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적 가족들과 함께 극장에 가서 본 영화가 몇편 기억이 난다. 아직 어린 나를 이끌고 극장에 가 주었던 부모님과 본 영화중 가장 생생히 기억 나는건 해외의 유명한 영화가 아닌, "우뢰매" 였다. 에스퍼맨과 데일리가 우주악당들을 무찔러 주던 그 영화에서 내 가슴속에 파고든건 우뢰매 변신로봇도 아니요, 흰머리에 타이즈를 입고 뛰던 데일리도 아니었다. 풍차돌기를 하며 멋지게 변신하던 에스퍼맨. 바로 심형래였다.
대한민국 코메디를 이야기 할때 빠질수 없는 사람이 심형래 일 것이다. 슬랩스틱코미디의 대가. 몸개그의 일인자인 그가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때 사람들은 관심조차 가져주지 않았다. 무시하고 경멸하며 그를 조롱했다. 하지만 심형래는 묵묵히 자신의 작품들을 만들었다. 사람들의 비난과 멸시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전재산을 처분해 가며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어 나갔다.
하지만 그의 도전은 결코 순탄치 못했고, 그의 영화는 크게 재미를 못 보며 처참하게 침몰 해 갔다. 꽤나 많은 제작비와 사람들의 기대치를 증폭시키던 영화 의 실패를 목격한 사람들은, 겁없이 영화판에 덤벼들었던 그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경멸했다. 하지만 심형래는 포기하지 않았다. 스케일을 더 키워서 그의 다음작품을 준비 한 것이다.
오랫동안 기다려 극장에 간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느낌은,
"그래도 자랑스럽다." 였다.
솔직히 이 영화 , 스토리는 안드로메다다. 남녀주인공은 만난지 몇시간만에 사랑에 빠져버리고(전생이라는 코드가 있다해도 너무 성급했다.) 화려한 CG에 산만하게 도망만 다니는 주인공들은 왜 출연했나 싶을 정도로 존재감 없다. , , 등등에서 보아오던 익숙한 연출들은 이리저리 뒤섞여 있고 중간 중간 뭘 그리 많이 들어냈는지 스토리는 연결이 안되고 공중에 붕 떠버리고 말았다. 거기에 흰머리 흰수염의 도사가 장풍까지 쏘고 이든의 고함 한마디에 아트록스 군단이 초토화 될때는...할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영화 에 높은 점수를 주는 이유는, 함 사람의 집요할 정도의 노력과 근성 때문이다.
의 CG는 이제껏 보아 온 한국영화중에서 최고라고 자신한다. 같은 영화보다 캐릭터의 디자인 이라던지 CG의 완성도 면에서 월등하다. 더욱 자랑 스러운건 이 CG가 국내 기술이라는 점이다. 아직은 필름과 CG의 질감이 너무나 달라 어색하게 떠있는 장면도 많이 목격 되지만, LA시가지에서의 CG는 공들인 티가 팍팍나는 훌륭한 CG였다. 환한 대낮에 도시를 이리저리 휩쓸고 다니는 브라키와 그의 아트록스 군단들을 보고 있자면, 가슴 깊은 곳에서 뭔가가 울컥 올라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사랑하는 새라를 떠나 보내고 홀로남은 이든의 뒷모습에 울려퍼지는 아리랑. 두 주인공의 안타까운 이별장면에 이보다 어울리는 음악이 있을까?? 외국 사람들도 이 아리랑의 뜻을 알고 있다면 이 마지막 장면에서 많은걸 느끼리라.
사람들은 얘기한다. 불가능한 일이라고. 하나마나한 일이라고. 안하는게 모두를 위해 좋은 일이라고. 하지만 그는 도전했다. 모두들 안되다며 피하기만 하던 그 일을 그는 맨주먹으로 해 낸 것이다. 모두가 무서워 벌벌 떨던 그 일을 그는 훌륭하게 해 냈다. 이제 대한민국을 넘어 SF영화의 본고장 미국에 1500여개관에서 와이드 릴리즈되는 영화 를 우리는 충분히 자랑스러워 할 만 하다. 그리고 심형래 감독 역시도 충분히 존경할 만 하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에서의 반응은 가지가지였다. 재미없다는 반응, 유치하다는 반응, 저만하면 잘 만들었다는 반응, 재미있었다는 반응. 어차피 모든 사람들의 입맛에 영화를 맞출수는 없다. 나의 경우에는, 꽤나 재미있게 영화를 봤다. 보는 내내 즐거웠으며 보고나서도 유쾌했다. 내 기대를 넘어선 영화였다.
심형래 감독과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게 자랑스럽다.