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남자...
술자리에 가면 젤 먼저
전화기를 탁자위에 올려 놓습니다.
어떤 칠칠치 못한 인간이 술을 쏟을 수가 있으니
전화기를 티슈위에 살짝 감싼뒤 수저통 뒤에 숨겨놓는 이 센스...
그녀가 전화하면 냉큼 받아야 되거든요
혼날까봐 그런건 아니구요
으흠.. 걱정할까봐 그러죠
아니 얘가 걱정이 많드라구요
하...날 어찌나 좋아하는지..
허 참..
그 한달 전인가. 눈이 좀 오는 날이었는데요.
친구들하고 새벽까지 술을 마셨거든요
그러다 자리에서 일어날때쯤 전화기를 딱 꺼내봤는데
부재중 전화가 30통
하 쫙 다 그녀에요 순간 술이 확 깨면서
‘아 나 이제 죽었다’
그때가 새벽4신가. 그랬는데 바로 전화를 걸었어요
속으론 안받기를 빌면서...
그런거 있잖아요, 그때 딱 안받으면 그 담날쯤
“내가 전화했는데 너 안 받더라” 이러면서 슬쩍 넘기는거
근데 전화벨 2번만에 전화를 받더니
“어디야?”
제가 착하게 대답했죠
“어, 술 마셨어”
근데 갑자기 막 울더라구요
엉 엉 이러면서
난 무조건 빌었죠
전화 안받아서 미안하다고
그런데 그녀가 울면서 하는 말이
집에도 없고 전화도 안되고 사고가 난 줄 알았다고
그날 그새벽에 그녀집으로 갔잖아요
가서 얼마나 빌었는지. 빌면서도.얼마나 좋던지..
그래서 이제는 전화기
이렇게 올려놓고 술 마시는거예요
술도 별로 안마셔요 진짜예요
딱 한병 진짜로
그 여자...
예전에...
예전에 누군가를 힘들게 좋아한 적이 있어요
그사람은 나를 좋아한다 말하면서도 먼저 연락을 하지도 않았고
전화 하겠다고 말 해놓고도 전화를 하지 않았죠
그사람이 나쁜 사람이었는지, 내가 너무 많은 걸 기대했는지
그런건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다만 난 그때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다음엔 내가 더 좋아하지는 말아야겠다
다시는 사랑같은 건 안해야 겠다
수도없이 결심을 했었죠
이미 다 지난 이야기고 다 잊고 있었는데.
그랬는데
어제 남자친구가 전화를 받지 않았을 때
나는 문득 그때 생각이 났던거 같아요
첨엔 좀 화가 났다가 점점 걱정이 돼서 어쩔줄을 모르다가
그러다 너무 멀쩡한 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엔 왈칵 눈물이 쏟아졌죠
내가 또 이러고 있구나
절대로 안하겠다는 사랑을 내가 또 시작해버리고 말았구나
사랑을 하지 않을때가 마음은 더 편했는데
난 또 이렇게 사랑을 시작해서 마음이 괴로울 때가 있네요
그래도 이미 시작된 사랑은 어쩔수가 없으니
난 그저 전화를 잘 받아주면 그거면 좋겠어요
- 그 남자 그 여자 中
술자리에 가면 젤 먼저 전화기를 탁자위에 올려 놓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