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
쉬지 않고 운전한 우리는 밤이 되어서야 온타리오 주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는 잠깐 휴게소에 들려서 주유도 하고 저녁도 먹기로 하였다. 저녁은 오랜만에 따뜻한 것으로 먹기로 했다. 차 안에 있는 스토브로 해 먹는 저녁. 셋이서 며칠 간 못 씻어 거지같은 꼴로 뜨거운 음식을 후후 불어 먹는 꼴이란...맥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얼마 되지 않는 음식들에 대해 상당히 호의적 이였다. 자신의 재료를 같이 먹자고 할 뿐만 아니라 배고플 때 마음껏 꺼내 먹으라고 하였다.
현우
음식은 맥스가 했기에 설거지는 우리가 하겠다고 하였다. 우리는 더러운 접시를 한 보따리 들고 주유소의 화장실로 들어갔다. 마침 종업원이 화장실을 청소하고 있는 중이였다. 우린 미안한 마음에 잠시 딴 짓을 하는 것처럼 화장실 안을 서성거리다 점원이 나가자마자 설거지를 시작하였다.
문제는 들어올 때는 상관없었지만 나갈 때 물이 뚝뚝 떨어지는 깨끗한 코펠을 들고 청소를 막 끝낸 점원 앞을 지나간다는 것이 여간 미안한 일이 아니다. 난 정우보다 화장실을 먼저 나와 버린다. 접시와 코펠을 화장실에 남겨두고. 그리고 여유롭게 점원에게 화장실 잘 썼다고 인사를 건넨다. 정우는 매번 나에게 이렇게 당한다. 순진하기도 하지.
정우
새벽 3시가 다 되어서야 우리는 또 하나의 작은 도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주말 이었다. 밤늦게 까지 놀다가 집에 하나둘씩 들어가는 젊은이들이 여럿 보였다. 주유소에서 만난 우리 또래들은 클럽을 찾아 가는 것 같았다.
무려 9명이 작은 승용차에 타고 있었다. 트렁크에도 두 명이 들어 있었다. 그들은 아직 밤이 젊다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는 듯 우릴 향해 맥주병을 치켜들며 건배하는 시늉을 내며 소리를 환호성을 지른다.
현우
새벽이 되었다. 정우의 운전대를 넘겨받았다. 정우는 조수석에 앉아 내 말 동무가 되어 주다 이내 골아 떨어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조용한 밤길을 앞 트럭의 미등을 보면서 홀로 달리고 있다. 가끔씩 맞은편에서 오는 차를 위해 전조등을 올렸다 내렸다하는 딸깍 거리는 소리와 엔진 소리만이 지금 이 공간을 체우고 있다. 내가 지금 한국에 있었다면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내가 사랑하는 이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어느덧 서서히 날이 밝아오기 시작 하였고 난 또 새로운 아침을 맞게 되었다.
바보 여행기 - 29. 여행 변태
SPONSOR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