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의 패배. 그렇지만 대한민국의 영웅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의 유치는, 유래없을 정도의 정, 재, 민의 협력이 돋보인 총력전이었다. 그리고 그 경쟁은 역대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치열했다고 한다.
한승주씨가 대표로 준비에 대한 진두지휘를 했고, 박용성, 이건희라는 세계수준의 CEO, 나아가 노무현 대통령까지. 아마 우리나라에서 이처럼 총력외교를 펼친 유래없는 사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었다.
이들의 노력은 정말 눈물났다. 어딜 가도 대접받을 수 있을 정도의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몇주 동안이나 하루에 단 네시간을 자면서까지 유치를 위해 헌신했다.
이정도면 정말 노블리스 오블리주라는 말이 아깝지 않았다. 이건희씨가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이 과연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나, 나아가 유치를 통해서 삼성이 얻을 수 있는 이득 등을 고려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기업을 경영하고, 현장을 둘러보는 귀한 시간을 이런 국가적인 계획에 참여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들은, 분명 안전에 위험요소가 많은 과테말라를 방문해서 유치 경쟁을 펼쳤다. 그들 한사람만이 가는 것이 아닌, 그들이 감으로 인해서 따라가는 인원들의 모든 안전을 담보한 것이다. 그만큼 그들이 과테말라로 간 것은 자신, 그리고 자신의 수행원, 나아가 국민의 기대를 등에 지고 간 것이다.
강원도지사는 99년 동계 아시안게임이 끝난 이후부터 준비를 시작하여 2000년 첫 참여 계획을 세우고, 그로부터 8년간 절치부심하며 준비했다. 2003년에는 3표차이로 패배하기도 했다. 그리고 국내에서 전주라는 막강한 경쟁자를 두번이나 누르며 KOC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개최 도시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정도면 강원도지사는 충분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프레젠테이션은 이창동 감독까지 PT를 점검했고, 자료를 준비해서 평창이 왜 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강력한 경쟁력이 있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그들이 만든 프레젠테이션 자료는 그 어떤 것보다도 우리나라의 열의를 잘 그려낸 훌륭한 작품이었다.
문화, 정치, 경제, 사회... 모든이들이 헌신해서 노력했지만, 끝내 IOC는 소치를 선택했다. 이유야 어떻든 이것을 유치하는 경쟁에서 평창이 진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러시아가 엄청난 돈을 썼고, 푸틴 대통령의 카리스마 등도 작용을 하긴 했다. 이런 것들이 패인이 될 수는 있다.
그 결과가 나오고, 그 후의 기사를 읽어보면 너무도 마음이 아픈 내용들이 많다. '외교력 부재', '열심히 했지만 졌다.' 등등..
난 오히려, 우리 대표단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번 소치의 동계 올림픽은 분명 러시아가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장 과테말라에서 아이스링크 쇼를 보여주기 위해 들어간 돈만 조 단위로 계산될 정도이다. 물론, 우리도 이런 정도로 거금을 투자해서 경쟁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들여서 유치할 만한 동계올림픽이었을까?
소치는 이제 경기장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을 갖춰야 한다. 물론 우리가 되면 비교적 적은 돈을 들여서 준비하고, 또 효율적으로 준비할 수 있을 것이고, 짤스부르크라면 더 나을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 앞의 두 도시에 비해 준비가 너무나도 되어 있지 않다.
물론, 러시아쯤 되면 동계올림픽 하나 정도야 제대로 성공시킬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이제 앞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예산을 써야 한다. 푸틴 대통령의 지도력이 돋보였다고 하지만, 그것을 위해 짊어져야 하는 부담이 우리에 비해서 몇배는 될 것이다. 러시아는 이제 이런 부채를 각오하고 준비에 임해야 한다. 나는 오히려 러시아에 찬사 혹은 우려를 보내고 싶은 것이, 우리나라보다 몇배는 더 들어갈 비용을 각오하고 그런 노력을 하는 그 정신과 각오는 정말 높게 평가받을 만하기 때문이다.
2014년까지 8년. 러시아의 고난의 행군은 과연 어떤 작품을 만들어 낼 것인가. 물론, 석유도 풍부하고 자원이 풍부한 이정도의 나라라면 생각보다 부담이 적을지도 모른다. 환경오염쯤 가볍게 무시하고 유치할 수준 정도는 될 것이다. 그건 그때 가봐야 알 일이다.
평창은 다시 탈락했다. 또 다시 도전하려면 4년을 기다려야 하고, 이번에는 전주에 밀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들은 정말 수고했다.
한승주 대표,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을 포함한 외교부 분들, 이건희, 박용성을 포함한 재계 인사들. 그리고 여기에 마음을 써주신 모든 우리나라 국민분들. 정말 수고 많으셨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가지는 것이 당연한 사회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격려에 너무 인색하다. 그들은 정말 수고했다. 못했다고 책하는 것은 지금이 아니라 그 다음에 해도 된다. 다음번 준비할 때 비판해도 된다. 못한 놈에게 무슨 칭찬이냐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준비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 사람이, 지난 2년동안 모든 시간을 투자하며 준비를 지휘한 한승주씨와 그들과 함께한 사람들의 노력을 잘했니 못했니 논하고 있는 그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오늘 기자회견에서 한승주 대표가 눈물을 흘리면서 미안하다. 송구하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그는 대표자로서 그렇게 이야기해야 한다. 그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렇게 이야기하는 그에게 '니네가 다 그렇지' '왜 그것밖에 안되나?' '노력이 중요한게 아니라, 중요한건 이기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 미안하지만 그들은 이런 이야기 할 자격이 없다. 이런 이야기를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 내 아무도 없다. 아무리 이사람들이 국세로 움직인 사람들이라고 해도, 입장 바꿔서 비판하는 사람에게 '그만큼의 국세를 줄테니까 한번 니가 해볼래?' 이렇게 물어보면 꿀먹은 벙어리가 될 것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해줄 가장 좋은 것은 '위로'이다. 그들은 대한민국을 위해서 앞으로도 더 큰 일을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성숙하여, 우리의 발전을 위해 더 노력할 수 있도록 격려해 줘야 한다.
승패에 관계없이 그들은 훌륭한 대한민국의 영웅들이었다. 스포츠인 만큼 그들도 충분히 '태극전사' 대우를 받을 만하다. 2002년 월드컵에 4강까지 간 축구선수들에게도 영웅 대우를 해주는데, 세계 유수의 국가들과 외교 경쟁을 해서 아쉽지만 두번이나 2등을 한 사람들이 어찌 영웅이 아니란 말인가? 그들이 영웅이 될 수 없다면, 은메달, 동메달을 수상한 스포츠 선수들도 영웅일 수 없으며 2002년 태극전사들, 2006년 WBC 태극전사들도 우승을 못했으므로 영웅 대접을 해주지 말아야 한다. 유치만큼은 아니겠지만, 이번 일을 통해서 전 세계에 '두번이나 1차투표에서 1등을 하고, 2차 투표에서 낙선한 대한민국의 '평창' 이라는 도시가 있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었다. 이정도도 충분한 국가 위상 제고에 도움이 된다.
나는 이번 준비에 수고를 해 준 모든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수고했다고 말씀드린다. 정말 수고하셨다. 결과에 관계없이 그들의 노력은 정말 큰 의미를 가지며, 비록 유치에 성공하지는 않았더라도 충분히 한국의 저력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훌륭한 대한민국의 영웅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