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미있는 놀이
한 발짝, 두 발짝
살그머니 여자의 등 뒤로
남자가 다가섭니다.
맙소사, 지금 저 남자
여차하면,
그 유치하기로 유명하다는
"누구게"를 할 작정인가 봅니다.
아, 그런데 정말 다행히도
그 직전에
여자가 고개를 돌립니다.
여자의 눈을 가리려던
남자의 손이
민망해하며
공중을 허우적거리는 순간
남자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
"야, 너, 어떻게 알았어!
너 귀신이지?
너 뒤에도 눈 달렸지!"
허둥대는 남자가 우스운 여자.
여자는 깔깔 웃더니
한쪽 입 꼬리를 올리며
자랑스러운 듯 말합니다.
"너한테서 냄새나!"
남자는 당황했겠죠.
"어? 나한테?
내가 오늘 땀을 흘렸나?
아닌데?
버스에 에어컨도 나왔는데?
그리고 나,
아침에 샤워했는데, 진짜야!"
여자가 대답합니다.
"그런게 아니라 물 냄새 같은 게 나.
있잖아, 수돗물 냄새"
남자의 눈이 더 둥그레집니다.
"수돗물 냄새?
너, 혹시 소독약 냄새 말하는 거야?
아니면 녹물 냄새?
왜 그거 단수됐다가 다시
물 나올 때 막 시뻘건 거!"
자기 옷을 풀썩대며 이리저리 킁킁
냄새를 맡아 보는 남자를
여자는 몹시 귀엽다는 표정으로 지켜보다가
느긋하게 한마디를 해줍니다.
"그런 게 아니라 수돗물 냄새라고, 그런 게 있어~
아무도 모르는데, 나만 아는 거.
니 냄새가 그래, 니가 옆에 오면 나는 냄새가 느껴져."
그 대답을 듣자 남자의 마음이 풀린 듯합니다.
풀리다 못해 아주 좋아합니다.
기왕이면 '향기'라고 불러 주지 그러냐며
찢어지는 입을 애써 다무느라
남자는 콧구멍이 더 커다래졌죠.
"근데 넌, 나한테서 냄새 안 나?
내 냄새 느껴 본 적 없어?"
"나지, 꽃냄새 같은 거."
여자의 저 만족스러운 웃음.
하지만, 다음 순간
남자는 어쩐지 슬슬 뛸 채비를 하며 말을 잇습니다.
"뭐랄까, 그 호박꽃 냄새랄까?"
"뭐? 너어!"
여자가 솜방망이 같은 주먹을 흔들며
남자를 때릴 테세를 갖춥니다.
그러자 본격적으로 도망 가는 남자.
맙소사, 저 두사람
급기야, 나 잡아 봐라 놀이를 하는군요.
저런, 한쪽이 풀밭에 털썩 쓰러지는 '관절염 놀이' 까지?
쿵쿵, 그리고 킁킁, 사이 좋은 강아지들처럼
그 남자와 그 여자가 뛰어 노네요.
이미 한껏 푸른 유월의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