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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간 언론이 주목한 책들 (7월 첫째주)

이대희 |2007.07.08 13:42
조회 86 |추천 0

 안녕하세요? 맛있는 토스트BOOK 입니다

 

 

한주간의 언론사에 소개되는 책들을 보면 어느 정도 출판의 흐름을 쫓을 수가 있는데 지난주의 출판사의 성향과 언론사의 서평은 우연치않게 같은 시선을 두었다. 보통 언론사는 부정기적인 문화면을 제외한 신간서평을 여론의 관심과 시사를 적당히 반영하며 일주일에 한 번 주말에 2면에서 많게는 7면 내외를 할애하며 책을 소개하고 있다. 지난주 언론서평을 유심히 보면 휴가를 앞둔 소설을 포함한 문학 분야의 강세가 두드러져 보임을 알 수가 있다. 지난주 또한 예외가 없었음을 보여주면서 출판사에서는 국내외 유명 작가들을 내세우며 독자들의 눈높이를 높여주었고 책을 골라 읽어야하는 행복한 선택을 안겨준 한주였다.

해마다 일 년의 반을 지난 이맘때에는 상반기 결산이나 휴가철에 읽을 만한 책들을 필두로 언론 문화면을 장식한다. 빠르면 다음주나 늦어도 중순 전에는 조사를 끝내어 서평을 쓰기 때문에 7월은 연중 책의 성수기 아닌 성수기에 해당된다. 연령층으로 본다고해도 성인이나 아동분야나 마찬가지이다. 학생들에게는 방학중에 독후감이라는 출판사의 호재와 함께 선정도서에 관심을 둘 수 밖에 없다. 아동물은 보통 성인분야보다 한걸음 앞서 나가야하는데 아직은 잠잠한 것이 특이하다면 특이한 한주간이다.

 

 한주간 언론서평 동향은 중앙일간지(경향신문,국민일보,문화일보,동아일보,문화일보,세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신문,한국일보)와 경제전문지(매일경제,한국경제,헤럴드경제,파이낸셜뉴스), 스포츠신문(스포츠조선,스포츠서울,일간스포츠,스포츠월드,스포츠한국)을 참고해서 가장 많은, 그리고 지면 크기를 고려하며 언론서평 베스트에 올립니다.

 

 지난주 언론서평 베스트는 국내외 작가들의 문학작품과 인문사회 분야를 눈여겨 보는 것이 포인트!

 

 

슬럼, 지구를 뒤덮다 (마이크 데이비스 지음/김정아 옮김/돌베개)

빅토리아 시대에 1920년대의 로스엔젤레스를 상상할 수 없었던 것처럼, 무허가 판자촌과 전쟁의 폐허로 뒤덮였던 서울이 50년 후 뉴욕 규모의 메갈로폴리스가 되리라고 상상할 수 없었던 것처럼, 21세기의 도시화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이런 엄청난 속도의 도시화를 추동하는 힘은 산업 발전으로 인한 고용 증대가 아니라 1970년대 후반 제3세계 채무위기와 뒤이은 IMF 주도 구조조정이었다. 농촌은 몰락했고 도시가 사람들은 끌어당기는 힘은 약해졌지만 시골에서 사람들을 밀어내는 힘은 더 강력해졌다. 제3세계 신흥거대도시에서 공급되는 주택 물량은 수요의 20%도 안 되고 농촌을 떠나 도시로 들어온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무허가 판잣집, 노숙 등에 의존한다. 세계은행조차도 21세기 우리가 맞닥뜨려야 할 가장 암울한 문제가 '슬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도시사회학자인 마이크 데이비스가 이러한 현대 도시의 문제를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조망했다. 파국의 핵심인 '슬럼'의 문제를 파고들어가다 보면, 제3세계 농촌의 몰락, 워싱턴 정치경제 권력의 비대화, 경제의 비공식화, 고실업 및 비정규직의 증가, 중산층의 탈정치화·개인주의화 등 신자유주의의 다양한 문제들과 만나게 된다. 즉 슬럼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회의 기획이 낳은 괴물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슬럼(Slums)' - 원래는 빈민층의 행위를 뜻하는 용어였으나 빈민층의 거주지를 뜻하는 용어로 변함. 야영, 노숙, 난민수용소, 무허가 주택… 국제적인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반지하방, 옥탑방, 고시원 등 모두를 포함.


2006년 출간된 이 책은 유례없이 폭넓은 독자층에게서 환호를 받았다. 슬라보예 지젝을 비롯한 철학자와 비평가들로부터는 현대 정치철학의 핵심을 찌르는 탁월한 통찰력에 대해 찬사를 받았고, 전 세계 국제기구 실무자들로부터는 방대하고도 정밀한 데이터 활용 및 해석 능력에 대해, 또 활동가들로부터는 세계 각지의 현실에 대한 섬세하고도 치우침 없는 이해에 대해, 작가와 일반 독자들로부터는 명쾌하고도 흡인력 있는 글쓰기에 대해 뜨거운 찬사를 받았다.
한국에서 슬럼이라고 하면, 50년대 해방촌을 메운 달동네 판자촌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국제적인 기준으로 보면, 반지하방, 옥탑방, 고시원 거주자들은 모두 슬럼 주민들이다. 또 IMF 이후 급속도로 늘어난 노숙자들, 쪽방 주민들 각종 쉼터 생활자들을 합하면 그 규모와 내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대한민국은 UN이 제공한 '국가별 슬럼 인구 순위' 자료에서 페루보다 한 계단 높은 세계 12위를 자랑하며, 도시인구 중 슬럼 인구는 37%로 추산된다). 게다가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1987년 자행된 대규모 철거는 세계 슬럼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었다. 이 책은 타워팰리스와 쪽방으로 상징되는 우리의 건강하지 못한 도시 구조를 바라보는 근본적이고도 급진적인 관점을 제시한다.

 

파피용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전미연 옮김/열린책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최신작 '파피용'이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태양 에너지로 움직이는 거대한 우주 범선 을 타고 1천 년간의 우주여행에 나선 14만 4천 명의 마지막 지구인들. 반목과 고통의 역사를 반복하는 인간에 의해 황폐해진 지구를 떠나 새로운 희망의 별을 찾아 나서는 이들의 모험담을 두고 혹자는 노아의 방주를 떠올리며 종교적 해석을 내놓았고, 혹자는 베르베르를 21세기의 쥘 베른이라 평하기도 하였다.

이번 작품의 한국어판에는 최근 방한하여 국내 팬들과의 뜻 깊은 만남을 가졌던 뫼비우스의 삽화가 수록되어, 현대 프랑스를 대표하는 두 거장의 손길을 한데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마련되었다.

개미, 뇌, 나무 등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읽히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자리를 굳힌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파피용'은 햇살돛으로 움직이는 우주 범선에 관한 이야기다. 지구가 위태롭다. 인류는 멸종의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인류를 구하기 위해 한 항공 우주 엔지니어가 태양빛을 추진 동력으로 움직이는 거대한 우주선에 14만 4천 명의 지구인을 태우겠다는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꾼다. 여행 기간 1251년, 거리 20조 킬로미터, 40제곱킬로미터 넓이의 돛을 달고 미지의 별을 향해 날아오르는 우주 범선. 프랑스의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말하였듯이 베르베르의 대담한 상상력은 실로 무서울 정도이다.

 

 

 

 

비트겐슈타인과 히틀러 - 두 천재의 투쟁과 홀로코스트의 배후

(킴벌리 코니시 지음/남경태 옮김/그린비)

 

20세기 최대의 만행 중 하나인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는 무엇 때문에 일어났을까? 유대인의 선민사상이나 속물성, 독일 국민이나 나치의 반유대주의 등 지금까지 숱한 원인이 제기되었지만, 이 문제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저자 킴벌리 코니시는 홀로코스트를 저지른 장본인인 히틀러(Adolf Hitler, 1889~1945)의 반유대주의를 추적해야만 그 근원을 알 수 있다면서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 결과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 1889~1951)이야말로 히틀러가 반유대주의를 갖게 된 최초의 유대인', 즉 홀로코스트의 근본 원인이라고 말한다. 1904년 오스트리아 린츠에서부터 1945년 나치 패망에 이르기까지 두 인물 간에 벌어진 은밀한 투쟁과 그들의 사상과 활동에 영향을 준 19~20세기 유럽의 지성계를 추적함으로써 히틀러의 반유대주의를 뿌리부터 파헤친다.

이 책은 방대한 자료와 수많은 인터뷰를 바탕으로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주장하는 팩션형의 역사 교양서이다. 추리소설을 능가하는 추론을 통해 20세기 초에 일어난 사건들 이면에서 투쟁하는 히틀러와 비트겐슈타인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홀로코스트 배후의 진실들을 찾아가는 여정을 흥미진진하게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동물'에 반대한다 (에리카 퍼지 지음/노태복 옮김/사이언스북스)

 

2개의 이미지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우선 1961년 6월 우주로 날아간 수컷 침팬지 햄(Ham)이 주인공이다. 햄은 7분간 무중력 상태를 체험하고 빛의 색깔에 따라 손잡이를 당기는 과학 실험을 수행했다. 큰 사진은 우주선 캡슐을 타고 지구에 돌아온 직후 구조원들이 건네주는 사과를 받는 모습이다. 햄은 이후 20년을 더 살았고, 미국 뉴멕시코주 앨러모고도의 국제 우주 명예의 전당에 안치됐다.
다음 작은 사진은 음악팬에게 낯익은 이미지다. 1895년 사진작가 프랜시스 바로는 형의 개 니퍼를 그렸다. 불테리어와 폭스테리어의 잡종이었던 니퍼는 축음기 앞에 앉아 나팔 쪽으로 고개를 세우고 있다. 이 이미지는 이후 그래모폰사의 상표가 돼 수많은 LP에 찍혀나왔다.

그러나 영국 미들섹스 대학교 인류문화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저자는 이 이미지의 이면을 살핀다. 햄은 이빨을 일렬로 가지런히 내보이며 미소짓고 있는 듯하지만 이 표정은 공격성 또는 두려움의 몸짓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이 '침팬지의 미소'를 우주여행을 기뻐하는 증거로 해석하려 들지만 그건 우리의 의향일 뿐이다. 니퍼의 모습을 담은 그림의 제목은 '그의 주인 목소리'다. 개가 주인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지배를 받기 위해 듣는 모습을 재현함으로써 인간의 우월함을 애써 부각하는 사진이다.

저자는 인간 마음대로 규정한 동물 개념에 반기를 든다. 마치 과거 서양인들이 자신들의 역사관을 기준으로 동양을 열등하게 인식했듯, 인간도 동물을 지배적, 종속적으로 파악하고 있지 않으냐는 지적이다. 주체와 객체를 명확하게 가르는 데카르트, 베이컨 식의 근대 인식론에 대한 반성이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적용된다. '인종차별' '성차별'에 이어 '종차별'(인간이 다른 종에 가하는 널리 퍼진 차별)로 해방 운동의 목표가 옮아갔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서구 정신 문화의 핵심에 자리하는 기독교는 동물에 대한 인간의 지배권을 확고히 했다. "아담이 동물 하나하나에게 붙여준 것이 그대로 그 동물의 이름이 되었다"(창세기 2장 19절)는 구절에서부터다. 찰스 다윈이 인간의 특별성을 끝내고 인간과 동물을 분리하던 벽을 허물면서 비로소 성경의 세계관에 대한 도전이 시작됐다.
책은 브리지트 바르도 식의 단순무지한 동물 애호를 얘기하지 않는다. 그는 오히려 동물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불거질 여러 문제점을 함께 지적한다. 예를 들어 모피 반대 운동은 캐나다의 이누이트족과 딘족의 생계에 막대한 피해를 줬다. 모피 반대 운동이 '다른 형태의 식민주의'로 비춰질 수 있다는 얘기다.
왜 인간은 동물을 마음대로 재단하고 지배해왔을까. 저자는 서론에서 발터 벤야민을 인용한다. "그들(동물)과 너무나 유사한 그 무엇이 우리 인간 속에 내재되어 있어 그것이 그들에게 인식될지도 모른다는 어슴푸레한 자각" 때문이라고. (경향신문 발췌-원문보기)

 

 

 

나무열전 - 나무에 숨겨진 비밀, 역사와 한자 (강판권 지음/글항아리)

'나무열전'은 나무 한 그루에 담긴 역사이야기를 그 나무의 한자이름과 더불어 쉽고 흥미롭게 풀어쓴 책이다. 나무에 미친 나무선비 강판권 교수가 쓴 네 번째 나무책으로, 나무를 통해 한자와 역사를 들여다보는 독특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한자이름은 나무의 개성적인 특징을 단적으로 표현하고, 그 이름은 역사의 구체적인 장면을 연상시킨다. 그동안 미처 몰랐던 역사 속에서의 나무의 쓰임새와 옛 사람들이 나무와 관련해 만들어낸 문화의 다양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여러 사람의 전기를 차례로 기록하는 열전 형식으로, 나무 마흔 그루를 살펴본다. 나무에 대한 교양서들이 대부분 자연과학적 식생을 다루거나 개인적인 에세이인 데 비해, 저자는 역사와 문자를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인 창으로서의 나무를 강조하고 있다. 다양한 사전류를 참조하여 나무와 관련된 한자들을 찾아내고, 대부분 고전에서 끌어온 나무의 한자이름을 통해 고전 속의 흥미로운 일화들을 들려준다.

1부에서는 나무, 숲, 교목, 관목, 잎, 뿌리, 줄기, 가지, 꽃, 열매 등 나무의 일반적인 속성들과 관련된 한자이야기를 풀어내었다. 2부에서는 우리가 잘 아는 나무와 잘 모르는 나무를 골고루 40종을 골라 그에 얽힌 한자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나무가 인간의 어떤 측면과 가까운지를 살펴보았다. 3부에서는 저자 개인의 체험을 풍부하게 반영하여 나무의 철학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이머징마켓의 시대 (앙트완 반 아그마엘 지음/김민주 옮김/김영사)

요즘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아무나 투자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어떤 주식을 사야할지 막막하다는 점이다. 생판 듣도보도 못한 외국 기업 주식을 덜렁 샀다간 다 털릴 수도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이 책은 좋은 투자 가이드가 될 것 같다.
우선 지은이가 믿을 만하다. 장하성 교수(고려대)는 지은이를 '자본시장의 콜럼버스'라고 한다.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 마켓(신흥시장)을 세계 자본시장에 최초로 소개한 사람이란 의미에서다. 미국 뱅커스트러스트은행과 국제금융공사(IFC)에서 일하던 지은이가 제3세계의 기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를 만든 게 1981년이었다. 이후 이머징 마켓에서만 20여년을 보낸 성공한 투자자가 '가장 성공적인 신흥 시장 기업 25개'를 골랐으니 일단 믿음이 간다.
이중 한국 기업은 4개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포스코 등이 뽑혔다. 한국 사람이 보기에도 뽑힐 만한 기업들이다. 또 한국 외에 중국·대만·인도(각 3개), 말레이지아(1개)등 아시아 지역 기업을 14개, 브라질·멕시코(각 4개), 아르헨티나·칠레(각 1개) 등 남미 지역 기업을 10개 선정했다. 나머지 한 개는 남아공화국 기업이다.

중국과 대만의 서너 기업을 제외하고는 경제기자를 오래한 필자도 생전 처음 들어보는 기업들이다. 그중 하나가 남아공의 사솔이란 회사다. 지은이는 이 기업을 "쓰레기 석탄과 쓸모없는 가스를 석유로 바꾼 혁신기업" 이라고 호평했다. 석탄과 천연가스를 석유로 바꾸는 기술을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기업이자, 세계 최대의 합성연료생산업체라고 칭찬했다. "유가가 배럴 당 25달러 미만일때는 GTL(가스를 석유로 바꾸는 것) 건설비용이 석유 수입 비용보다 높다"며 "현재처럼 유가가 높게 유지되면 이 사업은 가능성이 큰 대규모 사업 아이템" 이라 전망했다.
별책부록 '이머징 마켓 투자 X-파일'도 읽어볼 만하다. 신흥시장 투자 참고서로, 투자에 성공하기 위한 10가지 원칙 등을 소개한다. 25개 기업들의 사업 현황, 재무정보, 산업현황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내용은 투자에 많은 도움이 될 것같다. 이머징 마켓의 기업들에게서 성공 전략을 추출해 새로운 경영전략 모델을 제시하려는 지은이의 노력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중앙일보발췌-원문보기)

 

 

 

논개 1,2권 (김별아 지음/문이당)

장편소설 '미실'을 쓴 뒤 훌쩍 캐나다로 떠났던 소설가 김별아 씨가 2년 만에 새 소설을 발표하고 잠시 돌아왔다. 소설은 임진왜란 중 적의 수중에 들어간 진주성 촉석루에서 왜장을 껴안고 자결한 논개의 짧은 삶을 그렸다.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보여주는 논개는 마음이 여리고 감수성이 예민했기에 오히려 전쟁이라는 폭력에 더 결연하게 반항할 수 있었던 조선의 여인이다.

"조선사회에서 여성에게는 충성이 요구되지 않았고, 기생에게는 정절이 허락되지 않았어요. 논개는 여성이었고 기생이었으니 그녀의 죽음은 당시의 여성관으로 볼 때 매우 파격적인 사건이었을 것입니다."


작가가 새로 정의하는 논개는 "충과 절로 치장된 의기(義妓)가 아닌, 자신의 의지로 죽음을 택한 강인한 여성”이다. 작가는 “사랑하던 남자의 죽음을 상실로만 받아들였다면 논개는 열녀 소리를 듣기 위해 자신의 한 목숨만 버려도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설은 논개가 왜장과 함께 강물에 뛰어드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논개는 죽어서도 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열 손가락에 가락지를 미리 끼고 주연에 참석한다. 강물 속에서 한사코 죽으려는 논개와 그녀가 두른 몸 사슬을 풀고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는 왜장이 벌이는 마지막 승부의 장면은 독자의 숨을 멎게 한다. 남자의 주먹에 목이 부러지고 코와 입으로 피를 뿜으며 절명한 여자의 여린 팔을 왜장은 끝내 떨쳐내지 못한다.

'마지막까지 그의 허리에 감은 팔을 풀지 않은 채 단호히 가라앉고 있는, 그 냉혹한 조선 여자는 웃고 있었다. 이 세상의 그것이라 믿을 수 없는 단단하고 날카로운 미소가 그녀의 입가에 또렷이 새겨져 있었다.'(20쪽)

 

논개의 죽음을 보여준 소설은 시간을 거슬러 그녀의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노름빚을 진 작은아버지가 자신을 팔아 넘기자 여섯살 나이로 어머니를 앞세워 고향에서 탈출하는 당찬 면모, 최경회와 부부의 연을 맺은 뒤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며 고뇌하는 여인의 내면 등이 겹쳐 드러난다. 김씨는 28일 독자들과 함께 진주성 촉석루와 논개 사당 등을 둘러본 뒤 다시 캐나다로 돌아간다. 그녀는 "1년 더 머물며 장편을 하나 더 완성하고 아주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발췌-원문보기)

 

 

나는 기생이다 -'소수록'읽기 (정병설 지음/문학동네)

"명선으로 이름하여 칠팔 세에 기생되니 이르기도 이르구나/ 명월 같은 이내 얼굴 선연(嬋娟·아리땁다)하여 명선인가/ (중략) 이십이 늦잖거든 십이 세에 성인(成人·결혼, 여기서는 성관계의 의미)하니/ 어디 당한 예절인지 짐승과 일반이라/ (중략) 갑자기 부귀하면 상서롭지 않다더니 무슨 복이 이러하리/ 이는 모두 기생으로 세상 나온 내 자신의 잘못이라."
1830년 생인 해주 기생 명선이 쓴 '기생이 되다'라는 글의 일부분이다. 짐승과 다를 바 없는 자기 처지를 냉소하면서, 입만 열면 예절을 말하는 양반들과 조선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의 화살을 날리고 있는 글이다.

서울대 국문과에서 고전문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펴낸 이 책은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된 '소수록'과 서울대 규장각, 고려대 도서관 및 개인 소장의 기생 관련 작품을 번역, 주석, 해설하고 있다. 특히 '소수록'은 전책을 완역했다. '소수록'은 한마디로 기생문학 작품집이다.

본문 총 125면의 한 권짜리 한글 필사본으로, 소제목이 붙은 14편의 작품이 있다. 장편 가사, 토론문, 시조, 편짓글 등 다양한 양식의 작품들로 종전에는 접할 수 없었던 기생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14편의 작가는 해주 기생 명선, 종순, 청주 기생 정도만 밝혀져 있으며, 그 편자 역시 분명하지 않다. 수록 작품들은 대체로 19세기 중후반에 창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저자는 추정한다.

저자에 따르면 조선의 기생은 대부분 관청에 소속된 관기, 즉 관청에서 부리는 노비이다. 그러나 따로 제대로 된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다. 관가에서는 5일마다 가무 연습을 시키고, 관청의 온갖 바느질을 맡겼다. 이들은 대소 사신들이 지날 때에는 음식을 준비하고 잠자리 수발까지 들어야 했다. 행사나 잔치에 입을 옷이나 장신구까지 스스로 장만해야 하는데, 복장이 좋지 않으면 벌을 받기도 한다. 미천한 신분이었기에 기생은 열살만 넘으면 남자를 받아야 하는 참변을 겪기 일쑤였다. 연암 박지원조차 현감을 지낼 때 자기 고을을 찾아온 박제가에게 열세살 어린 기생을 데리고 자게 했다고 한다. 기생들은 스스로를 짐승으로 여길 정도로 정신적 상처를 입었다.
기생의 외침은 비단 남성들에게만 향한 것이 아니었다. 같은 여자도 다를 바 없었다. 남성들이 기생을 해어화(解語花) 곧 '말하는 꽃'으로 보았다면, 여성들은 이들을 '여우'로 지목하였다. "꽃이건 여우건 기생을 물화(物化)하고 타자화(他者化)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랬기에 그들은 거듭 '기생도 사람이다'라고 외쳤던 것이다."

그동안 문집이나 야담, 한시, 시조, 가사 등에서 기생 이야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그들의 구체적 생활상을 알기엔 부족함이 있었다. 조선 기생들에 대한 이해를 다각화하는 좋은 계기가 될 책이다. (조선일보 발췌-원문보기)

 

 

새의 말을 듣다 (윤후명 지음/문학과지성사)

 

중견 작가 윤후명의 신작 소설집. 끝없는 사유의 여정과 시적이고 투명한 언어를 바탕에 둔 글쓰기로 삶의 근원에 대한 물음과 성찰의 자세를 견지해온 작가가 6년 만에 묶어낸 소설집으로, 삶의 여정을 찾아 헤매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총 10편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독도행 배를 타거나, 무작정 헝가리 부다페스트행 열차엥 몸을 싣기도 하고, 청량리발 춘천행 열차를 타고 교외로 나가기고 한다. 때로는 친구와 함께 강원도 탄광촌 주변과 충북 땅 어딘가를 헤매기도 하고, 미니버스를 타고 티베트의 가파른 낭떠러지를 오른다. 여행의 때와 장소, 이유와 목적은 모두 다르지만, 주인공은 한결같이 집을 떠난 낯선 곳에서 자신의 현실과 과거를 돌아보게 되고 시간의 순차적 흐름을 무시한 파편화된 기억들에 붙들리거나 때로는 어지러운 기시감을 체험한다. 그러던 중에 1인칭 화자 '나'로 대변되는 주인공들은 삶의 중심을 잃고 허둥지둥 살아가기에만 급급했던 자신의 삶을 반추한다. 온전한 자아를 찾고 싶어 하는 화자는 우연과 필연으로 엮인 삶의 본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야기 (베벌리 나이두 지음/이경상 옮김/생각과느낌)

남아공에는 왜 갔어 (조현경 지음/사군자)

1985년 넬슨 만델라의 석방을 요구하는 행진에서 한 명의 흑인 소녀가 세 명의 경찰들에게 구타당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3년 넘게 살고 있는 동화작가 조현경씨. 그는 남아공에 가기 전엔 "한때 백인 정부 시절이 있었고 지독한 인종차별주의가 자행되던 나라였고, 제일 먼저 만델라 이름이 떠오르는 게 고작이었다"고 최근 펴낸 '남아공에는 왜 갔어?'(사군자)에 썼다.

우리도 대부분 이 같은 인식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게 사실이다. '백인이라 함은 겉모양으로 백인임이 분명한 자이거나 일반적으로 백인이라고 인정되는 자' 라는 터무니없는 문장을 법에 명시해 1948년부터 1991년까지 엄격한 흑백 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분리)을 펼쳤다는 남아공은 우리에겐 너무나 멀고 낯설다. 2010년 월드컵 개최국이라는 것 빼고는 이 나라가 우리 인생에 개입할 여지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 남아공에서 태어나 아파르트헤이트 반대 운동에 앞장섰던 백인 베벌리 나이두의 소설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야기'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웅변한다. 작가가 아이들의 시선으로 담담하면서도 격렬하게 그린 아파르트헤이트 실상은 수십년 뒤 지구 반대쪽에 위치한 우리 사회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차별은 더욱 교묘하고 폭력은 더욱 가혹하며 가해자는 더욱 위선적이라는 게 차이라면 차이다.

흑인 소녀 로사는 학교에 가는 게 두렵다. 1994년 새로 시행된 법에 따라 로사는 백인들만 다녔던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됐지만 그의 주변에는 노골적인 적대감을 나타내는 사람들뿐이다. 반 아이들은 유일한 흑인 여학생을 향해 살의가 가득한 눈빛을 보내며 손가락 방아쇠를 당기고 학부모들은 교문 앞에 모여 "흑인과 백인은 절대 섞일 수 없다"고 외친다. 교사는 방학 때마다 백인 가정부로 일해야 하는 로사의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나의 방학'이란 주제의 작문 숙제를 내주며 "나는 네가 다른 아이들을 따라잡기를 바란다"고 빈정댄다.

흑인을 다루는 공장장이었던 컬러드(혼혈인) 제이컵의 아버지는 앞으로 먹고살 일이 막막하다. 흑인과 비슷한 피부색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정부에 의해 1955년 흑인으로 분류돼 직장을 잃게 됐기 때문이다.

심사관은 "커피에 우유를 타면 색깔은 바뀌지만 그건 그대로 커피인 거야. 그리고 당신도 마찬가지야"라며 도장을 찍었다.

집에 사는 것, 학교에 가는 것, 공원에서 노는 것에 대해 그의 모든 조건에 대해 아무런 의심을 갖지 않았던 백인 소녀에게도 아파르트헤이트의 잿빛 그림자는 짙게 드리워져 있다.

백인 캐롤라인은 흑인과 컬러드들이 거주지와 일터 등을 강제로 지정한 정부의 통행조치에 항의해 가두행진을 벌이자 "짐승 같은 원주민들이 우리를 공격하러 온대! 살려줘, 살려줘"를 외치며 두려움에 떤다.

7편의 단편 주인공들의 눈물과 비통, 분노를 좇다 보면 '베트남 신부 절대 도망 안 갑니다', '장애인시설 결사 반대', '집단따돌림으로 자살' 등이 자연스럽게 겹쳐지는데, 이는 "우리 각자의 내면에는 짐승이 존재한다"는 남아공 출신 노벨평화상 수상자 데즈먼드 투투 대주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계일보 발췌-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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