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처님, 오랜만에 기도하는데 이런 부탁 드려서 죄송해요
오늘은 제가 가장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대입검정고시를 보는 날이에요
아직 세상에 태어난지 18년 하고 몇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만났던 남자 중
진짜 사랑을 한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바로 이 녀석이에요
학교를 다니지 않지만 진짜 친구는 잃지 않는 놈이구요
저보다 1년 반이나 어린 주제에
챙기기는 오빠처럼 얼마나 잘 챙기는지 몰라요
자기는 180이 조금 안되는 큰 키에
몸무게가 55도 될까말까한 말라깽이면서
통통한 제가 한 끼라도 굶으면 엄청나게 화를 내면서
또 아프면 어쩌냐고 걱정하는 그런 착한 남자친구에요
남자친구는 지금까지 제가 만났던 남자들과는 많이 달라요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빽이 좋은 것도 아니에요
부모님과 몇몇 친구들의 걱정처럼 잘난 것 하나 없는
아직은 보잘 것 없는 사람이죠
하지만 저를 위해 강원도에서 4시간이나 걸려 만나러 오고
징징대는 제 이야기도 꾹 참고 다 들어주기도 하고
싫어하는 쇼핑도 군말없이 같이 해주면서
나중에 결혼하면 꼭 편하게 해주겠다는 약속까지 하는
마음씨 따뜻한 아이에요
작년 겨울 남 앞에서 힘든 내색 하나 안하는 놈이
울면서 저를 꼭 안고 이제야 행복을 찾았다고
지금까지 힘들었지만 이제 정말 행복을 찾았다고
저를 행복이라고 불렀던 그 모습 부처님도 보셨죠?
자기를 싫어하는 우리 부모님께 인정받기 위해
저와 미래의 딸 소민이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제 남자친구가 오늘 꼭 긴장하지 말고
차근차근 공부 한대로 무사히 시험 잘 볼 수 있게 해주세요
이번 시험은 평균 60만 넘으면 되는 아주 간단한 시험이지만
앞으로 남자친구에게 기본이 될
어쩌면 작년 자퇴 했더라면 제가 볼 수도 있었던 시험이에요
그래서 더 간절히 기도드리는거에요
그저께 응모한 한국청소년문학상에서 떨어지더라도
만해축전에서 말도 안되는 성적을 받는대도
오늘 경포여중에서 시험 보는 남자친구가 자기 기량껏 실수 없이
시험을 끝낸다면 군말 안 할수 있어요
남자친구 말대로 오랜만에 절에 가서 3천배도 드릴 수 있구요
부처님, 기도드릴게요
그동안 힘든 일 많이 겪었던 제 남자친구가
이제는 항상 행복 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