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CHANCE (2007, 코엑스 아트홀)
연출 : 김규종 / 음악감독 : 원미솔
사장 앙리 : 박인배 / 사무관 에띠안느 : 손홍민 /
여비서 안네스 : 추정화 / 여비서 케이트 : 유미 /
퀵서비스맨 프레드 : 박주형 / 인턴사원 니나 : 김자경
소극장 뮤지컬의 재미에 푹 빠지다
원래 이번 주에 뮤지컬 캣츠를 보게 될 줄 알았다. 영화제 후유증으로 심한 울증을 앓던 터라 뮤지컬 한 판 보고 나면 나아지려나 기대를 했더랬다. 그러나 여차저차해서 고양이들은 물 건너가고 나의 울증은 어디서 치료를 받아야 하나 궁리하던 중... 생각하지도 않던 곳에서 뮤지컬 관람 제의가 들어왔다.
이번 주 안에 짱 언니를 인터뷰해야 하는데 언니와 나의 시간이 도무지 맞지 않아 고민을 하던 중, 짱 언니가 토요일에 뮤지컬 보러 갈 건데 함께 보자고, 그래서 가는 길 오는 길에 인터뷰도 같이 하자고 했다. 나의 대답은 물론 "Okey~~!!"였다. 이런 걸 두고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뭐 여튼 그런 시츄에이션이 아니던가! 우히히...
오전에 서울에서 세미나가 있어서 서울에 출근했다가 오후에는 인천에서 약속이 있어 다시 내려왔다가 저녁 공연 시간에 맞춰 다시 서울로... 서울과 인천을 종횡무진하며 보내느라 피곤하기도 했지만 공연 보면 미치는 인간이 피곤한 게 어딨어? 그냥 가는 거야, 고고씽~~!!!
그렇게 고고씽하기는 했는데, 이거 원 내가 뭘 보러 가는지 코엑스 아트홀에서 하는 뮤지컬이란 정보밖에 아는 게 없다. 짱 언니가 이 뮤지컬을 보게 된 건 뮤지컬 배우 추정화씨의 초대 때문이었다. 나와 또 다른 일행 령 언니는 덤으로 따라간 것이고. 히... 하지만 정화씨와 짱 언니의 인연이 영화제로 인한 것이었기 때문에 마치 내가 초대 받은 양 보무도 당당하게 코엑스 아트홀에 들어섰다.
헉... 코엑스 아트홀에 도착했을 때 내 입에서는 나즈막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아니, 이렇게 작은 공연장에서 뮤지컬을? 그게 가능해? 무대가 저렇게 좁은데 배우들이 춤추고 돌아다닐 수 있겠어?
지금껏 뮤지컬을 본 게 몇 편 되지도 않지만, 돈도 없으면서 어찌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러고 보니 모두 대극장 공연이었다. 소극장 뮤지컬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는데 막상 작은 무대를 보니 공연도 보기 전에 대략 실망. ^^;;
곧 공연은 시작됐다. 피아노, 기타, 드럼이 전부인 반주와 작은 무대에서 오밀조밀 움직이는 배우들의 몸짓, 그리고 절대 내 성에 차지 않았던 음향! 으... 그렇게 초반부에는 뮤지컬이란 장르는 소극장과 어울릴 수 없는 게 아닐까 의구심 어린 눈빛으로 무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소극장이다 보니 마치 10여년 전 학전 김광석 콘서트에 갔을 때처럼 배우와 대화하듯 점점 더 뮤지컬에 몰입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 소극장 뮤지컬이 요런 매력이 있구나. 아주 앞자리가 아니었는데도 숨소리까지 다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이마 위로 흐르는 땀방울까지 다 보일 정도 배우들의 호흡이 내게 가깝게 전해졌고, 그래서 그들이 웃으면 나도 웃고 그들이 신나게 춤을 추면 나도 춤을 추는 듯하고 그들이 울면 나도 우는 것 같았다. 소극장 콘서트나 연극에서나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친밀감을 뮤지컬에서도 느낄 수 있다는 것, 이번에 처음 알았다.
물론 관객들이 너무 점잖아 주셔서 피날레 커튼콜(물론 소극장이니 커튼이 내려갔다 올라가진 않았지만)에서조차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는 분위기가 썩 맘에 들진 않았지만(내 옆에 앉아 있던 사람이 짱 언니만 아녔어도 벌떡 일어나 춤 추며 박수를 날렸을 텐데... 쩝... ^^;;;) 그래도 너무 신났다.
공연이 끝나고 땀에 흠뻑 절은 추정화씨와 인사를 하는데, 그녀의 열정 넘치는 모습이 무척 아름다웠다. 또, 또, 또... 병이 도질라 그래서 꾹꾹 마음을 누르느라 진을 뺐다. (뭐, 말도 안 되는 생각인데... 난 아직도 무대를 보면 내가 관객석이 아니라 무대 위에 있어야 할 것만 같은 이상한 기운 때문에 병을 앓곤 한다. 그래도 서른 넘기면서 병세가 많이 약해지긴 했다. ㅋ)
열정 넘치는 무대를 보고 오는 길... 내 안의 울증도 조금은 가라앉은 것 같고, 유쾌발랄한 짱 언니와의 인터뷰도 그럭저럭 잘 마친 것 같아 뿌듯하다. 물론, 휴가 전에 끝내야 할 일이 태산처럼 나를 가로막고 있는 현실은 그다지 변한 것이 없어 여전히 부담 백만스물두 자루지만, 그래도 뭐... 인생 뭐 있어. 가는 거야. 고고씽~~!!
아차차... 공연을 봐놓고 공연에 관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이 쓸데없는 수다만 떤 것 같군. 으이그... -_-
뮤지컬 CHANCE는 프랑스산 코미디 뮤지컬로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는 아주 평범한 직장인들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내용 전개 상 로또 대박을 맞는 부분은 일반적인 서민들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판타지를 보여주지만, 로또에서 판타지를 구할 수밖에 없는 게 또 서민들의 현실인 것 같아, 코믹 뮤지컬임에도 불구하고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