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그 남자, 그 여자 #4 <흐린 가을 하늘에 쓰는 편지>

최효연 |2007.06.22 23:26
조회 122 |추천 3


- 그 남자-

 

 

첫눈을  기다리기엔  너무 이른가?

날씨가 많이 흐리네...

그래도 비는 오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비는 너무 쓸쓸해.

가을엔 더 그래..

하긴...

비가 쓸쓸하지 않은 계절이 있었던가?

 

'내리는 눈밭에서' 라는 시..

미당 서정주는 , 그렇게 노래했지.

 

'괜찮다..괜찮다...괜찮다..괜찮다..'

 

 

그런데 비는,

가을에 오는 비는,

나한테 자꾸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아서

 

 

'울어도 괜찮다..울어도 괜찮다..'

 

 

아직도 나는 그래..

냉장고에 붙여 놓은 폴라로이드 사진이

툭 하고 떨어질 때마다

그 사진 속에서 웃고있는 너를 발견할 때마다

울고 싶어지지.

 

한번쯤은

'눈이 따갑다..눈에 뭐가 들어갔다..'

그런 핑계 없이

목구멍이 따갑게 울어 봤으면..

 

짧다는 가을도 나한텐 너무 길고

이별도 나한텐

너무 길다.

 

 

-그 여자 -

 

창문을 열었더니

하늘이 바로 머리 위에 있네.

 

 

처음 우리가 사랑하게 됐을 때

니가 준 짧은 편지가 생각난다.

 

 

구름 낀 하늘을 찍은 사진 위에

넌 두꺼운 매직으로 그렇게 써 놓았지.

 

'이건, 흐린 가을 하늘에 쓰는 편지야.

나는 너를 좋아해..'

 

 

사랑한다는 말이

세상엔 그렇게도 흔한데,

넌 끝까지 좋아한다고만 말했어.

' 좋아해, 좋아해. '

 

슬프다는 말이나

마음이 아프다는 말대신

언제나 그렇게만 말했지.

 

 

'괜찮아 . 괜찮아. '

 

 

비를  잔뜩 머금고도

빗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이런 하늘을 보면

니 생각이 나.

 

목까지 울음이 차 있어도

끝까지 괜찮다 말하던, 니 표정도 기억나.

 

두고두고 나를 미안하게 만들던 그 때의 니 얼굴이

이런 날엔..

가끔 생각나.

 

추천수3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