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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트라 강가에서...

신기숙 |2007.07.12 11:02
조회 105 |추천 3


......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다.

이 강물에 떨어진 것들, 나뭇잎이며 곤충, 새의 깃털들은 모두 돌로 변해서 강바닥에 가라앉는다고 전설은 말한다.

내 마음을 갈가리 찢을 수 있다면, 그래서 흐르는 강물에 내던질 수만 있다면......

이 고통과 그리움은 끝나고, 마침내 그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으련만.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다.

겨울바람은 뺨 위를 흐르는 내 눈물을 얼렸고, 얼음처럼 강물 속으로 떨어진 눈물은 나를 두고 강물과 함께 흘러갔다.

눈물은 이 강이 다른 강과 만나는 곳, 그리고 그 강이 다시 또다른 강과 만나는 곳, 내 마음과 눈이 미치지 못하는 먼나먼 곳, 마침내 바다와 만나는 곳까지 흘러가리라.

 

내 눈물은 너무 멀리 흘러가, 내 사랑은 어느 날 내가 그를 위해 울었음을 알지 못하리라.

내 눈물은 너무 멀리 흘러가, 그리하여 나는 강과 수도원, 피레네 산맥의 성당과 안개, 우리가 함께 걸었던 길들을 모두 잊게 되리라.

 

꿈속의 그 길들과 산, 그리고 평원들을 잊으리라.

내 것이었으나 내 것인 줄 몰랐던 꿈들을.

 

마법의 순간을 기억한다.

"예" 혹은 "아니오"라는 한마디가 한 사람의 생을 영원히 바꿀 수 있는 그 순간을.

그 순간들은 이제 아득히 먼 옛일처럼 느껴지지만, 내가 사랑하던 이를 되찾아 그를 다시 잃는 것은 단지 일 주일에 지나지 않는 시간이었다.

 

나는 지금 피에트라 강가 둑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손은 꽁꽁 얼었고, 다리엔 쥐가 났다.

매순간, 쓰기를 그만두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는 말했다.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해. 추억은 나이 든 자들의 몫이야."

 

어쩌면 사랑은 주어진 시간이 다하기도 전에 우릴 늙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젊음이 이미 다했을 때 다시 젊게 하는 것인지도.

그러나 지금, 어떻게 내가 그 순간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있을까?

그게 바로 지금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인 것을.

이 슬픔을 향수로, 고독을 추억으로 바꾸기 위해서.

내게 쉴 곳을 마련해주었던 여인이 말한 대로, 이 이야기를 끝내고 나면, 나는 이걸 저 피에트라 강에 던져버릴 수 있을리라.

물은 불로 씌어진 것들을 진정시킬 수 있다고 성인들이 말했으니.

 

 

 

모든 사랑 이야기는 닮아 있다.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中-

추천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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