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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 김밥

김병기 |2007.08.01 10:45
조회 115 |추천 0

지난 2월 중순, 몇몇 회사 대표들과 중국 목단강 시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지난 날 강가에서 말 달리던 선구자…’라는 노래 가사가 절로 생각나는 만주 땅, 그러니까 우리 조선족이 널리 살고 있는 동북 3성 중 흑룡강 성의 세 번째 큰 도시로, 요즈음 중, 러 무역의 요충지로 떠오르면서 그 개발의 열기가 뜨거운 지역이었다. 석탄, 목재등 자원이 워낙 풍부해 시간을 거꾸로 되돌릴 수 만 있다면, 역사를 다시 쓸 수 만 있다면 다시 우리 땅으로 복원하고픈 마음이 너무 절실한 그런 곳이다. 또한 50여 만 조선족이 우리 글, 우리 말을 그대로 간직한 채 조선족 거리, 조선족 자치구를 유지, 발전해나가는 우리와는 살가운 그런 곳이기도 하다.

   때마침 중국의 제일 큰 명절인 춘절, 그러니까 우리의 설에 해당하는 20여 일의 연휴가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해서 거리에는 각종 장식물과 새해 덕담이 넘쳐나고 처녀 출장간 일행들이 약간은 들뜨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현지 파트너 사의 주선으로 시의 고위 공무원들하고의 미팅이 이루어졌는데 도착 다음 날인 일요일 아침 9시였다. 내심 일요일은 여독을 좀 풀고 넉넉하게 월요일에 미팅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일년 중 제일인연휴 휴일도 반납한 채, 시의 주요 사업과 현황에 대해 설명을 하는데 그 열기가 2월 만주의 추위도 무색하게 만들었다. 점심 시간으로 이어지는 미팅은 대낮에 그 독한 백주까지 돌리면서 진정으로 환대를 하는데 몇 달이 지난 지금도 그 당시 일이 눈 앞에 선하다.

  ‘아니, 이거 좀 뜻밖인데요?’라는 질문에 현지 협력사 사장은 ‘아이 뭘요, 요새 여기는 다 이래요. 아침 7시부터 밤 12시까지는 보통이죠.’라며 별거 아니라는 표정을 짓는데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했다. 대기업 신입사원 시절 동료들과 밤을 하얗게 새며 미국이나 대만 업체 따라 잡겠다고 IBM PC 호환 기종을 만들 때가 언뜻 뇌리에 스쳤다.

   지난 주엔 말레이지아 쿠알라 룸푸를 처음 다녀왔다. ‘한민족 글로벌 벤처 네트워크(INKE)’ 행사의 일환으로 막역한 국내 IT 회사 대표들과 같이 출장을 갔었는데 말레이지아에 대한 선입견이 얼마나 잘 못 된 것인지를 깨닫게 해준 그런 여정이었다. 요새 생긴 괜히 이상한 관념 중의 하나가 우리 나라와 국가대표 축구 시합을 해서 대체로 지는 나라는 우리보다 발전이 덜 됐다는 아주 유치한 생각인데 말레이지아는 외형상 그리고 그 내실에 있어서도 정보통신 분야에 관한 한 우리보다 저 만큼 앞서 있었다.

   많이 부끄러웠다. 시쳇말로 쪽 팔렸다. 출국하기 전에 인천공항에서 생각했던 ‘그래도 아시아에서는 IT강국, 코리아가 아닌가?’라던 쓸데없는, 아무 효용 없는 자부심은 쿠알라 룸프에서 30여 분 떨어진 사이버쟈야(CyberJaya, Jaya는 마을이란 뜻)를 가보고서는 여지없이 무너져 버렸다.

   사이버자야는 말레이지아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만든 정보통신

연구개발 단지인데 NTT, 인텔, 노키아, 모토롤라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글로벌 IT업체들이 줄줄이 입주를 하고 있었고 그 시설과 규모가 실리콘 밸리를 압도하고 있었다. 지난 20여 년간 매년 5% 이상의 경제성장률, 영어가 공용어로서 누구나 쉽게 의사 소통할 수 있고, ‘MyICMS886’이라는 정보통신 5개년 계획을 통한 정부 주도의 인프라 구축 등이 오늘의 정보통신 강국 말레이지아를 만들었고

‘2020년 선진국 진입’이라는 국가 공통 비젼이 정부, 업계, 학계에 공통분모로 인식되어 모두들 한 방향으로 뛰고 있었다. 한국에 국비로 유학하고 돌아와서 한국어에 능통한 엔지니어가 4,000여 명이 넘는 곳이 말레이지아다.

   요새 샌드위치 위기론이 회자되곤 한다. 그런데, 경제대국 중국,

‘버블 10년’으로 새 단장한 일본뿐만 아니라 앞서 가는 동남아 아세안(ASEAN) 10개국에까지 끼인 한국이 더욱 위험하다. 샌드위치가 아니라 편의점의 인기 상품, 삼각김밥 신세다. 인적 자원밖에는 없는 한국이 어찌 갈거나, 2007년 이후를? 귀국 길의 비행이 마냥 편하지 않았다.

새벽 1시 반에 출발하는 밤 비행기여서만은 결코 아니었다.

   단언하건 데 기업이 나설 때다. 누구 누구 탓할 필요 없이 기업이,

‘청년 정신’으로 무장한 강한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향해 나갈 때다.

‘1박 3일’이라는 극한 일정으로 출장 와서 우정 기업인들을 격려하고 되돌아 가신 중소기업청장님 같은 분들을 봐서라도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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