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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여행기 - 1. 여행의 이유

정현우 |2007.06.01 17:11
조회 50 |추천 0
 


소크라테스는 캐묻지 않은 인생은 살 가치가 없다고 여겼다.

 

 

 


현우
동굴 벽의 그림자만을 보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동굴 밖 진짜 세상이 존재하고 있을까? 스스로에게 '왜?'라는 질문을 던져 보기 시작했다. 내가 확실하게 알고 있다고 여겼던 것들을 계속 파고 들어가 보며 답에 또 '왜?'란 질문을 던지고, 그답에 또 '왜?'를 던져본다. 결국 어느 순간 부터는 답을 할 수 가 없게 된다. 내 생각과 믿음은 어쩌면 단지 동굴 벽의 그림자일 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정우
기독교를 모태 신앙으로 가진 나는 어렸을 때부터 세상에 대한 이해를 ‘믿음’이라는 특정한 전제에 기반을 두었었다.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방식의 삶을 살아야 한다.” 물론 난 평생 독실한 기독교인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나름대로의 세상관과 인생관을 정립하는데 있어 하나님의 말씀이 가장 큰 기준이 되었다. 그런데 어느 때 부터인가, 나는 교회와 멀어지게 되었다.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큰 이유 없이 시간이 흐르며 나의 신앙심은 서서히 죽어갔다.

 

 

나는 매번 판단을 요구하는 상황들과 부딪혔을 때 자신에게 더 이상 “what would Jesus do?" 라는 질문을 묻지 않았다. 삶의 지침이 되어준 ‘믿음’이 무너져 내려 갈수록 그 무너진 공간의 void를 나는 메우려고 애썼다.

 

 

 

 

 

현우
사회에 데뷔하기 전 답을 생각해볼 주어진 시간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군대도 다녀온 후라 더 이상의 합법적인 도피처도 남아있지 않다. 남은 1년간 난 내 인생의 큰 결정을 내려야 한다. 졸업 후 취직을 하던지 아니면 공부를 더 하던지, 어디에든 적을 걸어놓지 않으면 나에겐 ‘백수’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사회가 짜놓은 스케줄에 뒤처지는 사람들은 ‘낙오자’로 평가된다. 난 낙오자도 되기 싫고, 남들이 짜놓은 스케줄에 억지로 날 맞추어 살고 싶지도 않다.

 

 

 

 

 

정우
늦은 감이 있지만, 난 스스로 나만의 세계관, 인생관, 가치관을 재정립하려 노력하였다. 그러다 보니 성경책 보다는 신문을 읽게 되었고, 기독교 서적들을 손에서 놓고 세속의 책들을 집어 들었다. 내가 만들어낸 우선순위, 인간관계의 의미, 사회 속에서의 내 위치 등, 스스로 만들어낸 공식들에 둘러 싸여 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관적이고, 간접적 지식들을 토대로 한 ‘삶의 공식’은 실생활과 적합하지 않아 원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잦았다. 내가 세운 이론들은 너무나 주관적인 것이다.


 


 

 

 

현우
뭘 해야 하는지 모르고 ‘무능력’이란 사람들의 점수 매김도 당하고 싶지 않은 난, 결국 취직을 할 것이고 그렇게 사회생활 데뷔를 할 것이다. 답을 쓸 자리를 공란으로 남겨 두고 살고 싶지도 않다.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인생에서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그 전에, 나란 무엇일까?
  

 

주변의 똑 같은 상황들과 변하지 않는 인물들은 나의 감각을 무뎌지게 만든다. 낯선 상황에 날 집어넣고 새로운 사람과 날 부딪히게 하여 내가 알지 못하던 숨겨진 나의 모습을 보고 싶다.

 

 

진정한 ‘나’가 되고 싶다.

 

 

 

 

 

 

정우
나는 기독교 가치관의 잔여물과 미흡하고 불완전한 내 인생의 철학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괴로워하기에 이르렀다. 알고 싶지만 알지 못하는 괴로움. 이해하고 싶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혼돈스러움. 그 속에서 내려지는 일상속의 내 판단들과 미래에 대한 내 계획들은 일관성이 없었다. 이는 결국 나를 세상으로부터 격리시켜갔고, 나를 진정한 나에게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것만 같았다.

 

 

철학의 세 가지 분야는 reality = 나는 무엇인가?, value = 어떻게 살아야 옳게 사는 것인가?, 그리고 knowledge = 앞의 두 가지 가치에 대해 내가 탐구할 수 있는 지식의 한계는 어디까지 인가? 수 천 년 동안 철학자들은 이 세 가지 분야에 대해 연구하여 왔다. 하지만 나는 이들의 노력과 결과물을 삶에서 분리시켜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노력은 불필요한 것인가? 할 일이 많다는 것을 핑계로 철학의 필요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난 삶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난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바보여행기 - 2. 여행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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