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 술집 문 닫을 시간이 되면 모두 예뻐 보이고, 홈쇼핑 '마감 임박'이 우리를 현혹하듯이...
미국의 컨트리 가수 미키 길리가 부른 노래 가사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집에 갈 시간이 다가올수록 아가씨들이 모두 예뻐보여요. 제게는 모두 영화배우처럼 보여요." (All the girls get prettier at closing time, they all get to look like movie stars) 술집 문을 닫을 시간이 가까워지면 혼자 집에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술집에 있는 모든 여성이 예뻐보인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어렵게 성취한 것이 더 가치 있어 보여
이를 알아보기 위해 실제로 실험을 해본 심리학자가 있다. 텍사스주립대 (오스틴 소재) 심리학과 제임스 페너베이커 교수는 1979년 어느 날, 대학 근처에 있는 술집 세 곳을 실험 장소로 정하고 그 곳에 혼자 온 손님들에게 다가가 술집에 있는 이성에 대한 호감도를 점수로 매겨달라고 부탁했다. 이러한 평가를 밤 9시, 10시 30분, 12시에 세번 반복했더니, 남녀 모두 문 닫을 시간이 다가올수록 이성에 대한 평가가 높아지는 것을 발견했다. 정말로, 문 닫을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술집에 있는 이성들이 더 멋있고 아름다워 보인다는 것이다. 술을 얼마나 먹었느냐와 상관없이 남녀 모두 다!
술집 문을 닫을 시간이 가까워지면 왜 여자들이 더 아름다워 보이는 걸까?
심리 학자들은 그 해답을 유도저항이론에서 찾는다. 사람들은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할 수 있는 자유를 위협받으면 그것을 원상태로 회복하기 위해 더 강하게 저항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내가 가질 수 없거나 잃어버린 물건에 더 집착하고, 하지 말라는 일에 더 매달리게 된다. 문 닫을 시간이 다가오면 이제 곧 나가야 하는데 그러면 그 안에 있는 이성과 사귈 시간적 확률이 점점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더 소중하고 예뻐보이게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부모의 반대에 목숨 걸고 저항하다 끝내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던 이야기도 이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흔히 경험하듯, 역경은 사랑의 불꽃을 더 세게 피어오르게 한다. 가족이 반대하고,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고, 사회적인 장벽이 있을수록 낭만적 열정은 더욱 뜨거워진다. 역경과 장벽은 연인들을 현실에 저항하게 만들고 상대에게 더 집중하게 만든다. 16세기 베로나의 젊은 연인이었던 로미오와 줄리엣이 그랬듯이.
이처럼 부모의 반대나 주위의 장애가 연인들의 사랑을 더 깊에 만드는 것을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 (Romeo and Juliet effect)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과연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는 실제로 존재하는 현상일까? 미국 뉴저지주립대학의 인류학자 헬렌 피셔 박사가 현대인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자의 73%, 남자의 65%가 '역경이 있더라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낭만적 사랑을 위해 기꺼이 부모와 가족, 사회에 저항할 준비가 돼 있다는 얘기다.
동성애 연인들도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인 리처드 드리스콜 박사가 콜로라도대학 박사과정 재학 시절 동료들과 함께 했던 설문조사는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의 존재를 더욱 잘 보여준다. 그들은 280명의 콜로라도주 남녀 커플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부모의 간섭과 개입이 심할수록 두 사람의 사랑이 더 깊어졌다는 대답을 들었다. 반대로, 부모의 간섭이 처음보다 줄어들자 서로의 사랑 강도가 점차 약해지더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이런 특징은 동성애 연인들에게도 발견된다. 동성애 커플들은 사회적 장벽으로 인해 불면증과 식욕 상실 등을 동반한 심한 정서적 혼란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가족의 반대와 사회적 편견이 그들 사이의 정서적 결합을 때론 강화하고 더욱 갈망하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는 현실에도 존재하는 현상인 것이다.
그렇다면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것 역시 '술집 문닫을 시간이 다가올수록 여성들이 예뻐 보이는 것'과 같은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사람들은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자유를 위협받으면 그것을 원상태로 회복하기 위해서 더 강하게 저항하게 되는데, 그 저항 심리가 바로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를 만들어낸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게 사람 심리다. 훔친 사과가 더 맛있고, 금지된 장난이 더 달콤하다. 시험 기간이 되면 소설책이 더 읽고 싶어지고, 만나지 말라고 하면 더 보고 싶다. 사람들은 어렵게 성취한 것에 대해 상대적으로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어렵게 성취한 것이 더 소중한 이유는 자신의 자유를 속박하려는 것에 맞서 싸워 얻은 것이라서 그렇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심리학자 아론슨과 밀스는 흥미로운 실험을 한 적이 있다. 독서토론 클럽의 신입회원 가입 절차를 까다롭게 만들었더니 (황당하게도, 여학생들에게 노골적으로 포르노 소설을 사람들 앞에서 크게 읽도록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클럽에 들어온 여학생들이 아무런 노력 없이 모임에 가입한 여학생들보다 모임을 훨씬 더 좋아하고 모임에 대한 자부심도 높더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장애가 호감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실험이다.
외쳐라, "내 눈에 흙 들어가기 전에..."
19세기 영궁의 소설가 찰스 디킨스는 "사랑은 종종 가장 힘든 환경에서 가장 무성한 성장을 한다"고 했다. 자식의 사랑에 불을 지피고 싶으면, 부모여 반대하라. 만나지 못하게 하라. TV드라마 속 부모들처럼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절대 안 된다'고 외쳐라. 그러면 당신의 자식들은 당신이 원하는 사람과 '사랑의 불꽃'을 피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