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과 상담이 필요한 시기가 가끔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정신분열을 앓거나 하는 건 아니다.
단지, 너무 쓸쓸한 기분이 날 지배하고
그 처참한 기분이 날 자꾸 무너뜨리려 할 때
스스로 난 조울증이야, 아냐 우울증이야 그러며
커다란 흰색 건물에 초록색 십자가가 얹어진 건물의
정신과 라고 적힌 곳을 왔다갔다 한 적이 있었을 뿐이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거지만 -
난 조울증도, 우울증도 아니었다.
어느날 내 친구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는데
그 친구가 내 친구였다. 나의 첫사랑이였던 사람.
반가웠기도 했고, 두근거리기도 했고, 씁쓸하기도 했다.
(물론 우린 합의 하에 깨진 커플이었다.)
그 뉴커플은 날 염장이라도 지르려고 작정한 듯
둘이 아주 닭살의 경지를 보여줬다. 울컥했다.
그걸 보곤 화가 나서는 안되는 상황이였지만 화가 났고,
나도 저런 사랑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밤, 침대에 누워 생각하기를 ;
'난 사랑이 필요했던걸지도 몰라.
시내를 방황하다 커플을 보기라도 하면 왜 저렇게 닭살이야,
나도 저런 사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잖아?...
그래 난 사랑이 필요했던거야. 정신과는 무슨. 쯧.'
그렇다. 내게 필요한 건 사랑 이라는 녀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