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평생을 동내 어귀에서 채소를 팔고 계신 할머니가 계셨습니다.
가끔 동내 어른들이 나와 채소 몇개를 사가는게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비가오나 눈이오나 하루도 빼지 않고 늘 그자리에 계셨습니다.
그 일이 인터넷에 의해 알려지고 방송국까지 퍼져나가게 되었습니다.
방송국에서 부리나케 할머니를 찾으러 나갔습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할머니는 채소를 옆에 두고 앉아 계셨습니다.
"할머니, 왜 매일 이자리에서 채소를 파세요?"
"...."
할머니는 대답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몇번의 질문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는 끝내 촬영팀에게 아무런 말을 해주지 않으셨습니다.
밤이 되어 할머니가 일어서자 촬영팀이 그 뒤를 졸졸 쫓았습니다.
할머니는 계속 촬영팀을 쫓으려고 손으로 훠이훠이만 하실뿐 말씀조차 하지 않으셨습니다.
할머니가 그 무거운 채소통을 이끌고 돌아간곳은
빨간 대문에 아무도 살지 않을것만 같은 허름한 기왓집이였습니다.
촬영팀이 빨간통을 내려놓는 할머니를 보고 다시 말을 걸었습니다.
"할머니, 내일 비온데요. 내일도 나가실꺼에요?"
"...."
이번에도 할머니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문쪽에서 덜컹 소리가 나더니 문이 열리고 한 노파가 끄응 대며 몸을 일으켜세웠습니다.
"누구요"
"SBS에서 나왔는데요.."
할아버지는 할머니 어깨를 톡톡 치더니 손으로, 수화를 하시며 의사전달을 하셨습니다.
할머니는 전혀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이였던 것이였습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수화로 이야기를 주고 받더니 할아버지가 마루로 나오셨습니다.
"이봐요 총각들, 우리 할망구 많이 많이 찍어서 보내주시오.
나를 만나 산전수전 다 겪었소. 6.25때 내가 한쪽 다리를 잃었는데,
내 없는 다리를 대신해서 그때부터 이 할망구가 밖에 나가 채소를 팔기 시작한거요
내가 못된놈이지. 16살밖에 되지 않은 곱디 고운 처녀를 데리고 살았으니.."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손을 잡으셨습니다.
할머니 또한 무슨 얘기인지 알아들을수 없었지만 할아버지의 따뜻한 손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한쪽 다리가 없는 할아버지를 위해 한쪽 다리가 되어준 할머니와
두쪽 귀가 들리지 않는 할머니를 위해 귀가 되어준 할아버지는
50년이 넘도록 서로를 아끼며 사랑하고 계셨던것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