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읽다'
오늘은 밀란 쿤데라의 이라는 소설을 소개해 드립니다.
소설의 주인공 루드빅은 여자친구의 농담섞인 편지로 인해서
체코 공산당으로부터 추방당하고
탄광도시인 오스트라가로 가게 되는데요.
오늘은 루드빅이 유배지인 오스트라가를 거닐던 중
루치에라는 여자를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되는 순간을
묘사한 부분 읽어드립니다.
오스트라가의 극장안을 구경하던 루드빅은 루치에를 처음 보았다.
루치에는 루드빅 쪽으로 걸어오더니 곧장 앞마당 쪽으로 걸어갔다.
순간 루드빅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무엇 때문에 루드빅은 루치에를 지나쳐
계속 길을 가지 않았던 것일까?
루드빅의 정처없는 한가로움 때문이었을까?
오후의 끝무렵 마당을 비추고 있던 그 묘한 빛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루치에의 모습 때문에?
하지만 루치에의 모습은 아주 평범했다.
나중에는 이 평범함 자체가 루드빅을 감동시키고
마음을 끌게 되었지만 처음에 루치에가 루드빅을
멈춰 세운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오스트라가의 길거리에서
그런 평범한 아가씨들을 자주 마주쳤는데
루치에의 평범함이 루드빅에게 그렇게 특별했던 것일까?
딱히 정의내릴 순 없었지만 아무튼 루드빅은
루치에를 쳐다보며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었다.
루치에는 천천히 극장 안 명예법정의 사진들이 있는
진열장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나서 여전히 서두르지 않으면서 그곳을 떠나
창구로 이어지는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다.
그토록 루드빅을 매혹시켰던 것은
루치에의 그 특이한 느림 때문이었을 것이다.
서둘러 돌질할만한 가치가 있는 목표란 없었고,
무언가를 향해 초조하게 손을 내미는 것은
아무 소용없는 일이라고 그렇게 체념한 마음을 드러내는
'느림'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랬다.
루치에가 매표소로 가서 동전을 꺼내고 표를 사고
관람시를 본 뒤 다시 마당으로 나오는 동안
계속 루드빅으로 하여금 루치에로부터
눈을 떼지 못하게 하였던 것은
아마 그 우수에 찬 느림 때문이었을 것이다.
첫눈에 반한다는 말들을 한다.
루드빅은 사랑이 자기 자신의 전설을 만들어내거나
그 시작을 나중에 신비화시키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이 그렇게 돌연히 불붙은 사랑이었다고
말하진 않겠지만 분명 어떤 예시같은 게 있었다.
그것은 루치에의 본질이었는데
루드빅은 그것을 한 순간에 깨달았다고 느꼈고 보았던 것이다.
마치 누가 밝혀진 진리를 가져와 보여주듯이
루치에가 드러내보인 것은 바로 그녀 자신이었다.
밀란 쿤데라의 중에서
사랑을 읽다
♡ Olivia /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