠다. 사랑이란 감정은 정당하게도 다양할 수 있음을 잘 이해하고 있기에, 흔히 말하는 피상적인 흥분이 사랑으로 오인되었다 하더라도 나는 기뻤다. 그녀를 바라보는 내 시선과 도둑질하듯 그녀의 시선을 외면하는 그 공간은 날 벅차오르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녀의 목소리는 딱 한 번 들었을 뿐이고 그녀와 눈을 마주친 것도 딱 한 번뿐 이지만. 온통 유리창으로 지어진 그 음반가게에 들어가지 못한 채로 난_ 창밖에서 서성인다. 동모씨 가수, 신모씨 가수, 슈모씨 가수, 보모씨 가수, 웨모씨 가수, 아, 포스터 사이의 유리창을 넘어 도둑놈이 되어 그 자태를 훔친다. 도둑질은 짧게 해야 꼬리를 밟히지 않는다. 도둑질은 기껏해야 2,3분이면 끝나고 난 본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영화표를 한 장 끊어서 가까운 커피숍으로 향한다. 그곳에 앉아 그림을 그리거나 일기를 쓴다. 또는 이어폰을 듣거나 영어공부를 한다. 가끔은 문자메시지로 답문도 보낸다. 커피는 항상 가장 싼 3000원 짜리이고 어쩌다가 배고플 땐 케이크 한 조각도 오물오물. 난 영화는 세 가지로 분류한다. 하나, 야한 것. 둘, 웃긴 것. 셋, 우울한 것. 나는 혼자서 영화를 볼 때면 거의 대부분 영화관 직원에게 추천을 요청한다. 그런 날이면 어떤 분류군에 속하는 영화를 보게 되느냐에 따라 내 행운의 숫자가 변하고 되도록 그 숫자에 맞춰 사고하려고 애쓴다. 웃긴 것의 분류군에 속한 영화가 나오면, MP3플레이어의 2번곡을 그날의 주제곡으로 정한다. 그러므로 난 첫 번째 곡부터 세 번째 곡까지는 아직 질리지 않았으면서도 듣기 좋은 노래들로 항상 업데이트를 해놔야 한다. 4층인 우리 집 층계를 오를 때에도, 2층 단위로 숨을 돌렸다가 올라간다. 그런데 이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영화안내서에 기입된 장르분류와 관람연령제한은 관객을 분류해줄 수는 있어도 영화를 분류해줄 수는 없다. 숫자는 영화를 모두 보고 난 내가 결정한다. 그날은 아마 3번이 당첨번호였던 것 같지만, 커피를 마시던 그 당시엔 알지 못했다. 기분에 따라 바뀌는 영화의 장르는, 내가 음악을 듣기보단 이어폰을 듣는 그것과도 비슷한 맥락. 그날은 커피숍에서 그림을 그리지도, 일기를 쓰지도, 이어폰을 듣거나 영어공부를 하지도, 문자메시지로 답문을 보내지도, 케이크 한 조각도 먹지 않았다. 게다가 커피는 4000원짜리였다. 여기 위에 둥둥 떠 있는 거품이 1000원의 값어치인 걸까. 난 일부러 거품을 전부 걷어내어 커피그릇에 떨어냈다. 이제 3000원짜리 커피다. 그녀가 사라졌다. 그녀가 하품하고 있어야 할 그 자리에 처음 보는 아주머니가 얼굴에 난 점을 긁고 있다. 그녀가 서있던 자리에 서있지 않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신 볼 수 없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생각보다 커져버린 내 마음에 떨어진다. 생각보다 커져버린 내 마음. 아마도 그것이 문제일 거라고 중얼댄다. 동방신기, 신화, 슈퍼주니어, 보아, 웨스트라이프, 아, 포스터 사이의 유리창밖엔 과거에 낙방한 조선의사가 서있다. 슈모씨가 슈퍼주니어였음도 그때 처음 알았다. 훔칠 대상을 상실한 나는 멍하니 아이돌 가수의 얼굴을 훔쳤다.

 

 

3000원짜리가 된 커피를 마시며 생각했다, 그래, 누나가 오늘 무슨 일이 있나보지 뭐. 다음에 올 때면 있을 거야, 그땐 꼭 음반을 하나 사겠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라만 보았음이 이토록 아쉬움으로 남다니. 그날 자신을 다 비워낸 후 천원어치 거품을 도로 삼켰던 그 커피 잔처럼, 나에게 거품은 아쉬움일지 그리움일지. 그저 거품일 뿐일까. 그 후로 몇 번을 더 영화를 보러 갔지만 그녀를 다시 볼 수는 없었다.

 

 

 

 

                                                                                                                            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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