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물건도 사람 마음을 읽는 것 같다..

진민경 |2007.05.28 01:06
조회 21 |추천 1

 

익히들 많이 들어왔을런지도 모르겠다.

물건이나 기기따위도 제 주인을 알아본다는 말.

 

 

 

첫번째.

 

 

 

나는 컴퓨터를 꽤 오랫동안 해 왔다.

어연 10년이 넘는다.

 

난 그동안 오빠가 쓰는 컴퓨터를 함께 써왔는데

아무래도 오빠의 컴퓨터이다 보니

컴퓨터엔 나의 손길 보다는

오빠의 손길이 더 많이 닿아 있었다.

 

 

 

그런데 그 멀쩡한 컴퓨터가

내가 컴퓨터를 할 당시 10번중 4번 정도는

말을 잘 듣지 않았다.

 

그래서 난 본체를 발로 차 보기도 하고

모니터를 격렬하게(?) 흔들어 보기도 했다.

하지만 나아지는건 없었다.

 

 

 

컴퓨터가 안된다며 투정부리는 나를 보며

오빠는 "뭐가 안돼, 나와봐."라면서 나를 밀어내곤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다독였다(?).

 

아니 근데

꿀먹은 벙어리였던 컴퓨터가 갑자기

번뜩이는 것이었다.

 

 

 

난 오빠가 특별히 명령문 따위를 입력하여

컴퓨터를 살린거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내가 바로 앞에서 보고 있었는걸?!

 

내가 재부팅을 해도 먹먹~했던 컴퓨터가

오빠가 재부팅을 한 순간 번뜩였고,

몇분 있으면 멈춰버렸던 실행프로그램도

오빠 앞에선 잘만 돌아가는 것이었다.

 

 

 

우연의 일치라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10여년 동안 이러기를 반복하길 수차례,

나는 그때그때마다

컴퓨터가 오빠에 의해 살아나는 횟수를

기억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믿기지 않았지만

100의 89% 정도가 오빠에 의해 살아나버렸다.

 

 

 

신기했다.

 

 

 

오빠와 늘 함께했던 컴퓨터였지만

오빠말을 이렇게나 잘 들을줄은 몰랐다.

 

난 그리고

오빠의 컴퓨터였기 때문에

딱히 그 컴퓨터에게 애착을 품진 않았었다.

 

어차피 곧 있으면

나만의 컴퓨터가 생길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기도 했고,

나는 애초에 "내 것"이 아니면 잔정(?)을 주진 않는 편이었기에.

 

 

 

이런 내 야속함을 알았었는지

그간 오빠의 컴퓨터는

내 앞에서 잔고장을 많이 내보였나보다.

 

 

 

...

 

 

 

두번째.

 

 

 

나는 유독 물건을 잘 줍는다.

고등학교 시절엔 머리끈, 머리핀, 펜을 많이 주웠었다.

지금은 귀금속, 돈, 귀한 종이(?), 기타 물건 등등을

가끔 줍곤 한다.

 

 

펜의 경우는 내 곁에서 잘 멀어지진 않았다.

한번 주운것은 길게는 5년 이상도 갔고

짧게는 며칠정도 간 것 같다.

펜은 대체로 심이 다 닳을때까지 끝까지 쓴 것 같다.

 

그리고 귀금속을 은근스레 많이 주웠었는데

그것들은 내 손아귀에서 쉽게쉽게 멀어져버렸다.

 

그것을 주운 장소에서

다시 그것을 며칠후에 잃어버린적도 있고

목걸이 같은건 금방 새거나 녹슬었다.

작은 보석은 부서져버렸다.

 

귀금속 중에서 내 손아귀에 남아 있는건

대략 두어개 정도이다.

 

 

 

...

 

 

 

내 생각이지만

 

내 손아귀에 오랫도록 남아있는 물건들은

전(前)주인이 별로 애정을 갖고있지 않았던 것들이었기 때문에

나를 만난 후, 오랫동안 들러 붙어있는게 아닐까 한다.

 

좀 더 그들에게 확고한 애정을 품어줄 주인을,

그들은 원하고 있는 것일지도..

 

그리고 그게 "나, 민경"이었으면 하는 바램도

소박하게나마 가지고 있는 것일수도..

 

(아니면 내 손으로 들어온 물건들은 원래 내것이었거나.)

 

 

..

 

 

 

전 주인이 애타게 찾는 그 무엇이라면

아마 누가 주웠던 간에 그 주워진 물건은

주운 사람의 곁을 최대한 빨리 떠나지 않을까?

 

왜냐면

전 주인(진짜 주인)은 이미 그것에 대한 애착심이

극에 달해있는 상태이므로.

 

즉, 그들을 간절히 원하고 있는 마음이

그들에게 확실히 전해지기 때문이겠지.

 

그것들이 사람은 아니기에

길을 잃은 후, 본 주인을 찾아 스스로가 떠날수는 없지만

이곳 저곳을 방황하다가(=이 사람 저 사람 손에 들려졌다가 )

결국 종착점 없는 한낱 물생(物生)을 마치겠지.

(=쓰레기통에 버려지거나 운이 좋으면 새로운 주인을 만나거나.)

 

 

 

머리끈이나 펜 같은 경우

잃어버린 아이들의 대다수는

"다시 사면 되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걸로 안다.

 

때문에

펜과 머리끈은 새로운 출발을 도약(?)할 것이다.

 

그동안 전 주인에게 받지 못한 애정(?)을 전제로 하여

남에게 주워지길 바라거나

이리저리 구르다가 쓰레기통으로 가길 원하겠지..

 

 

 

...

 

 

 

간혹

 

잃어버린 물건을 다시 찾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정말 감복할만한 일인 것 같다.

 

마치 어머니와 자식의

"생이별 이후의 극적인 만남"과 같은

경우라고나 할까..?

 

 

 

-월요일 새벽, 잠에 겨워하는 Mr.Demon 작성-

추천수1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