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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일기 첫째날. 나는 선택받은 학부생이었다. 전

정소현 |2007.06.18 02:13
조회 4 |추천 0

발굴일기 첫째날.

 

 나는 선택받은 학부생이었다. 전국적으로 내린 비로인해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비록 발굴현장인 대전에는 비가 뱉은 침만큼이나 조금 와서 토기 맞추기는 날아가버렸지만.

 

 정말 얼마나 걸렸을 까 싶게, 수풀 무성했을 산들이 민둥산보다 적나라하게 제 토양층을 드러내고 있었다. 갑자기 대하 드라마 '연개소문'에서 안시성 싸움을 위해 당황제가 쌓은 토산이 떠올랐다. 물론 그 토산에 비교가 안될정도로 방대한 흙봉우리들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드디어 생애 첫 발굴 작업이 시작되었다. 날이 부채꼴 모양의 호미와, 전지가위, 꽃삽, 쓰레받이를 배당받고 보너스로 반장님이 직접 목장갑을 사주셨다.

 

 발굴을 흔히 땅 파러 간다고 하길래, 정말 아무 생각없이 파내려가면 되나 싶었는 데, 절대, 절대 그게 아니었다. 오히려 그러면 나중에 인부 아저씨가 우리가 막 저질러놓은 것을 다시 묻으셔야하는 수고스러움 백배, 안티 싱크로율 200%의 결과를 낳을 뿐이다!

 

 내가 맡은 유구의 크기는 여덟 살짜리 꼬마아이가 누우면 딱 들어맞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고고학에서의 발굴은 얼마나 깊이 파냐가 중요하므로 내가 그 크기의 반토막만, 게다가 동기 혜윤이와 반장님과 더불어 팠음에도 한 시간이 지나서야 끝났다는 사실은 우리가 단지 쌩초짜였다는 사실떄문만은 아닐 것이다. 산발적인 위치의 커다란 숯 두덩이가 내 첫 유구의 발굴 결과였다.

 

 고고학은 '기록'이 전부인 학문이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을만큼 '기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발굴을 종료해도 좋다는 판정을 받으면 사진촬영을 하고, 중요 유구인 경우에는 레벨 -수평을 바라보게 만든 기계로 기준점에서 측정 유구의 어느 지점의 수직면의 높이를 재는 기구. 백오십만원짜리- 측정을 하고, 도면을 작성한다. 레벨 측정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유일하게 할 수있어요! 라고 소리칠 수있을만큼 둘째날의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아침 새참, 점심, 점심 새참의 묘미는 정말 이를 악물고 호미질을 하던 내게 새초롬한 오이지같은 행복이었는데, 이와 더불어 반장님, 인부 아저씨들과 단장, 부단장님이 차근차근 가르쳐주시고 신경써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땅을 파 나온 흙 더미들을 쓰레받이로 퍼다가 노란 수레에 담아야 했는데, 그 때 손수 우리 있는 곳까지 오셔서 직접 퍼가주셨던 아저씨, 정말 얼굴이 벌개지실 정도로 힘들어보이셨는데 너무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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