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화의 ‘재발견’=“맞습니다. 개그맨 정성화입니다.”
뮤지컬 컨페션에서 청력을 잃어가는 주인공 작곡가 역을 연기하는 그를 보고
관객들은 깜짝 놀랐다. “저 사람, 정성화 맞아?”
개그맨으로만 그를 기억하는 관객들에게는 당연했다.
그는 TV에 나와 ‘웃기는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뮤지컬 무대 위에서
그는 웃길 뿐 아니라 ‘울리는 사람’이었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기 위해
억지로 뒷걸음질치던 ‘컨페션’의 주현, 촌스러운 ‘배바지’를 입고 나와
나탈리를 향한 진심을 노래하던 ‘올슉업’의 데니스를 본 관객들은
‘개그맨’이라는 타이틀을 잊고 그와 함께 울었다.
정성화는 최근 조승우와 함께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8월 3일~9월 2일
LG아트센터)’의 주역을 따내면서 다시 한번 주목받기 시작했다.
쟁쟁한 뮤지컬 스타들을 물리치고 ‘모든 남성 뮤지컬 배우의 꿈’이라 불리는
세르반테스 역을 거머쥔 것이다. 개그맨으로 데뷔한 지 13년 만이고,
본격적인 뮤지컬 배우로 변신한 지 5년 만이다.
광화문의 한 커피숍에서 그를 만났다.
“뮤지컬 주역 배우가 됐는데 개그맨이라는 옛 간판이 싫지 않냐”고 짖궂게 묻자
그는 의외로 “나는 개그맨 정성화가 맞고 그렇게 불러주는 게 여전히 좋다”고 했다.
‘맨 오브 라만차’에서 요즘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조승우와 맞대결하는 것이
부담되지는 않는지 궁금해 우문을 던졌더니 현답이 돌아왔다.
“제 옆에 조승우씨가 같이 서는 것도 아니잖아요.
제가 연기하는 것은 정성화의 돈키호테이니 비교할 필요 없죠.”
그는 ‘위트 넘치는 세르반테스’로 차별화된 연기를 보여주겠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뒤늦게 주목받았지만, 그를 아는 주변인들은
정성화가 진작부터 타고난 뮤지컬 배우였다고 평한다.
뮤지컬 배우의 제1조건인 발성과 노래 실력을 그는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다.
발성 지도 한 번 받은 적 없는데도, 그의 노래는 관객뿐 아니라 연출가까지
깜짝 놀라게 했다. ‘맨 오브 라만차’ 오디션에서 음악감독은
“이렇게 부르라고 누가 가르쳐 준 것 아니냐”며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는 후문이다.
그는 “사실은 세르반테스 역에 캐스팅된 뒤 자랑하고 싶어 미칠 것 같았다”고
웃으면서도 한없이 겸손한 모습이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큰 작품의 주인공이 됐지만
제 삶이 이전과 달라졌다고는 생각 안 해요. 그
건 관객들에게 보이는 거죠.
저는 단역으로 출연하는 작품에서조차
한 번도 제가 주인공이 아니라고 생각한 적 없어요.”
뒤늦게 그를 빛나게 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김소민 기자(som@heraldm.com)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