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밥 수만 번 해 주신 거 고맙습니다.
버스 탈 돈 아껴서 도시락 반찬 해 주신 거 고맙습니다.
뭣보다 인생은 밥으로만 되는 게 아니라
꽃이어야 한다고 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발가락에 모래알 버석대는 신발 속 같은 현실이어도
가슴에 환한 꽃 안고 살아가는 법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내 엄마에게 바칩니다.
- 딸 은하가 -
세상에서 제일 만만한
세상에서 제일 만만한 엄마,
우습게 보고
함부로 말하고
함부로 신경질 내고
함부로 무시했던 일, 일, 일. 일.
그러나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일은
엄마가 이다음 내 곁에 없을 거라는 거,
그게 제일 무서운 일입니다.
지금 세상에서 제일 정다운 일은
엄마를 가슴에 꼭 껴안는 일.
우리 엄마 이쁘다 고맙다 하며 손잡고 떼굴떼굴
엄마를 사랑하는 일입니다.
이렇게 맛있는 단감
여행 간 시골에서 따 먹은 단감,
세상의 달콤함을 그 작은 몸에 압축해서
넣은 것처럼 달았다.
옛날엔 말이지, 이렇게 맛있는 거 먹으면
남자 친구 생각 났거든.
이젠 엄마 생각 나네.
나도 감처럼 익어가나 보다.
엄마다, 문 열어라
엄마다, 문 열어라.
손을 주세요, 우리 엄마 손은 부드러워요.
에이, 이건 늑대 손이잖아요.
우리 엄마 손이 아니에요.
다시 손을 봐라.
에이, 이건 털이 북슬북슬한 게 호랑이 손이잖아요.
우리 엄마 손은 부드러워요.
다시 손을 봐라.
아, 엄마 손이에요.
우리 엄마 손이에요.
쩍쩍 갈라지고 거칠기 짝이 없는 우리 엄마 손이에요.
세상에서 제일 부드러운 엄마 손이에요.
무르팍 무꽃
거칠어지고 또 거칠어진
무르팍 사이로
생겨난 꽃 같다.
고단한 무르팍 사이로
고개 내밀고
씨익, 웃는 무꽃처럼
곱고 아프고
착한 엄마의 무르팍.
고무신과 장미
현실은 신발 속 모래알처럼 고단해도
가슴엔 장미가 만발한 아줌마.
엄마, 이 지구를 어떻게 굴려요?
어릴 때 이불 개키는 꿈이 제일 무서웠다.
이불들이 산처럼 쌓여 있는데
전부 나 혼자 개켜야 하는 꿈이었다.
그때 솜이불은 꽤 무거웠는데,
전부 백 개라고 했다.
귀신 나오는 꿈보다 더 무섭고 힘들어서
꿈에서도 울고 깨고 나서도 한참을 엉엉 울었다.
앞으로의 숙제를 미리 보기라도 한 것처럼.
엄마, 이 지구를 어떻게 굴려요?
우리 엄마 씩씩하게 말할 것이다.
뻥뻥 차. 축구하듯 신나게.
너, 달리기 잘하잖아.
엄마의 꽃대궐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엄마가 그리워하던 꽃대궐은 아직 없었으니,
이제 다가올 꽃대궐을 그리워해 보십시다.
다른 사람에겐 과거였지만 엄마에겐 미래니까.
엄마가 만든 그 많은 꽃들, 그 땐 누릴 수 없었지만
자갈밭에서, 가시밭길에서 수없이 만든 그 많은 꽃들
엄마 손 빨갛게 되면서 만든 꽃들
이제 다 피어날 거야.
누구보다 훌륭한 꽃대궐 피어날 거야.
솜꽃
엄마처럼 생긴 꽃이 있다.
솜털처럼 포슬포슬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자꾸 부풀어 오르는 따뜻한 꽃.
햇살 아래 잘 마른
봄 이불처럼 아늑하다.
밥상에는 붉은 꽃, 마당에는 푸른 나무
내 어머니가 베풀어 준 인생의 밥상은
가난한 비 냄새와
향기로운 꽃대궐
같이 피어났어요.
나의 식탁엔 밥을,
나의 마음엔 정원을.
돌아보니 성찬이었어요.
어느 날 목련은 핀다
빨랫방망이 두들기듯
신경질 낸 어느 오후
담장 밖으로
봄이 폭풍처럼 피어 있다.
봄은 우릴 배반하지 않고
허름한 오후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누가 누구를 위로할 수 없는 오후,
그냥 생경한 풍경을 바라볼 뿐이다.
저 목련이
내 엄마를
위로했으면 하는 것이다.
청춘
엄마 아빠의 청춘은 그렇게 짧았더라.
겨울 입김처럼 순간이더라.
CF같은 순간 지나가고 그 뒤로
40부작 미니 시리즈처럼
길고 고단한 드라마 시작 되더라.
그 결실이 우리더라.
청춘이 떨어지고 다시 열매들이
모락모락 피어난 게 우리더라.
엄마의 왕관
백 미터 달리기로
육십 년 달려오신
엄마의 위대한 업적을
칭송하며
이 왕관을 수여합니다!
그러나 꼭 아셨으면 좋겠다
멋쟁이 경애가 엄마를 모른 척했다.
반에서 최고로 인기 많던 경애는 의리짱이었는데,
엄마가 리어카에 짐 싣고 이삿짐 도와 달라 할 때 슬쩍 도망갔다.
가재도구 잔뜩 실은 리어카가 부끄러웠고
몸빼 바지에 슬리퍼 신은 엄마가 부끄러웠다.
엄마는 뭘 그런 걸 기억하냐고 웃어도
경애 가슴엔 아직도
도시락통, 양동이, 휴지통 다 튀어나온 리어카가 있다.
엄마가 꼭 아셨으면 좋겠다.
지금은 엄마가 가슴의 훈장처럼 자랑스럽다고,
제일 자랑스럽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