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자질이나 연기력 혹은 그 스토리 등을 떠나서 이 영화는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메시지를 담고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지난주 사내 문화행사의 일환으로 '화려한 휴가'가 최종 낙찰되었을 때, 이 영화를 먼저 관람한 사장님께서 '미리 손수건을 준비하고, 관람후 팀원들 분위기가 다운될 수 있으니 팀장들은 각별히 신경쓰라" 라는 지시를 내리셨다고 한다.
난 업무가 바빠서 행사 당일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지난 토요일 시내 한 영화관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그 영화를 보고 사장님의 말씀에 100%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영화가 끝나고 난후에도 사람들은 한동안 일어날 줄을 몰랐고, 여기저기서 조용히 눈물을 흠치는 소리가 들려올뿐이었다. 나도 그 중에 하나였고, 내 여자친구는 코끝까지 빨개서 눈물을 흘리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나를 그냥 바라만 볼 뿐이었다. 이제는 광주민주화 운동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사라진 20대 초중반의 사람들도 한 동안 자리를 뜰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 바로 그 사건을 온몸으로 체험했던 사장님의 세대와, 바로 그 세대로부터 생생하게 교육을 받고 컸던 나의 세대와, 어느새 그 사건으로부터 한 세대가 지난 지금의 젊은 세대는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지고 영화를 바라보았지만, 이 영화가 주고자 하는 단 하나의 메시지에 대해 공감했던 것이리라...
나는 마지막의 이 대사 때문에 영화관을 나와 밤길을 걸으면서도 한 손에서 손수건을 놓을 수가 없었다.
"여러분... 저희를 잊지 말아주세요"
이 대사는 곧 1980년 5월의 광주를, 그 원인을 제공했던 군부독재 세력을, 그 사건을 방조했던 미군과 미국 정부를, 그리고 그들에게 빌붙었던 수구보수 세력을 잊지 말아달라는 메시지와 같다고 생각한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 영화는 이승에서 이루지 못한 김상경과 이요원의 결혼식 사진이 빛 바랜 색으로 바뀌는 것으로 그 대미를 장식한다. 실제로 도청을 사수하다가 산화한 '故 윤상원 열사'의 영혼 결혼식에서 모티브를 따온 이 장면은 마지막 대사와 일맥상통한다.
비록 포스터 사진 속의 이요원은 활짝 웃고 있지만 엔딩에 나오는 이요원은 세상의 모든 짐을 혼자 떠안은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그렇다. 당시 그 시대를 살았던, 특히 광주에 있었던 생존자들은 도청에서 함께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그 아픔을 후세에 전해줘야 하는 책임감에 아직도 활짝 웃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메시지는 이요원의 마지막 대사와 빛바랜 결혼 사진속의 표정은 남은 세대가 지고 가야할 책임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의 내용은 정치적이지 않지만, 결국 관객들에게 주고자 하는 최종적인 메시지는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를 줄 수 밖에 없다.
"여러분! 그날을 잊지 마십시오. 언젠가 우리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