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강남을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압구정이 목적지라면?
지하철 5호선을 타고 종로3가로 가서 3호선을 갈아타고 압구정에 내리는 것
강남역이 목적지라면, 광역버스 9409를 이용하면 된다.
대신 배차시간을 잘 맞춰서 타야한다는~
6시 5분, 35분, 55분에 여의도 역 사거리에 줄을 길게 늘어선 진풍경을 볼 수 있다. 그래도 강남역까지 정류장 숫자는 4개에 불과하다는 거~
증권거래소 맞은 편에서 타면, 앉아갈 수 있지만 여의도 사거리에서는 서서 갈 수 밖에 없다. 앞뒤로 따딱따딱 붙어서 가는 건 정말이지 도시락속에 밥알이 된 기분이다.
지난 주 55분 차를 타기 위해 마냥 기다리고 있던 중 다행히 증권 거래소 앞에서 버스를 타게 되었다. 웬일인지 버스는 사람들로 그득하고 남은 좌석이라고는 뒷쪽 몇 개...맨 뒷자리 5자리를 제외하고 바로 그 앞 왼쪽과 오른쪽 바깥자리.
선택은 오른쪽 아님 왼쪽, 그 날따라 오른쪽 당첨! 앉고 보니 창가에 앉은 그는 멀쩡했다. 멀쩡하다는 표현을 쓰게 되다니, 정말~이제 멀쩡한 남자를 보는 것도 어려워진 건가?
자리에 앉아 잠을 청하는데 회사에서 전화가 온 건지 뒤척이며 그가 전화를 받는데, 심지어 그는 목소리도 훌륭하더라. 하하 감기기운인지 목소리가 잠긴 것 같으나 내 귀에는 멋지게 들려보아요~
어설프게 졸고 있다보니 어느새 신사역 사거리 도착, 그 때쯤에 갈등하기 시작했다. 이 사람이 어디에서 내리는지, 따라 내려서 말을 걸어야 하는지...사실 그러고자 하는 마음보다는 학원에 가야 한다는 의지가 너무 굳건했다. 푸핫
신사역 사거리에서 그가 전화를 어딘가에 거는 소리에 잠이 깼다. 그는 유창한 잉글리로 통화를 했고 교회 얘기를 언뜻한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작은 십자가 펜던트 목걸이를 하고 있었군... 다음 다음이면 강남역, 나는 강남역에서 내려야 하고 그는 거기서 내릴 것만 같았다. 여기서 갈등 끝. 그가 내리면 말을 걸어보기로 하고 나는 내리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워낙 만원버스인데다 내리려고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줄을 섰기 때문에 도로 가서 앉을 수도 없었다. 그는 강남역에서 내리지 않았고, 나만 내렸다. 아쉽다.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그날처럼 9409가 빨리 강남에 도착했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55분 출발 버스, 타고 싶지만 그 이후로 55분 버스는 타지 못했다.
그는 베이지색 바지에 검정색 라운드 티셔츠를 입고 뿔테안경을 썼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난 베이지색 바지에 검정색 깔끔한 라운드 티셔츠가 잘 어울리는 사람을 좋아한다. 자연스러운 멋스러움을 연출할 수 있는 검정색 티셔츠와 베이지색 바지.
다시 버스에서 보게 된다면, 나는 그를 기억할 수 있을까? 나는 그에게 말을 걸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