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6월 29일
무슨 날인줄 아시나요?
몇 시간 뒤 월드컵 3.4위 전을 기대하며 온 국민, 전 세계인들이
흥분하고 있을 때
서해에서는 남.북 해군의 무력 충돌이 있었습니다.
처음 아군 부상자 수 명이라고 시작된 뉴스는
전사자 4명 실종1명 부상 19 명.
해군 참수리 357호 고속정 인양중 침몰.
그 후 실종자 시신 인양. 국군수도통합병원에서 부상당한
중환자 1명 사망.
그렇게 그들은 조국을 위해 장렬히 산화했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건 단지 수천만원의 보상금과 훈장,
그리고 해군장병들이 걷은 성금뿐이였습니다.
게다가 그들의 영결식은 해군참모총장이 주관하는 해군장으로
치뤄져서 국방부 장관도, 국무총리도, 대통령도
오지 않았습니다.
말도 안되는 교전수칙으로 우리 장병들의 손발을 묶어놓고는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군을 비난했던 수많은 정치인들도,
오지 않았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자리를 끝까지 지켜준 정치인은
온 국민의 지탄을 받던 전두환 전 대통령과
당시 경기지사 당선자였던 손학규씨 뿐....참으로 씁쓸했습니다.
울분의 찬 유가족의 항의에 돌아온 국방부의 대답은 해군참모총장이 주관하는 해군장이기 때문에 그보다 높은 사람이 오는 건 관례와 격식에 어긋난다는 궁색한 변명뿐....
그러나 그건 핑계였을 뿐입니다.
1996년 강릉 대간첩 사건 영결식 때는 야전군사령부장으로 치뤄졌지만 그보다 높은 국방장관과 총리가 참석했었고 얼마 전 고 윤장호 하사 영결식 때에도 특전사부대장으로 치뤄졌지만 그보다 높은 참모총장, 합참의장, 국방장관까지 다 참석하여 고인의 명복을 빌었습니다.
사실은 관례와 격식 때문이 아니라 햇볕정책을 내세운 당시 정부가 북한을 자극할지 모른다며 그들을 철저히 외면해버렸던 것입니다.
그리고 같은 시기 일어났던 효순이와 미선이의 끔찍한 죽음...
채 피지도 못한 효순이와 미선이의 안타까운 죽음에 온 국민이 슬퍼하며 촛불을 들고 두 어린 소녀를 추모했지만 그 떄 누구도 우리 바다를 지키다 쓰러져간 해군 장병들의 희생을 추모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동안 우리들 기억 속에는 서해교전은 잊혀졌습니다.
바다를 지키기 위해 목숨 바친 6명의 군인들도...
모두 잊혀져 버렸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과연 서해교전 때 전사하신 분들
성함을 아냐고 물어보면
과연 당당히 답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요?
적어도 제 주변에는 없었습니다.
제 주변 뿐만도 아닙니다.
미국 고위 인사가 우리 정부 고위 인사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서해교전 때 전사한 전사자들을 알고 있는지.
정부 고위 인사는 한참을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교전 초기 포격에 부상당해 눈감는 순간까지 교전을 지휘한
정장 윤영하 소령.
총탄을 맞고도 참수리 357호를 북한군에게 나포당하지 않기 위해
조타실에서 수동으로 키를 잡고 남쪽으로 돌리고 쓰러져 후에
배가 인양될 때까지 차가운 서해바다에 있을 수 밖에 없었던
조타장 한상국 중사.
기관포탑에서 머리에 총탄을 맞아 전사하는 순간까지
방아쇠를 잡고 있었던 병기사 황도현 중사.
또다른 기관포탑에서 불길에 휩싸이면서도 끝까지
방아쇠를 놓지 않았던 병기사 조천형 중사.
기관총을 잡고 북한군에게 퍼붓다 심장에 기관포탄을 맞고
전사한 내연사 서후연 중사.
전우들을 구하기 위해 몸 사리지 않았다가 가장 큰 부상을 입고
9월 20일 국군 수도통합병원에서 세상을 뜬 의무병 박동혁 병장.
이들 뿐만 아닙니다.
교전 초기 적 포격에 두 다리를 부상당해 결국 한쪽 다리를
잃었지만 전사한 정장을 대신해 교전을 지휘한 부정장 이희완 중위.
포탄 파편에 손가락 5개가 잘려지고도 한손으로 총탄을 퍼붓은
귄기형 상병.
부하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져 대신 총탄에 맞은 이철규 하사.
기관총수로 총탄을 퍼붓다 오른팔을 관통당한 곽진성 하사.
소총수로 교전에 참전하여 온몸에 파편상을 입은 김승환 병장.
갑판장으로 교전을 지휘하다 머리와 얼굴에 파편상을 당한
이해영 상사.
조타실이 파괴되어 전원이 꺼진 함정에서 수동으로 포를 조작하여
유독가스에 질식해 쓰러지면서도 교전에 참전했던 황찬규 중사.
포탄 파편에 머리와 왼쪽 어깨에 심한 부상을 입었던 조현진 상병
그 외 부상당한 많은 군인들...
이렇게 많은 이들의 눈물겨운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가 편안하게 월드컵을 관전하고 우리의 바다, 우리의 NLL을 지금까지 지켜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여러분!
오늘이 바로 교전이 일어난 지 5년이 되는 해입니다.
우리가 효순이 미선이를 잊지 않듯, 김선일씨를 추모하듯,
우리의 평화를 위해 몸을 내던졌던 분들을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더 이상 우리가 그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 전사자 6명
소령 윤영하 (28, 정장)
중사 한상국(27, 조타장)
중사 조천형 (26, 병기사)
중사 황도현 (22, 병기사)
중사 서후연(21, 내연사)
병장 박동혁(21, 의무병)
● 부상자 18명
상사 이해영
중사 김현
중사 김장남
중사 황찬규
상병 김면주
상병 권기형
일병 이재명
일병 김상영
병장 고경락
상병 김용태
일병 김택중
하사 곽진성
중사 이철규
병장 김승환
하사 전창성
상병 조현진
중위 조외건
중위 이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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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제 글을 읽고 댓글을 남겨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내년 6월29일에는 더 이상 군에서 추모식을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이제 더 기억에서 잊혀지겠지요.
대신 우리가 꼭 기억해드립시다. 서해교전 그런거도 있었나? 이게 아니라
그래 서해교전이 있었지...서해를 지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지...라고
6월 29일 단 하루만이라도 꼭 기억해 주세요.
그리고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비난 부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시는 분들...
그들은 당연히 비난받아야 합니다.
당시 대한민국의 군 최고 통수권자로서 김대중 대통령은 우리 장병들이 자신의 명령을
수행하다 죽었는데 영결식을 비롯하여 현재 5주기 추모식까지 단 한번도 참석한 적이 없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1주기를 앞두고 2함대 전적비에 헌화를 했지만 추모식 참석은 없습니다.)
또한 처음으로 정치인과 국방장관이 참석한 게 3주기 추모식 때였고 이번 5주기가 되어서야
겨우 총리참석이 있었습니다.(4주기 때 모 의원님께서는 유가족분들이 오열하고 있는 추모식 행사때 카메라 앞에서 웃다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었죠.)
게다가 교전에 참전한 부상장병 상당수는 국가유공자 혜택도 못받고 있으며
유가족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도 사실상 없습니다.
때문에 많은 유가족 분들이 어렵고 살아가고 있고 정부에 서운한 감정이 쌓여 있습니다.
또한 이 현실에 회의를 느낀 한상국 중사의 미망인께서는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버렸습니다.
이런 현실을 비난하면 안된다는 겁니까?
더 이상 조국을 위해 목숨바친 이들의 희생을 무시해서는 안됩니다.
그럼 두서없는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